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獸)타트:수대협은 처음이라] 수의대 교육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내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안태준 회장
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 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獣)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대한민국 수의과대학생들을 위해 때론 가장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때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학생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7개국(교육국, 대외협력국, 문화기획국, 사무재정국, 정책국, 학술기획국, 홍보국)과 회장단으로 구성된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인데요, 수대협 회장 1년차 안태준 학생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 KVMSA) 제4대 회장 안태준입니다. 현재 충남대학교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작년 3월부터 1년 동안은 수대협 3기 교육정책국장을 맡았었고, 올해 3월부터는 제4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Q. 수대협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수대협은 대한민국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직업전문성과 생명존중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수의학 교육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죠.
수대협은 전국수의학도협의회(전수협, KVSA)라는 단체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보다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활동을 위해 2021년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로 단체명을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수의학 교육 개선뿐만 아니라 수의대생의 교류 증진, 인문학적 소양 개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 중입니다.
Q. 처음 수대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지금 다니는 학교가 제가 다니는 두 번째 대학교인데요, 수의대에 입학하면서 공부만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는데 작년에 수대협 3기 집행위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거죠(웃음).
그 중에서도 교육정책국이라는 부서가 마음에 들었어요. 원래부터 교육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이런 활동을 통해 제 관심사와 관련해서 경험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 학교를 다닐 때도 고등교육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작년 수대협 지원서에 1~5순위를 전부 교육정책국에 지원했습니다.
Q. 3기 교육정책국장으로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처음으로 수의과대학에 대한 통계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10개 대학의 교수, 학생, 대학원생 수를 확보하고, 대학별 과목 현황 등을 조사했습니다.
공개적인 활동으로는 청수콘서트에서 국가시험 관련 이슈를 제기했고, ‘2022 전국 수의과대학 학생 총조사’를 통해 수의대생들의 수의학교육에 대한 인식도 조사한 바가 있습니다.
총조사는 약 6개월간 진행된 프로젝트였는데요, 3천명 이상의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였습니다. 당시 1,273명이 설문에 응답했고, 그 자료는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장단 출마를 고민한 것도 이러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웃음).
Q. 수대협 4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먼저 5월에 미국수의전문의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실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벳아너스와 공동 기획 중인 ‘V-CAMP’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는 청주동물원과 협업하여 여름방학 실습생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7월 22일 전국수의학도농구대회VBL)를 시작으로 전국수의학도운동대회가 열렸고, 8월 전국수의학도축전(전수축)과 9월 청수콘서트로 이어집니다.
Q. 수대협 4기가 진행하고 있는 가장 큰 프로젝트가 있다면
수대협은 수의사 국가시험 문항 및 정답 공개를 위해 농림축산검역본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이에 앞서 4월에는 국가시험 문항 및 공개를 위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검역본부로부터 정보 비공개 결정을 통지받았습니다. 그래서 정보공개법, 수의사법 시행령 등을 근거로 삼아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행정소송을 위해 선뜻 나서주신 이형찬 변호사님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행정소송을 통해 국가시험 문항 및 정답 공개에 힘쓰고 있지만, 향후에는 국가시험의 실기시험 도입과 전담기관 설립을 위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이는 4기 이후에도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수대협 회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알게 모르게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회장단으로서 수대협의 모든 걸 총괄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과 모르는 분야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미 임기를 마친 전 회장단들에게 종종 연락하거나 교수님이나 선배님들을 찾아가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집행위 구성원들은 제가 따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시의적절하게 필요한 일을 척척 해내 주시기도 했습니다.
제 옆에서 도와 주신 교수님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수대협 전 회장단과 집행위 구성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수대협 활동을 하면서 잠을 많이 못 자고 있습니다. 본과 3학년이다 보니 낮에는 수업을 듣는 시간이 많아 주로 학교에 있어요. 밤에는 밀린 업무를 보고, 새벽이 되면 그제야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래도 잃은 것(평점)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수대협 회장이 보는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수의과대학이 교육환경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수의과대학의 시설 확충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전임교원을 수용하고, 교육 지원시설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각 학교로부터 이따금 들려오는 모교 발전을 위한 기금 소식을 통해, 언젠가는 수의학 교육환경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이 있습니다.
수의과대학이 6년의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예과 과정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일부 학교에서 이미 시행 중인 것처럼 본과 교육과정의 과목 일부를 예과에 배치하거나, 예과 교육과정 동안 복수전공을 허용하는 등의 기회를 마련하는 제도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12월에 진행된 총조사에서는 ‘예과 과정에서 복수전공을 허용하는 제도’에 46%가, ‘기초 수의학 과목의 일부를 예과 과정에서 배우는 것’에 대해 84%가 동의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이미 다수의 수의대생이 위와 같은 제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수대협과 본인의 10년 후 모습을 그려본다면
올해 수대협 공약으로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내걸었고, 여러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10년 후에는 확연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10년 후의 제 모습을 그린다면,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졸업 후에 임상수의사로 일하고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수대협 집행위원회와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먼저 수대협 집행위원회에는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수대협은 예산이 굉장히 부족한 단체입니다.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집행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교통비 지원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나서주는 집행위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전국의 수의대 학생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수대협은 수의학 교육과 현안에 대해 그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대협이 아무리 목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정작 수의대생들이 관심이나 의견을 내주시지 않는다면 수대협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대협은 회원인 수의대생들의 의견과 통계자료를 근거로 활동하기 때문에 학생 여러분들께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수대협은 언제든지 여러분들의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잦은 공지를 통해 귀찮게 하더라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대협이 열심히 활동 중이니 많은 응원바랍니다.
홍진서 기자 vivian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