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구·공직·산업 모두 한 자리에’ 전북대 수의대 진로특강의 날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진로특강의 날..학생 니즈 맞춘 다양한 강연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19일 본과 재학생 대상 ‘진로특강의 날’을 개최했다.
개교 72주년 기념 학술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11명의 수의사가 연자로 나섰다. 정규 강의를 모두 휴강한 채 종일을 진로특강에 할애했다.
진로특강은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춰 마련됐다. 반려동물 임상뿐만 아니라 농장동물·특수동물 임상, 공무원 연구직, 대학원 등으로 다양했다.
학교 선배들이 소개한 기초·예방·임상대학원 생활
이날 오전은 대학원 생활을 다뤘다. 수의해부학(장영진), 수의전염병학(박준수), 수의영상의학(박서로), 수의외과학(고종찬)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발표에 나섰다.
수의해부학실 장영진 수의사는 기초수의학 연구의 확장성과 통합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현재 연구 중인 일본원숭이 동맥관개존증과 돼지 심정지증후군 실험동물 모델을 소개하며 전문성과 협업을 강조했다.
임상·비임상을 넘나드는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며, 본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타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을 이뤄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장영진 수의사는 “수의사로서 기초과학 연구를 하고 싶다면 여러분의 수의학적 전문성이 꿈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수의외과학실 고종찬 수의사는 임상대학원생의 하루를 소개했다. 동물병원 수의외과에서 진행되는 진료·수술·처치는 물론 실험, 학술대회 및 봉사활동 참여, 교육까지 망라했다.
고종찬 수의사는 “외과 대학원생에게는 튼튼한 체력과 성실함, 강인한 인내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더 큰 수의사로
현직 수의사들의 특강은 국립축산과학원 조아라 수의사가 문을 열었다. 수의연구직 공무원의 역할과 반려동물 관련 연구현황을 소개했다.
수의연구사의 하루 일과와 현실적인 장단점을 설명한 조아라 수의사는 “건강한 축산이 지구 환경을 지킨다”며 수의연구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벳 오홍근 대표는 소(小)·중(中)·대(大) 수의사의 차이점을 지목했다. 개인의 개발을 중요시하는 수의사(小)와 주변에 대한 교육을 시작한 수의사(中)를 넘어, 직접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의사(大)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홍근 대표는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가면 1등은 한명이지만, 원을 그리며 밖으로 뛰면 1등은 원의 크기만큼 나온다”며 어떠한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에코특수동물병원 김미혜 원장은 특수동물 임상을 소개했다. 김미혜 원장은 에코특수동물병원에서 20여종의 동물을 진료하고 있다. 병원의 일상, 고슴도치 종양 수술 등을 담은 다양한 동영상이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미혜 원장은 “다양한 동물이 내원하기 때문에 공부할 것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일이 재밌고 지루하지 않다”면서 “생각보다 파충류와 앵무새와 관련된 학회와 세미나가 많이 있다. 또한 다른 임상분야의 치료법을 도입해 적용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호기심 넘쳤던 농장동물 임상 강연
돼지와 소 임상수의사는 명휘동물병원 김명휘 원장과 김제 행복을찾는동물병원 이한경 원장이 소개했다.
김명휘 원장은 돼지농장의 운영과 수익성 등 학생들의 현실적인 궁금증을 다뤘다. 김명휘 원장은 “선배로서 농장동물에 관심있는 후배들 적극적으로 돕겠다”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사의 길은 많으니 많은 정보를 듣고 신중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한경 원장은 소 임상수의사의 하루를 소개했다. 이 원장은 매년 1~2명의 수련수의사를 배출하고, 전북 지역 수의사 대상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이한경 원장은 송아지설사병, 난산, 제왕절개 등 다발 진료를 중심으로 대동물 진료 영역을 소개하며 특성상 Generalist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에 비해 치료를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안타깝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며 대동물 임상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수의사의 농장 운영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관점을 알기 위해 소를 키운 적도 있다”면서 “직접 밥을 주고 새끼를 받으며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수의사로서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확실한 이점이 있다”고 답했다.
이한경 원장은 “앞으로 학생들이 농장동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수의학 교육도 대동물 실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반려동물 임상에 가장 큰 관심
반려동물 임상 분야에서는 전주 메이동물병원의 차소현 수의사와 익산 와우동물병원의 주은명 수의사가 연자로 나섰다.
차소현 수의사는 졸업 후 2년간 수의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수의직 공무원의 업무와 임용방법, 워라밸, 복지, 연봉 등도 함께 전했다.
차소현 수의사는 “항상 자만하지 않고 한 번 더 체크하고 공부하려 노력한다”며 “바쁘게 일하다 보면 체력 준비도 매우 중요하다. 미리미리 길러 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주은명 수의사는 임상수의사로 일하며 마주한 여러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1차 동물병원의 진료 형태를 소개했다. 수술동의서 작성이나 마약류 관리, 각종 검사증빙 서류 발급 등 행정업무도 수의사의 중요한 역할임을 지목했다.
강연을 위해 미리 주변의 여러 수의사들로부터 병원 규모별 업무, 장단점, 서울과 지방의 차이점 등을 조사한 결과를 전달하기도 했다.
주은명 수의사는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과 실제로 겪는 차이는 크다”며 “많은 경험과 도전을 통해 여러분들의 진로를 잘 설정하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응원했다.
이날 진로특강의 날을 진행한 태현진 학과장은 “학생들의 변해가는 관심사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연자를 섭외했다”며 연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강연을 들은 이나경 학생(본3)은 “작년과 달라진 구성에 더욱 풍성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한창 진로고민이 많은 시기인데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뵙고 자유롭게 질문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채원 기자 rlacodnjs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