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적인 수의학 교육, 10개 수의대가 협력한다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추진
한수협 심포지움서 10개 대학 공감대..통합 6년제 전환 논의를 지렛대로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개편사업이 추진된다. 가칭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사업이다.
축종별 농장동물 임상, 가축방역, 해양 포유류, 수의법의학 등 사회적인 수요는 있지만 개별 수의과대학이 모두 다루기 어려운 공공적인 수의서비스를 함께 교육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개 대학이 모두 참여하고 정부 지원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22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한국수의과대학협회(한수협) 심포지움에 참여한 10개 대학 학장단들은 모두 사업 추진 필요성에 공감했다.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사업을 제안한 성제경 서울대 수의대 학장은 “통합 6년제 개편과정에서 공공수의학 교육을 함께 실시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사업이 현실화되면 통합 6년제 전환의 동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장 임상, 방역 등 공공수의학, 개별 대학이 모두 다루기 어렵다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로 협력 제안
수의사법이 제정된 목적 중 하나는 축산업의 발전이다.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을 위해 가축을 돌보고 동물질병에 대응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수의사에게 주어진 공공적인 역할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축방역관 기피, 농장동물 임상 고령화는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고착화되고 있다. 부산대가 수의대 신설 명분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게다가 수의사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더 다변화되고 있다. 말이나 특수동물뿐만 아니라 해양포유류 진료, 보호소의학(shelter medicine), 수의법의학 전문가 양성에 대한 수요까지 생겼다.
이러한 사회의 요구에 수의사가 부응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수의대 신설이나 정원 확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반려동물 임상 대비 벌어진 처우 격차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수의과대학이 이들 분야를 얼마나 잘 양성하는지도 문제다.
이날 한수협은 후자에 주목했다.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사업을 구상한 이유다.
성제경 학장은 “이러한 ‘공공수의학’에는 사회적,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 협력을 제안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공공수의학 분야는 다양한데 평균 교원 30명의 단과대학인 수의과대학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긴 어렵다. 대신 10개 대학이 특화된 공공수의학 교육 프로그램을 각각 만들고, 다른 대학 재학생들까지 함께 교육하자는 것이다.
꼭 새로운 부지나 건물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수의과대학별로 공공수의학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형태다.
이미 선행사례도 있다.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는 여러 수의과대학이 본과 3~4학년생들을 보내고 있다. 제주대에서 여는 말‧산업동물 임상실습에는 타대생들도 경쟁적으로 참여한다.
통합 6년제 전환 계기로 대학 간 교육협력 조율 기대
10개 수의대 모두 참여해 정부 지원 추진
이처럼 대학을 넘나드는 교육협력은 시간도 문제다.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의 기초과정은 도입 초기에 대학별로 정규 교과시간을 조정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평창의 심화교육 과정이나 제주대의 말‧산업동물 임상실습은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이기 위해 아예 여름방학을 활용한다.
이에 대해 성제경 학장은 통합 6년제 전환이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사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10개 수의과대학이 통합 6년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공수의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커리큘럼을 함께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센터사업이 현실화된다면 대학별로 통합 6년제 전환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기대했다.
성제경 학장은 “전국 모든 수의과대학이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교육 협력을 효율화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의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예산을 들일 명분도 있다.
이날 심포지움에 모인 10개 수의대 학장단들은 모두 공공수의학교육혁신센터 사업 추진 필요성에 공감해 찬성의견을 냈다.
부학장단 실무협의를 거쳐 사업추진안을 마련하고 내년 예산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