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에 모인 세계 수의대생들, 2024 IVSA Summer Busan Event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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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수의대 문경주

나의 두번째 IVSA 행사이자, 이번 여름방학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해준 Summer Busan Event의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Day1, 첫 날 들뜬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덴마크 Congress에서 작년 여름에 만났던 대만 친구 Fish를 다시 만나 너무 반가웠다.

식당에서 조별로 자기소개를 하고 외국 친구들에게 반찬을 소개해줬다. 잡채, 전, 도토리묵, 불고기 등 외국 친구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하나하나 먹어보며 신중하게 맛을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다들 음식이 입에 잘 맞았는지 다행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상추와 깻잎에 쌈을 싸먹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는데, 독특한 깻잎향이 익숙지 않았는지 깻잎쌈은 별로라고 했다. 또 빨간 국물의 된장찌개와 빨간 국물의 열무 물김치를 보며 두개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외국친구들의 신선한 질문에 웃음이 나왔다.

덴마크 Congress에서는 대부분 내가 외국음식을 시도해보는 입장이었는데, 반대로 우리나라 음식을 외국 친구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어서 즐거웠다.

Day2와 Day3인 주말에는 부산 수의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여러 강연을 듣고, 부스에서 다양한 의료 기기 및 새로운 진단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강연이 김선아 교수님의 동물행동학 강연이었다. 수의대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셨는데, Fear Free Practice Program에 관심이 갔다.

Fear Free는 반려동물의 두려움과 불안을 줄이기 위해 수의사와 보호자를 교육한다. 동물의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감정적 건강을 다루는 것을 중시한다.

동물을 사랑하고, 가까운 미래에 수의사가 될 것이지만, 나는 강아지 또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어 부끄럽게도 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수의사로서 보호자뿐만 아니라 환자인 동물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이러한 프로그램은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하기 전까지 교육을 수료하고 fear free certified 수의대생이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Day 2 저녁에는 깡통시장을 방문하여 조원들과 다양한 시장 음식을 맛보았다. 우선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등 분식을 먹고, 호떡, 철판아이스크림, 참외도 먹었다.

그러던 중 국가별 소개팅, 미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녀가 단둘이 만나는 ‘소개팅’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어 문화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맛있다’는 표현을 서로의 언어를 배우며 따라하는 서로의 서투른 모습에 모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에 일본인 친구 Mana가 참외를 꼭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시장에서 과도를 빌려 다같이 참외를 깎아먹었는데, 참외가 참 달고 맛있었다. 이제 참외를 보면 Mana가 생각날 것 같다. 

Day3 저녁에는 IVSA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인 ‘Culture Night’이 열렸다. 각 국가별로 부스를 만들어 다양한 음식과 술을 소개하는 행사다. 각 국가 테이블 위에 음식을 준비하고 설명해줄 준비를 하는 참가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Turkish delight 젤리도 먹어보고, 쌀과자와 비슷한 일본과자와 오이오차 녹차 티백도 받고, 한참동안 줄을 서 인도네시아 친구 Cindy가 직접 손 글씨로 편지를 작성한 엽서도 받았다.

생각보다 두리안 맛 과자나 사탕을 가져온 국가들이 많이 있었다. 두리안 과자를 조금 먹어보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무슨 용기였는지 친구 따라 두리안 사탕을 통째로 입에 넣었는데..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Day4에는 해동 용궁사를 방문하였다.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해동 용궁사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2간지 동물상 중 뱀상 앞에서 동갑인 2001년생 친구들과 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학업성취불과 교통안전기원탑 앞에서 기도를 하고, 소원을 빌고 동전을 물에 던지기도 하였다.

친구들과 기와 한 장을 구매하여 다양한 소원을 적고, IVSA로 꾸며 완성하였다. 처음에는 무엇을 적을지 몰라 다들 쭈뼛쭈뼛했지만, 어느새 다양한 언어와 글씨체로 완성된 우리의 기와가 가장 빛이 났다.

오후에는 송정해수욕장에 방문하였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다가오는 파도에 까르륵 소리지르며 놀다가 근처에 있는 빙수집을 가기로 했다.

여러가지 빙수를 맛본 후 남는 자유시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터키 친구 Oykusu가 재미있는 게임을 제시하였다. 둥글게 앉아 시작하는 사람이 한 문장을 귓속말로 옆사람에게 전달하면, 차례대로 옆사람에게 귓속말로 그 문장을 전달하여 마지막 사람이 소리 내어 문장을 말하는 것이다.

간단한 게임이지만, 이를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터키어, 태국어로 변형해 진행하여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문장을 소리로만 듣고 전달하는 셈이 되었다. 결국 매번 시작하는 사람이 의도한 문장과 완전히 다른 의미의 문장이 되어버렸지만 그 과정 속에서 웃음이 절로 났다.

저녁에는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치맥파티를 벌였다. 이영락 부산시수의사회장님과 에팅거 수의내과학 저자인 Etienne Cote교수님께서 참석해 주셨다. 평소 궁금한 질환이 생길 때 마다 가장 먼저 Cote’s Clinical Veterinary Advisor이라는 책을 찾아봤었는데, 이 책의 저자이신 Cote 교수님을 직접 뵐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Cote 교수님의 사인을 받으며 잠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나의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씀해 주셨다. 치킨과 맥주 그리고 하이볼까지 모두 근사했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교수님과 부산시수의사회에 감사했다.

마지막 날인 Day5 오전에는 동물병원 두 곳을 견학했다. 대형 수중 런닝머신 등 다양한 의료 기기와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한 동물병원에는 유튜브 촬영실까지 따로 있었는데, 강의 촬영 시 사용된다고 하셨다. 개원하게 되면 마케팅 및 교육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요트투어 일정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씨의 거센 파도에 요트가 좌우로 흔들렸지만 덕분에 친구들과 손을 잡고 비명을 지르며 더욱 재미있는 추억을 남겼다.

어느새 모두가 우비를 쓰고 요트의 갑판위로 나와 어스름한 푸른빛을 띠는 하늘의 야경과 불꽃놀이를 즐겼다. 모두 옹기종기 요트에 모여 앉아 사진을 찍으며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행사인 ‘white t-shirt party’를 통해 벌써 행사의 끝이 다가왔음을 실감하였다. 한 명 한 명에게 하고싶었던 말을 정성스레 적다 보니 어느새 모두의 흰 티셔츠가 알록달록 글씨로 가득했다. 놀랍게도 만난 지 5일 밖에 안 되었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것처럼 편하고 소중한 친구들을 얻어 정말 행복했다.

또한 학교생활을 하면서 타 수의과대학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 여러 수의과대학의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어 뜻깊었다. 훗날 함께했던 친구들을 병원 또는 직장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을 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생각만해도 든든하다.

외국친구들에게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소개해줄 수 있어 보람찼고, 반대로 외국의 문화와 수의학 교육, 언어 등도 배워갈 수 있어 매 순간순간 새로웠다. 항상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주는 IVSA, 기회가 된다면 다음 행사 때도 또 참여하고 싶다!

[기고] 부산에 모인 세계 수의대생들, 2024 IVSA Summer Busan Event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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