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바다거북 입에 걸린 낚싯바늘·상괭이 위에는 스티로폼

2024 제주도 국제 해양동물 부검교육 2회에 걸쳐 진행...4개국에서 총 36명 학생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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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주도 국제 해양동물 부검교육(해양포유류 부검교육)이 지난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8월 5일부터 9일까지 총 2차례에 걸쳐 한국수산자원공단(FIRA) 제주본부에서 진행됐다.

제주도 국제 해양동물 부검교육은 매년 한 번만 진행되어 왔지만, 올해는 교육 대상을 국제적으로 더 넓혀서 해양동물에 관심 있는 국내외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함께 학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1차 교육(국내)과 2차 교육(국제)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차 교육(7월 15~19일)에는 우리나라 10개 수의과대학 학생 21명이 참가했고, 2차 교육(8월 5~9일)은 우리나라 수의대생 8명과 인도네시아, 미국, 호주 수의학과 학생 7명이 참여했다. 2차 교육은 영어로 진행됐다.

이번 부검교육은 제주대 해양과학대 김병엽 교수, 서울대 수생생물의학 박세창 교수, 강원대 수생생물의학 김상화 교수의 지원 아래, 서울대 수의대 수생생물의학실의 이성빈·정원준·박다솔 수의사와 박은재 수산질병관리사가 주도하여 진행됐다. 또한, 강원대 이영서·추교빈·권정훈 학생, 경상국립대 최유진 학생, 서울대 조한석 학생이 프로그램 도우미를 맡아 교육을 보조했다.

1일 차에는 자기소개 및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해양포유류, 연골어류, 해양파충류 해부학 및 부검 이론 교육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이 함께 협재 밤바다를 구경하며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고래 이론 교육을 진행 중인 이성빈 수의사
상어 이론 교육을 진행 중인 박다솔 수의사

2일 차부터 4일 차까지는 본격적인 부검교육이 이어졌다.

1차 교육 때는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별상어·돔발상어·곱상어, 상괭이 총 8개체를 부검했다. 2차 교육 때는 푸른바다거북, 무태상어·까치상어·별상어, 상괭이 총 8개체 부검했다.

학생들은 부검 보조, 기생충 샘플링, 측정, 사진 보조, 차트작성 등 조별로 다양한 역할을 맡아 해양동물 부검에 직접 참여하며 전문지식을 얻고 부검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상괭이 부검 시에는 한국·홍콩 해양동물 영상의학 공동연구팀 Team MAIL(Marine Animal Imaging Laboratory)의 Adams Hei Long Yuen 연구원이 분석한 비침습부검기법 Virtopsy 데이터를 활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Virtopsy는 Virtual necropsy의 합성어로, whole body scan CT data를 3D reconstruction한 데이터상에서 부검을 가상으로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가상부검을 통해 해당 상괭이 사체가 어떤 병리적 요소를 지니고 있을지 실제 부검에 앞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마지막 날에는 부검을 진행하며 차트에 작성했던 내용을 토대로 조별로 토론 후, 폐사원인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다거북 부검 결과, 붉은바다거북 한 개체는 낚싯바늘에 의해 생긴 외상을 통한 감염으로 패혈증(sepsis)이 발생해 급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푸른바다거북 한 개체는 장 말단 부위에 해양쓰레기나 석유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접착성 물질로 인한 장 폐색(obstruction)이 있었다. 해당 개체의 기관 내에도 포말성 액체가 관찰되는 등 질식사 소견을 보였다.

붉은바다거북 입에 걸린 낚싯바늘
상괭이 위에서 발견된 스티로폼 조각

상괭이의 경우, 부검한 여덟 개체 모두 호흡기계 장기 내부에서 포말성 액체(질식사 소견)가 관찰됐다. 상괭이의 질식사는 주로 혼획으로 인해 수면에서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발생한다.

상괭이 한 개체의 위에서는 스티로폼 조각들이 발견되어 학생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주었다.

또한, 약 24cm 크기의 유선 부위 부종이 확인된 개체도 있었다. 이는 유즙, 농양, 기생충으로 인한 석회화(calcification)로 확인됐다. 장중첩증(Intussusception) 소견을 보인 상괭이도 확인되어 추후 추가적인 분석이 진행될 예정이다.

발표에 이어 한림읍 옹포리 해안가와 협재 해변에서 정화활동(플로깅)이 진행됐다.

정화활동 중 다수의 어구 쓰레기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하와이까지 표류하여 바다사자의 입에 끼어 폐사를 유발한 우리나라 통발, 그리고 플라스틱병에 갇혀 고온으로 죽은 게도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해안가 정화활동 중인 수의사, 학생들
발견된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어구 쓰레기
해양포유류 폐사를 유발하는 통발

1차 교육의 플로깅 강의를 맡은 경상대 최유진 학생(본3)은 “해양 보전을 위해 힘써주는 숨은 영웅들을 생각하고 우리도 그런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 학생들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플로깅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육상쓰레기도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생활 쓰레기를 줄이는 작은 실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 교육 마지막 날에는 수의사들과 국내외 수의학도들이 모여 수혼제를 진행하며 상괭이, 상어, 바다거북 등 올해 부검한 해양동물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해양동물 수혼제를 주최한 서울대 이성빈 수의사(왼쪽)와 조한석 학생(왼쪽에서 두 번째)

해양동물 분야에 관심을 갖는 수의학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커리큘럼상 수의대에서 다양한 해양동물을 접할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2021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제주도 해양동물 부검교육의 기획과 진행을 맡아온 이성빈 수의사는 “부검교육을 통해 관심 분야가 비슷한 국내외 수의학도가 함께 모여 상어, 고래, 바다거북 등 다양한 해양동물들의 해부생리학, 생태학 등을 짧게 나마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지식 습득 외에도 인간이 해양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해양동물 보전의학 연구의 필요성, 부검 연구의 가치 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재해수욕장에서 해안가 정화활동을 마친 2차 교육 학생들

이번 부검교육에 참여한 서울대학교 박나린 학생(본과 2학년)은 “해양동물 부검을 하며 육상 포유류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구조를 확인하고 병리학, 해부학 등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바다거북과 상괭이 부검 중 나온 낚싯바늘과 스티로폼 조각, 플로깅 활동을 언급하며 “환경오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해양 오염이 돌고 돌아 결국에는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의대생으로서 이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 국제 해양동물 부검교육은 ‘해양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내외 학생들의 교류 자리 마련’이라는 주요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도 활발한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혜원 기자 oni1648@naver.com

붉은바다거북 입에 걸린 낚싯바늘·상괭이 위에는 스티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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