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현상·전염병 확산하는 꿀벌…양봉 산업에서 수의사 역할은?
한국양봉농협 허주행 수의사,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강연
한국양봉농협 허주행 수의사가 13일(월)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양봉산업과 꿀벌 수의사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허주행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 꿀벌질병 분야별 협의체 위원, 대한수의사회 꿀벌질병특위 위원, 대한꿀벌수의사회 업무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허주행 수의사는 꿀벌 질병의 종류와 특징, 양봉산업의 위기와 대처 방안, 양봉산업에서 꿀벌 수의사의 역할과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꿀벌은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수의사가 직접 문제가 생긴 양봉장에 가서 현장 진료를 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양봉산업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벌꿀 생산량은 세계 17위이지만, 꿀벌 밀도는 세계 1위다. 외국에 비해 좁은 땅에서 많은 수의 벌을 키우다 보니 벌들 사이에 활동 반경이 겹쳐 벌들 사이에 질병 전파가 잘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21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3년 연속 월동기 꿀벌들이 사라지는 피해(일명 꿀벌실종 사태)가 전국에서 발생했는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농약(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헬기 살포, 드론으로 논과 산림 등지에 농약 살포, 밀원수 부족과 이상기후로 인한 동시 개화로 꿀벌 먹이 감소, 꿀벌의 면역력 약화, 전국으로 확산된 말벌에 의한 피해, 꿀벌응애류 극성, 꿀벌응애류 방제 약품 내성 심화 및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 남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허 수의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36가지의 꿀벌 질병(세균성, 진균성, 바이러스성 질병)이 있는데, 꿀벌 질병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무증상 감염이 많으며 다른 질병과 혼합감염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해결이 어렵다고 한다. 소음이나 축사 등 주변 환경이 질병 발생과 전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허주행 수의사는 양봉 산업의 지속을 위해서는 전염병 확산과 약물 오남용을 막고, 수의사에 의한 진단과 처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김남균 학생(본3)은 “이번 강연을 통해 꿀벌 실종 현상의 원인과 이에 따른 양봉 산업의 위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의사가 할 일은 무엇인지, 나아가 꿀벌을 보존하는 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고은 기자 est2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