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AM PM Ideal Pet Care’ Externship 후기 : 김준석


1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지난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캘리포니아에 있는 AM PM Ideal Pet Care 동물병원(이하 API) Externship에 참가하였습니다(관련기사 : “미국 수의사 도전하는 후배들, 헤매지 않기를”).

미국수의사 진로에 뜻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기를 남깁니다.

높은 급여, 좋은 사회적 인식, 수의사 친화적 근무 환경, 새로운 도전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서 수의사의 길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 또한 비슷한 이유로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세간에 떠도는 소위 ‘카더라’식의 소문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진로를 더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길을 알아보던 중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된 익스턴쉽 공고를 보고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길이 열리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지원했습니다.

API에서의 실습은 그전까지는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공지를 올리고 공식적으로 실습생을 받으며 항공, 숙박 등이 지원되었습니다. 지원 서류로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원장님과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고학년을 우선적으로 선발했고 실제로 미국수의사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LA공항에 도착해서 받은 느낌은 ‘따뜻함’이었습니다. 겨울임에도 따뜻한 기온에 마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우버 등에서 만난 여러 이민자분들에게서 “캘리포니아는 날씨 하나만 봐도 올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평을 들었고 어느 정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월에도 붐비는 캘리포니아의 해변

미국은 큰 나라이고 각 주 마다, 도시마다, 또 병원마다 큰 차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한 병원만 경험한 저의 생각은 대표성을 띠지는 않음을 미리 밝힙니다.

제가 경험한 미국 동물병원의 시스템을 소개하면, 처음 보호자가 내원하면 리셉션에서 기본사항(이름, 나이, 품종 등)을 수집하고 테크니션이 TPR과 몸무게 등의 정보를 체크합니다. 그 후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문진 및 청진 등 신체검사를 합니다. 그 후 수의사는 가능한 모든 감별진단 목록과 진료 계획을 보호자와 공유하고 보호자가 그 중 플랜을 선택합니다. 항상 가능성이 낮은 질환도 설명하고 교과서적인 가장 최선의 플랜을 제시한다고 느꼈습니다.

실습을 했던 다른 한국의 로컬 병원에서 ‘과잉진료 한다’라는 인식이 생기는 것을 걱정해 절충된 플랜을 주로 제시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이와는 다르게 각 플랜의 예후와 부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비용을 모두 제시한 후 보호자가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소송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현지의 상황과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의 영향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후 수의사가 차트를 작성합니다. 차트에는 환자 정보, 신체검사 내용, 감별진단 목록, 보호자와의 소통 내용, 진단 및 처치 플랜 등이 포함됩니다. 수의사 선생님들은 특히 차트 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차트는 정확한 처치가 이뤄지고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소통 방법임과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의사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차트가 작성되고 진료 플랜이 확립되면 보호자는 수의사가 제시한 여러 플랜 중 자신이 원하는 플랜을 선택합니다. 리스트에는 전문의에게 refer하는 것과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적의 진단 및 처치, 그리고 보존적 또는 대증 치료 등 차선책이 제공됩니다. 보호자가 차선책을 선택하거나 진단 옵션을 충분히 선택하지 않으면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의학적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의 AMA(Against Medical Advice) 사인을 받고 부작용이나 예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처치하거나 또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비용과 관련해서 상담하는 일이 없어 부담을 덜 수 있는 것도 한 가지 장점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테크니션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약물의 투약, 수액, X-ray 촬영 등 수술을 제외한 처치를 대부분 테크니션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수의사의 역할은 해석과 계획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고 처치는 테크니션이 주로 하는 역할 구분이 확실했습니다.

복수로 내원한 환자의 초음파 검사

내원하는 환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구토, 설사, 무기력 등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골절, 전방십자인대단열, 고관절 질환 등의 이유로 파행을 겪는 환자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전문의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는 심장질환이나 수술적 치료는 주로 전문의에게 refer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Specialty(전문의)와 General Practice(GP)의 비용적인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보호자에게는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습을 했던 API에서는 GP 중 예외적으로 골절 치료, TPLO, FHO 등 정형 수술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전문의에게 가기 힘든 보호자에게 다른 선택지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실습은 총 2주간 진행되었으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고 주말에는 쉬었습니다. API는 중성화 전문 클리닉인 Spay & Neuter Clinic과 본원인 Medical & Surgery Center 두 군데로 운영됩니다. 매주 1회는 중성화 클리닉에서 실습을 하고 4일은 본원에서 실습하였습니다.

중성화센터는 매일 약 30마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중성화합니다. 한 명의 수의사와 테크니션들이 함께 손을 맞춰 진행되는데 전 처치와 술 전 검사, 마취 도입까지 테크니션이 모두 진행하고 수의사는 마취 전 신체검사를 실행하고 수술을 집도합니다. 실습생은 수술 준비 과정을 함께하며 기도 삽관, 카테터 삽입 등을 배우고 수술을 참관하였습니다.

본원에서는 수의사 선생님과 보호자 면담에 함께 들어가고 차트 작성하는 과정을 참관했습니다. 이후 처치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간단한 처치는 직접 배워볼 기회도 가졌습니다. 또 탐색적 개복술, 안구 적출, 자궁축농증 처치 등 연부조직 수술만이 아니라 TPLO, 골절 처치 등 정형 수술에 보조를 설 기회도 있었습니다. 특히 멸균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양 제거 수술 보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상당히 많은 수의 안락사 케이스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호자가 스스로 경제적 여건이 안 된다며 안락사를 요청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치료 플랜과 예후를 제시하고 그 예후가 나쁘거나 고통이 클 것으로 생각될 때 보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안락사가 함께 제시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가 이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수술 외에도 격리 병동에서 파보 환자에 수혈을 하거나, 수술을 위해 환자를 준비하는 과정, 여러 보호자를 대하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습에 임하며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내가 과연 이곳에서 수의사로서 생활할 수 있을까?’와 결부 지어 생각하고자 노력했고 결론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선진화된 수의학 기반과 이를 통해 발전하고자 하면 충분히 스스로 정진할 수 있는 환경에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실습한 API 동물병원은 수의사와 테크니션의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GP 수준에서 배우기 힘든 여러 수술이나 초음파 등 진단 기술을 배우고 익히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타지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송에 대한 압박감,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한국에 비해 안전한 느낌이 들지 않는 치안 상태 등 주저하게 하는 요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수의사로서 발전을 모색하고 새로운 도전을 기꺼워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야를 넓히고 진로를 탐색한 것 외에도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녔던 시간이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수의사 선생님들과 후배를 아끼는 마음으로 기회를 마련해주신 원장님, 늘 유쾌하게 실습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직원과 테크니션 분들, 함께 지내며 성장한 실습생들과 인솔해 주신 감사한 교수님들까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이런 멋진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 저에게는 충분한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 뜻하는바를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AM PM Ideal Pet Care’ Externship 후기 : 김준석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