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40% 예산 줄어든 수의학교육인증원
교육부 인정기관 됐지만 예산지원은 오히려 5천만원 이상 감액..기관 생명력 ‘흔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수인원, 원장 박인철)의 재정 여건이 더 열악해졌다. 지난해 교육부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지만 예산 지원은 오히려 더 줄었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해오던 1억원 예산은 올해 갑자기 사라졌다. 대신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에 수의학 교육 연구용역이 마련됐지만, 이를 수인원이 수주한다 해도 예산은 기존의 절반인 5천만원에 불과하다.
교육부에서 인정기관에 지원하는 예산 3,700만원을 더해도 오히려 예년보다 줄어든 셈이 된다.
교육부 인정기관 됐지만..예산은 -5300만원
인증평가 실무 간소화 불가피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EPIS)은 지난달 28일 ‘수의학 교재 개발 및 교육 표준화 지원 사업’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동물의료 선진국 교육 현황을 파악해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권고하는 수의학 교육에 기반한 임상 교재를 개발하고, 교육표준화를 위한 수의과대학 인증을 수행하는 것이 주 골자다.
이는 수인원이 매년 수행하던 업무다. 해마다 2개 안팎의 수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수의학교육 인증 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부족한 예산을 쪼개 수의학 교육 개선 연구도 꾸준히 실시해왔다.
해당 입찰에 참가한 수인원이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연구예산은 5천만원이다. 기존에 농식품부가 매년 지원했던 1억원의 절반에 그친다. 교육부의 지원금(3,700만원)을 합쳐도 예산은 5,300만원이나 줄었다. 전년의 60% 수준이다.
현재 수인원이 피평가대학으로부터 받는 평가대금은 2,300만원이다. 평가대금만으로는 서면·현장평가와 판정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워 정부예산으로 일부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예산이 줄고 지원방식도 연구용역으로 변경되며 이 같은 뒷받침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EPIS 연구용역은 수의학교육 연구에, 교육부 지원금은 3주기 인증평가 대비에 주로 투입된다. 수인원 운영비와 인증평가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박인철 원장은 “수인원 운영과 인증평가를 위한 제반비용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이사회 비용과 회의비도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현재 진행 중인 충남대 수의대 인증평가에도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증평가 심사나 판정 절차 일부를 서면으로 대체하고, 방문평가도 3박4일에서 2박3일로 압축됐다. 내실 있는 인증평가를 진행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원장 1명과 직원 1명의 인건비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예산 복구 이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대한수의사회가 일부 금액을 지원하고, 박인철 원장이 기부금을 모으러 동분서주하고 있다.
피평가대학이 10곳에 불과하다 보니 평가대금만으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고, 의사 등과 달리 교육인증과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법적으로 연계되지 못해 평가대금 상향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박인철 원장은 “수인원의 재무구조가 열악하다는 점은 교육부 인정기관 평가 과정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면서 “기관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기존 예산(1억원)이 복구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래도 미래 준비는 멈추지 않는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교육·인증 개선을 위한 준비작업은 계속 진행한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수의임상기본실기지침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인증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지원받던 1억원 중 일부가 투입됐다. 개발된 지침은 한국수의임상교육협의회와 엠서클 베터빌이 동영상 형태로도 제작했다.
EPIS 연구용역을 수주하면 올해는 진료수행지침 개발을 이어간다. 보호자나 환자가 호소하는 주증상에서 출발해 병력청취, 신체검사, 추가적인 정밀검사, 감별진단, 치료계획 수립, 예후안내 등으로 이어지는 실제 진료의 순서를 도식화하는 작업이다.
박인철 원장은 “가령 학생들이 수의사가 되어 ‘설사’라는 증상을 만났을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지침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 대부분은 3주기 인증평가기준을 개발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현재까지 6개 대학이 2주기 인증을 완료했다. 나머지 4개 대학(충남·강원·전남·경북)도 내년까지 2주기 인증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박인철 원장은 “지난해 국내 보건의료계열 인증기준과 미국, 유럽 수의학교육 인증 사례를 조사했다”며 “해당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3주기 인증기준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