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복 전남대 신임교수 “수의안과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힘쓸 것”

20년 경력의 안과 베테랑...“망막 질환 연구로 임상 발전 선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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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9월 1일 자로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안과학 교수로 부임한 정만복입니다. 현재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이며 한국수의안과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교에 임용되어 여러 후배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기쁘고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 우리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임상 교육 발전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여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석사과정에서 수의외과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시기에는 대학동물병원의 진료과가 세분화되지 않았고 외과에서 안과, 치과를 큰 범위로 같이 진료했습니다.

한 번은 시력을 잃은 진돗개 환자의 주치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진료를 하면서 진돗개의 망막검사를 했는데 개의 반사판 색깔이 노란색이었는데, 문득 제 영혼이 깊은 노란 바닷속에 빠져드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 당시에는 주로 정형외과를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그 환자를 통해 ‘안과도 상당히 매력이 있겠구나’고 생각했고, 그 이후부터 안과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서울대학교에서 수의안과학 박사 과정을 했고, 여태까지 안과를 하게 되었습니다. 진돗개가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웃음).

2003년부터 시작했으니 수의안과학을 거의 20년간 한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수의임상학(수의안과학) 박사를 취득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 및 연구교수로서 동물병원 진료를 4년여 정도 했으며, 미국의 여러 수의대(미주리대학교, 아이오와주립대학교, 퍼듀대학교)에서 총 4년 반 정도 박사후연구원 및 동물병원 안과 진료에 참여하였습니다. 더불어 서울의 대형 2차 동물병원에서 10여 년 정도 안과과장 및 원장으로 진료했습니다.

연구 성과를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SCI 논문 한 47편, Scopus 논문 33편, KCI 논문 10편을 출판하였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은 논문이 저의 첫 SCI 논문인 수리부엉이에서 Tonovet을 이용한 안압 측정에 관한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이 국제수의안과저널(Veterinary Ophthalmology)에 1998년에서 2022까지 출판된 모든 논문 중에서 연간 인용지수 6위와 총 인용지수 8위에 선정되었고 다른 논문은 표지사진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JCI 상위 10% 포함된 수의학 저널에 논문이 출판되었습니다. 더불어 수의사 단체 초청으로 43회 정도 수의안과학 강의를 했으며 개인 강의까지 포함하면 100여 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20여 년 안과 연구 및 진료를 하고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안과 외래진료에서는 Slit lamp biomicroscope(세극등생체현미경) 장비를 아주 숙련되게 활용하여 최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 수술에서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안과 수술은 일반적인 외과수술과 방법 및 기구가 다르므로 안과 수술에 대한 기본 및 수술기구 사용법을 임상 초기부터 수의사 본인의 몸에 완전히 익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 후에 정밀하고 고난이도 수술인 안내 수술(백내장, 녹내장, 망막 수술)에 대한 술기를 익혀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망막 질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망막 질환 중에서 망막이 서서히 기능을 소실하는 유정병인 진행성 망막위축증(PRA)은 아직 특정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나노기술 연구를 시작하여 지금은 어느 정도 시력을 회복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과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이러한 연구에 참여하며 어느 정도 연구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이런 환자들이 어느 정도 시력을 회복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진행성 망막위축증이 발생한 개, 고양이를 질환모델로 이용하여 이 질환과 유사한 사람의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을 치료하는 질환모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에서 망막색소변성증을 치료하는 연구팀과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여 사람과 동물의 유전성 망막질병의 치료법에 대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동물병원 임상 과목은 내과, 외과, 산과, 방사선 정도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분화된 분과 진료를 시작한 진료과가 안과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수의안과연구회가 출범하게 되었죠. 수의안과연구회는 단순한 친목 단체를 넘어서 임상과 연구 성과를 상호 간에 공유함으로써 국내 수의안과 발전에 초석이 되고자 출범했습니다. 연구회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수의안과전문의 시험을 모델로 한국수의안과인증의 시험제도를 만들고 시험(서류, 필기, 실기)에 통과하는 수의사들에게 인증의 자격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Diplomate of Asian College of Veterinary Ophthalmologists)의 경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안과 교수님들과 수의사들이 모여 설립한 아시아수의안과협회에서 시험(서류, 필기, 실기)을 통과한 수의사에게 자격을 부여합니다. 그 후 5년마다 재평가를 실시하여 전문의 자격 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현재는 아시아권에서 안과뿐만이 아니라 피부과, 내과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의제도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격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수의사 면허를 받아야 하고 다년간 인턴, 레지던시 과정을 거친 후 시험을 치를 자격을 받고 시험에 통과해야만 합니다.

참고로, 현재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는 국내 수의사 중 약 10명이 자격을 받았습니다. 일본도 약 10명의 전문의가 있지만, 정식 시험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일본 수의사는 아직 없습니다.

젊은 수의사 선생님들에게는 전문의에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네요.

한국수의안과연구회는 2011년에 창립되어 지금까지 인증의 시험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 차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하고 통과한 사람에 한해서 이론 필기시험을 실시합니다. 매해 몇 명씩 도전하는데 이론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매년 한 차례 정기총회 및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다년간 연구 및 임상 경력이 있는 분들을 초청해서 강연을 듣고 토론합니다. 그분들이 평생 연구했던 주제를 각 과정별로 소개하므로 국내 젊은 안과수의사 및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줌(ZOOM)을 이용하여 매년 4회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매회 대략 80명에서 100명 정도 참석합니다. 첫 번째 시간은 안과 대학원생들이 논문 발표를 하고, 두 번째 시간은 한국수의안과인증의들이 하나의 질병에 대해 집약적으로 논문을 리뷰하며 이와 관련된 본인들의 임상경험을 1시간 동안 공유합니다. 세 번째로 오늘 주제에 대해 토론시간을 가지고 본 질병에 대한 각자 경험을 서로 공유합니다. 이러한 세미나와 토론 과정은 참석하는 모든 수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최종적으로 국내 수의안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연구회 다수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아시아수의안과학회에 참석합니다. 금년에는 도쿄에서 개최되는데 아시아 안과 수의사들이 참석하여 서로의 임상 경험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핵심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항상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 국내 수의사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고 우수발표자상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안과 연구도 즐기지만, 동물병원에서 임상진료도 매우 좋아합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현재의 위치에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이라는 환자를 대하는 자세와 보호자와의 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임상기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수의사로서의 태도와 자세를 익히지 않고 테크닉만 익히는 것은 수의사로서 발전은 물론, 환자 치료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강의하고 싶습니다. 수의대 동물병원에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 보호자 문진 및 신체검사 등 기본기를 가능하면 빨리 습득하고 바로 케이스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케이스를 접했을 때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임상지식을 이론적으로 강화하고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돕고자 합니다. 더불어 가능하면 외국대학에 진학시켜서 좀 더 자신의 미래를 향해 확고하게 달릴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론을 매우 좋아합니다. 수업 중에 학생과 교수 사이의 질문과 답변을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상대방이 무엇을 모르는가를 알게 되면 학생뿐 아니라 저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학생, 교수 및 학교 임상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수의안과학은 임상과목이므로 첫째 동물병원에 근무하면서 안과 질병이 있는 동물환자를 치료합니다. 현재 수도권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대형 동물병원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이러한 대형 동물병원은 분과 진료를 하고 있으므로 안과 진료과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안과검사기구 개발에 참여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근래에 AI를 활용한 안과검사진단 및 동물용 안저카메라 개발 등에 스타트업 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개발에 안과수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로는 안과 관련 연구를 계속하여 약물 및 치료장치 등을 학계와 함께 개발하여 안과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원 및 교수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교육자라는 질문이 참 어렵네요(웃음).

학생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멘토 역할이 훌륭한 교육자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공부, 진로, 인생 살아가기 등 다양한 고민을 하는 시기이므로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민과 문제에 대해서 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저 역시 임상을 하는 수의사이고 대학병원과 로컬 병원에서 오래 일을 한 만큼 임상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로는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꿈이 있는 자는 계속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그 꿈을 향해서 계속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노력하면서 힘들 때도 있고 순조롭게 잘 나아갈 때도 있습니다. 힘들 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하나는 ‘수의대에 진학했으니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상은 넓고 수의사로서 할 일은 많습니다. 수의사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찾아서 국제적으로 진출하여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민규 기자 mingyu040102@naver.com

정만복 전남대 신임교수 “수의안과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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