[수(獸)타트:탐조는 처음이라] 야생조류 관찰의 낭만

충남대 수의대 조예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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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 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동물과 관련된 취미는 무엇이 있을까요? 야생조류를 관찰하는 탐조(birdwatching)라는 활동이 있습니다. 탐조 인구가 미국에 5000만명, 일본에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취미입니다.

최근 수 년간 우리나라의 탐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수의대생과 수의사 중에도 탐조인이 여럿 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전북야생동물구조센터 양주영 수의사가 탐조를 수의대생이 가지기 좋은 취미로 추천하기도 했는데요,

탐조의 세계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대생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수(獣)타트] 프로젝트 13번째 주인공은 충남대 수의대 조예원 학생(사진)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 탐조를 즐기셨나요?

안녕하세요. 모란앵무 애쁠이와 예쁠이, 그리고 강아지 이루의 보호자이자,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예원입니다.

2022년 연합동아리에 가입하며 탐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동네의 새들을 관찰하는 활동은 어릴 때부터 해 왔고요.

 

Q. 탐조를 처음 들어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사전적으로는 ‘찾을 탐(探)’에 ‘새 조(鳥)’를 써서 ‘조류의 생태, 서식지 따위를 관찰하고 탐색하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의 탐조는 그저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새들을 조금 더 자세히 지켜보는 활동이에요.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던 소리를 듣고, 귀여운 새들의 몸짓을 통해 행복해지는 일입니다.

계절마다 우리나라를 방문해 주는 새들이 다르기 때문에 새가 잘 보전된 서식지에 찾아가서 해당 계절의 새를 찾아보고, 관찰하며 기록하는 활동을 하기도 해요.

 

Q. 탐조가 아직 널리 알려진 취미는 아닌 것 같은데요, 처음 탐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제 인생에 모란앵무 애쁠이가 들어왔어요. 애쁠이와 함께 지내다 보니 새의 몸짓과 소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는 야생의 새를 만나도 잠시 머물며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기 시작했어요. 많은 수의대생 친구들이 길고양이를 만나면 발걸음을 멈추고 좋아하는 것처럼요.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들의 이름이 궁금해졌습니다. 새 도감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만났던 새의 이름과 생태를 알게 되니 신기함이 더욱 커졌습니다. 도감에서만 보았던 새를 실제로 만났을 때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신기함에 신기함이 쌓이는 기쁨을 느꼈어요.

보기 힘든 새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오랫동안 일상 속에서 만나는 새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새를 찾아다니는 탐조 활동을 시작한 건 수의대에 입학한 후입니다.

작년에 연합 탐조 동아리에 가입한 후 쌍안경과 카메라를 갖추게 됐고, 오로지 새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야생 큰유리새 (사진제공 조예원)
모란앵무 애쁠이 (사진제공 조예원)

Q. 탐조의 어떤 매력에 그토록 끌리셨나요?

탐조보다 새 자체의 매력에 먼저 빠졌어요. 반려조와 함께 살게 되면서 새라는 존재의 매력을 낱낱이 알게 되었습니다. 보들보들한 깃털부터 맑은 눈동자, 날개, 부리..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요. 그러다 보니 반려조뿐만 아니라 야생에서 만나는 새들에게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밖에 있는 새들은 자유롭게 행동하잖아요.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비행하고, 일광욕하고, 물장구치는 새들의 자유로움을 지켜보는 게 좋았어요. 새가 좋으니까, 새를 관찰하는 활동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동물만 좇았던 사람이었는데, 동물에 대한 사랑은 반려동물에서 시작한 편인 것 같아요. 탐조인들 중에는 조금 특이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탐조하며 만나는 다른 탐조인들을 보면 탐조를 시작한 계기가 반려동물인 경우는 많지 않아요. 야생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탐조를 시작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서도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탐조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보니 이런 콘텐츠를 접하며 시작하신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새만큼 탐조인의 모습이 다양한 것도 매력이네요.

 

Q. 지금까지 탐조 활동을 하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마음속에 사진처럼 각인된 순간이 하나 있어요. 동네의 새들을 보던 시절 중학교 2학년 때 집 근처에 습지 산책로가 있었는데, 많은 새들이 육추와 이소를 하는 공간이었어요. 부모새가 아기새를 키우고 가르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었죠.

어느 날 산책로 데크 한가운데에서 애쁠이와 함께 새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이 제 코앞으로 한 마리씩 쪼르르 쪼르르 지나갔어요. 그 순간의 햇살, 바람, 새들의 행동까지 아주 평화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새들의 시간을 잠깐 공유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때의 기억 덕분에 저는 지금도 그냥 가만히 서서 주위의 새소리를 듣고, 가까이 있는 새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붉은머리오목눈이 (흔히 뱁새라고 부르는 새다. 사진제공 권순호)

최근에 탐조하며 인상 깊었던 건 동아리 제주도 조사 때였어요. 친구들과 같이 흑로를 찾아갔는데, 기대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현무암 사이에서 가만히 있는 흑로를 발견한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보고 싶은 목표종을 갖고 탐조한 게 처음이었거든요.

흑로는 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가 명백히 아니기 때문에, 타지로 새를 보러 가서 목표했던 새를 찾았을 때의 기쁨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조그맣고, 너무나 현무암 색깔이고, 자기가 돌인 것처럼 가만히 있는 모습이 아주 귀여웠어요.

도심지 외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새들도 많이 보고 싶다는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흑로 (사진제공 조예원)

Q. 그러면 지금까지 보신 새 중에 유독 애착이 가는 종류나, 앞으로 이 종만큼은 꼭 보고 싶다 하는 그런 새가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인연이 닿아서 가까이 보이는 새를 가장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동네 탐조로 탐조를 시작한 경우다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특이한 새가 아니더라도, 참새가 됐든 집비둘기가 됐든 그 친구를 보고 있는 시간이 좋아요. 어떤 종을 꼭 보겠다는 열망이 다른 탐조인들보다 매우 적은 편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연합 탐조 동아리에서는 활동하다 보면 어울리는 새 이름을 붙여 주는 ‘새명’이라는 문화가 있어요. 이를 ‘부화’라고 하고요. 새명을 받으면 그 새는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터뷰 이후 조예원 학생은 ‘긴꼬리딱새’로 부화했고, 직접 관찰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긴꼬리딱새 (사진제공 조예원)

 

Q. 탐조를 시작한 이후로 변화된 점이 있을까요?

삶에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아졌어요.

길을 가다 새들을 만나, 그 친구들의 시간을 잠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제게 아주 큰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걸음을 늦추는 일이 잦아졌어요. 일상 속에 행복한 일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의 변화도 더욱 크게 체감하게 되었어요. 봄에 꽃이 피면 꽃놀이를 하는 새들, 무더운 여름날에 열심히 육추 하는 부모새, 낙엽을 뒤적이며 먹이를 찾는 무리, 작년에 이어 우리 동네를 다시 찾아온 겨울 손님까지⋯⋯. 사랑하는 존재들을 통해 자연을 느끼며 다음 계절도 행복하게 기다려집니다.

또한 아무래도 새를 관찰하다 보니, 야생동물과 서식지 보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문제라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예전에는 지나칠 수도 있었던 환경과 관련된 사안들에 귀를 기울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Q. 탐조활동을 하시며 중시하시는 가치가 있다면

저의 취미 활동이 그 친구의 생활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해요.

새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거리까지만 다가가야 하고, 버드콜링(녹음된 새 소리를 틀어 새를 부르는 일)과 같이 새에게 커다란 혼란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하고요. 이는 탐조하는 모든 사람이 명심하고 지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새를 좋아해서 탐조를 다니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좋아하는 대상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탐조라는 취미와 수의학이라는 전공에 연관이 있을까요? 탐조가 수의사나 수의대생에게 추천할 만한 취미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어요! 수의학도가 갖기에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탐조를 하다 보면 단순히 새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의 시간을 엿보며 여러 행동을 목격하게 됩니다. 새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생소했던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어요. 

수의사는 어쨌든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직업이잖아요. 탐조는 우리와 다른 생물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경험하게 해주며, 다른 종을 대하는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수의대 생활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분류군을 접할 기회이기도 해요. 탐조를 하다 보면 조류라는 분류군에도 관심을 두게 되니까요.

 

Q. 혹시 지금 탐조하고 있는 수의대생이나 수의사들 간의 네트워크가 있을까요?       

우선, 제가 활동하고 있는 연합동아리인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에 수의대생이 몇 분 있어요.

야생동물구조센터와 같이 야생동물과 연관된 일을 하시는 수의사나 실습생분들의 관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최근에 우연히 제 탐조용 SNS 계정을 보고 예과 2학년 후배가 연락이 와서, 바로 맛있는 걸 사 주면서 새 이야기를 나눴어요. 확실히 수의사나 수의대생들 사이에도 탐조인이 늘어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Q. 탐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야생동물과 생태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생길 것 같은데요, 혹시 관련해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야생동물이라고 하면 호랑이처럼 우리와 멀리 있는 동물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야생동물은 마냥 막연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그리고 많이 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사람의 활동반경과 겹치는 야생동물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야생동물들의 삶이나 생태계 문제에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투명한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가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800만 마리나 돼요. 충남대에서 자취방으로 하교하는 길에도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를 자주 봅니다.

새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저도 문제가 있는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 같아요.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이처럼 생태계 보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의사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어떤 수의사가 되시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신기하게도 태어나서부터 아무 이유 없이 동물이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수의사를 꿈꾸며 동물만 바라보고 살아왔어요. 살면서 동물들에게 받은 게 너무 많습니다. 반려동물들에게도, 야생동물들에게도요. 그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에너지를 얻었고, 그 친구들이 제 삶을 든든히 지탱해 주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항상 제가 받아온 것들을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동물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평안했으면 좋겠어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저 나를 거쳐 가는 친구들이 조금 더 평안하도록 도와주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Q. 1년 후 근미래와 10년 후 미래를 그려 보신다면

수의대에 입학한 직후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도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새를 많이 좋아하니까, 어떤 형태로든 새와 접점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않을까 정도의 확신만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바라는 1년 후의 모습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애쁠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에요. 아무래도 지금은 보호자의 정체성이 많이 큰 것 같아요.

 

Q. 앞으로 탐조에 입문하려는 수의사나 수의대생이 준비해야 할 것이나 입문 과정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새나 야생동물에 대한 끌림을 느끼셨다면 이미 입문하고 계실지도 몰라요. 지나가다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인사하는 것처럼, 길을 가다 마주친 새에게도 편하게 인사해 주세요.

조류가 먼 존재라고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마주친 새의 시간을 살짝 엿보면,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 주변의 새 친구들에게 관심을 주셨으면 해요!

관심이 생겼다면 도감을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도감을 통해 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새와 함께하는 재미를 더욱 많이 느낄 수 있게 될 거예요.

대학생이시면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와 같은 연합동아리에 들어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탐조 모임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탐조인으로서, 탐조에 막 도전하려는 0년차 탐조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탐조에 관심이 생겼으면, 가장 큰 허들을 이미 넘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가 다양하듯, 탐조인들의 모습도 다양합니다. 탐조라는 취미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새를 학술적으로 깊게 공부할 수도 있고, 새의 모습을 사진으로 간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가만히 서서 새를 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탐조라는 취미 내에서 새를 사랑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부담 없이, 자신이 원하는 탐조를 시작하여 자신만의 깨달음과 행복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주호 기자 zoology@kakao.com

[수(獸)타트:탐조는 처음이라] 야생조류 관찰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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