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아라국외봉사단이 12월 25일부터 31일까지 캄보디아에서 국외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교수 12명, 교직원 5명, 학생 34명으로 구성된 총 51명의 봉사단원이 참여했는데요, 수의과대학을 중심으로 12명의 동물진료봉사팀도 동참했습니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손수경 학생의 봉사활동 후기를 통해 2023학년도 제주대학교 아라국외봉사단 캄보디아 동물진료봉사활동을 소개합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기도 전, 비행기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본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넓은 평야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논과 밭…. 그리고 포장도로가 아닌, 사람들의 발로 다져져 만들어진 편평한 황톳빛 도로를 끼고 그 양옆으로 다닥다닥 비좁게 붙어있는 판잣집들… 마당에 풀어놓은 닭들이 서로 푸드덕거리며 싸우고, 피부병 걸린 개들이 이끼 낀 강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고양이가 수상가옥의 부서진 나무 모서리 위에 위태롭게 앉아 꾸벅꾸벅 조는 그 평화롭고도 한가한 모습!
공항을 나와 이동하는 길에 보이는 광경은 저에게는 온통 생소한 것들이었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방문하다 보면, 어느새 저희 봉사팀 뒤에는 어디선가 소문을 들었는지 맨발로 뛰쳐나온 동네 아이들이 대여섯 졸졸 뒤를 따라다니고 있곤 했습니다. 맨발로 서서 두 손을 벌리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칫솔 세트나 사탕을 쥐여 주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을 얻은 듯이 환히 웃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70년대 풍경과 비슷합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것 같죠.”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저 이야기로 들을 때는 와 닿지 않던 것이 직접 마주하니 피부로 생생히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도 꾸준히 유기동물 봉사 동아리 ‘백신’에서 국내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막연히 한국에서 해오던 봉사활동과 이번 봉사활동이 비슷할 것이라고 쉽게 어림짐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캄보디아 봉사활동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완벽히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모습은 바로 모든 개와 고양이를 집 안이 아닌 집 밖에서 자유롭게 풀어 키운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집에 대문이 없고 문을 항상 활짝 열어두어 반려동물들이 자유롭게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병아리를 제외한 닭들 또한 마당에서 자유로이 방목하여 키우는 모습이었습니다. 별도로 모이를 챙겨주지 않는 집이 많은지, 수상가옥 아래 하천으로 내려가서 무언가를 쪼아먹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다양한 감염병에 노출되고 위생에 취약한 환경이긴 했지만, 주민분들은 서툰 영어를 쓰면서도 더듬더듬 어떻게 해야 반려동물이 더욱 건강할 수 있을지 등 평소에 궁금하셨던 여러 가지를 적극적으로 질문하셨고,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의 ‘동물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은 우리 봉사단이 오히려 배워야 할 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저희 봉사단은 한국에서 말 치료를 위한 제엽염 연고 등 대동물용 약품을 많이 챙겨갔지만, 아쉽게도 쫑크니어 지역에서는 비싸게 팔리는 말을 일찌감치 팔았기에 말을 키우지 않게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가져온 대동물용 약품을 사용할 곳을 찾던 저희는 둘째 날, 버스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이웃 마을에서 구충과 치료가 필요한 소와 돼지 목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오후에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32도의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방진복을 입은 저희 12명의 동물봉사 팀은 무거운 약품 상자를 들고 마을 곳곳을 방문했습니다.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르고 마스크까지 쓴 터라 오랜 이동에 호흡도 가빠졌지만, 그동안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축주분들이 환히 웃는 모습을 보면 그런 더위도 씻은 듯이 날아가곤 했습니다.
3일간의 봉사 동안 어느 집을 방문하든 마을 주민분들께서는 저희를 매우 환영해 주셨고, 심지어는 쉬어가라며 망고와 용과 등 과일을 한 상 가득 내어주시는 집도 있었습니다.
서로 언어와 문화권은 다르지만,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현하는 부드러운 미소와 전해진 마음은 저희가 그다음 날도 다시 힘내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한편, 마지막 날 봉사를 하던 중에는 수상가옥 마을에서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관광객 무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칫솔을 나누어주던 저와 눈이 마주친 외국인 투어 가이드는 마이크를 들고 마을 곳곳을 손짓하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관광객들은 그 말을 듣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오~’하며 마치 마을 아이들과 피부병 걸린 개들을 향해 신기한 것을 본 것처럼 감탄하는 입 모양을 했습니다.
저는 왜인지 관광객들의 그러한 행동을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며 지나온 마을을 관광상품으로써 관람하러 온 관광객들을 보며 왠지 모를 묘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봉사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오지 않았더라면 저 관광객 무리에 껴서 이 마을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 ‘신기한 관광거리’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봉사 기회를 얻어, 관광객이 아닌, 실제로 캄보디아 사람들과 동물들이 어우러져 사는 삶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봉사자 신분으로 쫑크니어 마을에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이 다시금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봉사가 끝나고 해단식에서 중크니어 학교 선생님들께서 지난 3일간의 봉사활동에 대하여 저희에게 깊이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현하셨습니다. 저희의 봉사를 감사하게 여겨주시는 그 모습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에 마음이 따스해졌습니다.
봉사란 단발적인 행사인 ‘원데이 클래스’가 아니며,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더욱 발전된 봉사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