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서울대 수의대, 美태평양함대와 필리핀서 동물의료봉사 펼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대한민국 해군과 함께 필리핀에서 동물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고 30일 밝혔다. 미군 태평양함대 주관으로 진행되는 다국적 연합훈련 ‘2023 퍼시픽파트너십(Pacific Partnership)’의 일환이다.

미 태평양함대는 매년 여름 인도·태평양 연안을 순회하며 인도적 지원, 재난대응 역량 향상을 위한 다국적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시설 보수·개선을 지원하는 공병 분야, 전염병 관리와 보건의료를 지원하는 의무분야, 인수공통감염병 및 식품·환경위생 분야를 지원하는 수의분야 활동을 펼친다.

대한민국 해군도 2007년부터 의무요원 위주로 참가해왔다. 8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올해 퍼시픽파트너십 중 8월 21일부터 9월 16일까지 필리핀·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되는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해군 함정(상륙함 천자봉함)을 투입, 의무·공병 장병과 민간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민군 합동 인원을 파견했다.

수의 지원을 펼칠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도 천자봉함에 몸을 실었다. 서울대 수의대 이인형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박환훈 대학원생, 군위탁교육으로 본과3학년에 재학 중인 손민재 소령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해군 수의장교로 복무 중인 조현성 대위도 참여했다.

21일 산 페르난도(San Fernando) 항에 입항해 현지 축산물 위생 개선, 동물전염병 대응, 태풍·홍수 등 재난상황에서의 농장동물·반려동물 대책 수립 등의 활동을 펼쳤다. 지난 26일에는 현지 주민들을 위한 개·고양이 백신접종, 중성화수술을 실시하기도 했다.

동물의료봉사활동은 당일 Don Mariano Marcos Memorial State University (DMMMSU) Mid La Union Campus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이인형 교수는 “미 태평양함대의 지원 아래 La Union 지역의 San Fernando 시청과 지역수의사회, DMMMSU 수의과대학이 적극적으로 준비했다”며 “광견병 백신 접종 및 중성화 수술에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고 전했다.

당일 현지 태풍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봉사활동이 진행됐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을 펼쳤다. 광견병 백신 93마리, 구충제 투여 142마리를 비롯해 중성화수술도 136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한국 봉사단뿐만 아니라 필리핀 La Union 주의 현지 수의사, DMMMSU 수의대 교수진, 미군 수의장교 등 40여명이 힘을 합쳤다.

이인형 교수는 “별도의 식사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진행된 봉사활동에는 DMMMSU 수의대 학생들과 교수진, 미군 수의장교 등이 적극 참여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수의전문가로서의 동질감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해군은 31일까지 필리핀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훈련을 이어간다. 개학을 앞둔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은 먼저 귀국한다.

이번 봉사에 참여한 손민재 대위는 “수의사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DMMMSU 수의과대학 학생들과의 다음 봉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해군과 함께 섬에서 펼치는 봉사활동 이어져

서울대 수의대와 해군의 봉사 협력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양측이 인도적 지원활동 공동참여, 교육·학술 교류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퍼시픽파트너십에 해군과 함께 참가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필리핀 로하스(Roxas), 올롱가포(Olongapo) 지역에서 진행된 인도적 의무지원활동에 서울대 윤정희·이인형 교수가 참여한 바 있다.

퍼시픽파트너십은 매년 운영되지만, 올해 해군 참가일정이 방학 중으로 잡히면서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도 다시 참여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울릉도(2016), 덕적도(2017), 우도(2019) 등 도서지역을 돌며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코로나19사태로 중단됐던 봉사활동은 올해 6월 흑산도에서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