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험 투명성 외면한 재판부에 유감” 문제공개 1심 패소에 수대협 성명

'국시 문제 공개하면 출제범위 좁아진다? 같은 문제 재활용하려고 공개 않는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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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국가시험 문항공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가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5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수대협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국가시험의 투명성을 외면했다며 항소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수대협 측은 같은 날 항소 접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수대협은 지난해 열린 제67회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제 및 정답을 공개해달라고 검역본부에 요청했다. 검역본부가 이를 거절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국가시험 문제를 공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시정되지 않은 채 섣불리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시험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수대협은 “재판부 결정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수의사가 될 자들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과 같은 ‘깜깜이 시험’이 유지되면 국가시험 및 면허제도를 통한 수의사의 전문성 보장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국가시험 문제가 공개되면 중복 출제를 피하기 위해 출제범위가 좁아질 우려가 있고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출제가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고 본데 대해서도 ‘수의사 국가시험 제도의 실황과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수대협은 “수의사 국가시험은 동물의 진료에 필요한 수의학과 수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공중위생에 관한 지식 및 기능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수의사의 역할과 기능이 변하지 않는 한 그 평가의 내용 역시 매년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의사가 필수적인 지식과 기능에 관한 것이라면 중복 출제를 피할 이유가 애초에 없다는 얘기다.

문항 공개에 앞서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거나, 새로운 출제방식 도입을 위한 시간·비용 제약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미 양질의 문제로 검증된 기출문제의 재활용을 포기해야 할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등 재판부가 피고 검역본부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지목했다.

수대협 측은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전 시험에서 출제된 문항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재활용한다는 가정에서 성립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수의사가 되기 위해 중요한 지식이라면 같은 과목의 같은 영역에서라도 얼마든지 다른 문제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재판부도 국가시험 문제·정답을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 일반에 의한 출제오류의 시정 가능성, 국가시험 행정의 투명성 확보 등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가 갸우뚱할 수 있는 문제도 비공개로 남다 보니 검증되지 않는다. 설령 몇몇 문항에 문제가 있다 한들 높은 합격률 속에 가려진다. 2016년 이후 올해까지 수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9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가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수의대 교수는 당국이 문제 공개에 부담을 느끼는 주요 원인으로 출제범위나 문제 재활용보다는 ‘오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정된 인원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시험문제를 만들다 보니 검토과정에 구조적인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행 국가시험은 그해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수의대 교수진 40여명이 시험 직전 3박4일간 합숙하며 출제하는 벼락치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출제위원이 아닌 동일 전공의 교수나 전문가가 별도로 검토하는 체계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가시험을 치렀던 공중방역수의사 수 명에게 문제풀이를 시켜보는 정도에 그친다.

이 교수는 “(현재는) 기초 교수가 낸 문제를 임상 교수가 보고, 임상 교수가 낸 문제를 기초 교수가 보는 식”이라며 “제대로 검증하려면 적어도 같은 전공자가 검토해야 한다. 출제와 검토 과정도 아예 분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면 출제위원과 별도로 검토위원을 선발하고, 검토과정을 별개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원을 투여해야 한다.

수대협은 “수의사 국가시험의 문제를 공개하고자 하는 것은 국가시험을 치른지 오래되지 않은 공중방역수의사 몇몇에 의한 난이도 평가가 전부인 현행 국가시험의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문제 공개는) 국가시험제도의 기능을 강화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역본부에 “언제까지 구시대적이고 결점투성이인 현 수의사 국가시험을 방치할 것인가, 언제까지 업무와 비용이 증대된다며 정상적인 시험 운영을 미룰 것인가” 힘주어 물었다.

수대협은 “수의사 국가시험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재판부와 수의사 국가시험 운영 주체의 각성을 촉구했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성명서 전문 보러가기

“국가시험 투명성 외면한 재판부에 유감” 문제공개 1심 패소에 수대협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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