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넬대 수의대 동물행동의학교수가 된 김선아 수의사

한국 수의사 최초 코넬대 수의대 동물행동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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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 수의대 홈페이지에 소개된 김선아 교수

우리나라 수의사 최초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DACVB, Diplomate of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Behaviorists)인 김선아 박사님이 최근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행동의학교수가 되셨습니다.

지금까지 데일리벳에서 김선아 교수님을 여러 번 인터뷰 했었는데요, 김 교수님은 10년 전인 2014년 인터뷰에서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에 도전하겠다’, ‘국내 동물행동의학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본인이 세운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이 정말 놀랍습니다.

본과 4학년 시절 UC데이비스 수의과대학 인턴십 이후 ‘동물행동의학’이라는 한 길만 걸으며, 국내 최초 동물행동클리닉, 국내 수의사 최초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가 된 김선아 교수님이 다시 한번 국내 최초로 미국 코넬대 동물행동의학 교수가 되셨습니다.

데일리벳에서 김선아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2014년 6월 28일 서울대동물병원 반려동물문화교실

아직 코넬대에서 일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출근하는 게 너무 행복해요. 동료 교수님들께서 격하게 환영해 주시고, 이 학교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리고 햇살이 잘 들어오는 사무실도 너무 마음에 들고, 아침 출근길에 캠퍼스를 걸어오면서 듣는 물소리와 새소리도 저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다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한 나날들이에요.

여기에 근무하시던 Dr. Katherine Houpt 교수님이 은퇴하신 지 10년도 훨씬 지났는데, 그 뒤로 쭉 공석이었어요. 그러다가 약 2년 전에 Dave & Sheryl Duffield 부부가 코넬대 수의대에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연구와 교육을 하는 동물행동연구소(Duffield Institute of Animal Behavior)를 만들어 달라며 $12,100,000를 기부했어요. 그리고 동물행동의학 교수 2명을 뽑고 레지던트 교육을 시작하고, 동물행동의학 연구, 진료, 교육에 힘써달라고 하면서 제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코넬대 수의대에 더필드 동물행동연구소가 생기고 교수를 뽑기 시작할 때, 혹시 코넬대 교수로 오는 것에 관심 없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당시에는 충북대에서 임상교수로 일하고 있었기에 아직은 한국을 떠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6월에 충북대 임상교수를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을 때, 또 한 번 더 코넬대에서 올 의향이 없는지 묻길래, 그때 관심이 있다고 말했어요. 저는 레지던트 교육과 수의대생 학부 강의를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코넬대 지원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바로 다음 날 온라인으로 수의대 부학장님과 가벼운 인터뷰를 했어요. 대화를 해보니, 정말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교육, 연구, 진료 모두를 다 할 수 있는 자리더라고요. 그래서 지원서를 냈고, 바로 코넬대로 인터뷰하러 오라고 연락이 왔어요. 백수다 보니 자유롭게 인터뷰를 다녀왔고, 인터뷰 다음 날 바로 오퍼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코넬대 교수로 와있네요.

2016년 10월 한국임상수의학회에서 강의한 캐서린 홉 코넬대학교 명예교수(왼쪽). 김선아 박사는 캐서린 교수 이후 공석이었던 코넬대 수의대 동물행동의학 교수가 됐다.

맞아요. 현재 100명이 넘는 수의대 교수 중에서 아시아계는 3명뿐이고, 제가 유일한 여자 교수입니다. 하지만 수의대생은 여학생이 훨씬 더 많고요, 아시아계도 아주 많아요. 그래서 교수님들께서 제가 그 학생들에게 롤 모델이 되어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연구 40%, 진료 30%, 외부지원활동 20%, 그리고 강의 10%를 하기로 했습니다.

보호자들과 수의학과 학생들, 그리고 수의사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제가 충북대에 근무할 때도 임상교수이다 보니 강의를 하지 못했고, 대신 방학 때 ‘동물행동의학아카데미’를 통해 수의대생을 만났습니다. 강의를 원하는 학생들은 아주 많았지만, 강의실이 좁아서 아주 일부에게만 기회를 줄 수 있었던 것이 아주 안타까웠어요. 앞으로 전공자가 많아져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레지던트를 지원해서 합격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지원해서 합격한 경우는 제가 처음이었어요. 예전 선배님들은 미국에서 박사를 하거나 포닥을 하면서 (미국에 있으면서) 레지던트에 지원하셨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지원해서 인턴십이나 레지던트를 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리고 제가 코넬대 교수가 될 때도 한국에 있으면서 지원해서 오퍼를 받았고요.

이제는 마음을 먹고, 하고자 하고, 준비를 한다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마음을 먹어야 하고 준비가 되어야겠지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일단은 ‘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필요해요. ‘안 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한 사람들’이요.

글쎄요. 일단 개인적으로는 더 행복한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코넬대에 와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까 출근하는 것이 매일 행복합니다. 교수로서는 연구, 교육, 진료, 사회에 기여, 이 4마리 토끼를 잘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연구 분야는 몇 가지 관심 분야가 있는데, 만성스트레스 관리와 약물치료와 관련된 임상 연구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강의를 통해서 학부생 교육도 하겠지만, 레지던트 교육과 대학원생 교육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좋은 연구와 교육을 위해 진료도 열심히 해나가야겠지요.

[인터뷰] 코넬대 수의대 동물행동의학교수가 된 김선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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