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적응·학업성취도, 수시 입학생이 더 좋다?

건국대 남상섭 교수, 10년간 입학한 수의대생 전형별 학업성취도·졸업역량·학업지속비율 비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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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지에 따라 학업성취도와 졸업역량, 학업지속비율이 다른지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국내 수의과대학에서는 처음 나왔다.

건국대 남상섭 교수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건국대 수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평점평균, 졸업역량에 대한 자기평가, 유급·자퇴·제적 비율을 전형별로 분석한 결과를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KJVR에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수의교육학회에서 발표했던 분석 결과를 추려 논문으로 낸 것이다.

분석 결과 수시의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유급이나 자퇴 등의 발생비율은 재외국민이나 정시 전형 입학생들이 더 높았다.

    

이번 연구는 수의과대학 입학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를 목적으로 수행됐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건국대 수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입학전형별로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학업성취도, 학업지속비율에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졸업역량은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제정한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2016’에 기반해 5개 영역 34개 성취기군을 5점 척도로 설문했다. 2009-2014년 입학생과 2020년 2학기까지 모든 전공 필수 교과목을 이수한 2015년 입학생까지 총 5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학업성취도는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된 이후인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입학한 825명의 평점을 분석했다.

학업지속비율은 전공에 대한 만족도와 학업적응력을 반영한다. 2009~2020년까지 12년간 입학한 학생들 중 자퇴, 미등록, 유급, 기타사유에 의해 제적돼 중도 탈락한 비율을 조사했다.

건국대의 입학전형은 정원내의 정시·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논술, 정원외의 고른기회·재외국민 및 외국인 전형으로 구분된다

연구진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입학한 학생들의 졸업 평점평균을 입학연도별로 비교분석한 결과 통계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입학한 학생들은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졸업 평점평균도 유의적인 차이가 없었으니, 입학연도는 학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10년간 입학한 학생들의 최종 평점평균은 학생부교과 전형 출신이 3.49점으로 가장 높았다. 학생부종합(3.42), 정시(3.21), 고른기회(3.13), 논술(3.07), 재외국민과 외국인(2.87) 순으로 이어졌다. 사후검정 결과 학생부교과·학생부전형의 평점 평균이 정시·논술·재외국민과 유의성 있는 차이를 보였다.

학기별로는 예과에서 본과로 진급할수록 평점평균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학생들이 점차 전공교육에 적응하면서 입학전형별 편차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는 초기에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재외국민 전형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고교시절 한국의 고등학생과 다른 학습경험을 가진 재외국민 전형 입학생이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다가 점차 나아지는 형태로 보인다.

입학 전형에 따른 학기별 평점평균 추이.
학기별 평점평균의 변동은 학생부교과 전형 입학생이 가장 작고, 재외국민 전형 입학생이 가장 컸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입학전형별 평점평균은 상향평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자료 : Sang-Soep Nahm, Yujin Kim, Sungkwan Yang. Comparison of academic achievement, graduation competency and academic sustainability of veterinary students based on college admission processes. 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 2024;64(3):e24.)

졸업역량에 대한 자기 평가에서는 학생부종합 전형이 다른 입학전형에 비해 우수(4점 이상) 이상으로 응답한 빈도가 높았다.

학업지속비율에서는 12년간 입학한 학생 984명 중 중도이탈한 161명의 유급·제적·자퇴 현황을 조사했다.

이들 중 유급된 학생은 111명으로 전체 입학생의 11.3%에 해당했다. 입학전형별 유급비율은 재외국민 전형이 31.1%로 가장 높았고 정시(13.1%), 논술(9.7%)로 이어졌다. 재외국민 전형 입학생의 경우 예과기간 중 유급빈도가 높았는데, 이는 해당기간 재외국민 전형 입학생의 평점평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관련이 있다.

자퇴한 학생은 42명(4.3%)이었는데, 자퇴 인원 중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정시 입학생(35명)이었다. 특히 자퇴는 예과기간에 집중됐다. 입학 직후 전공에 만족하지 못했거나 타 대학에 입학한 사례로 파악된다.

입학전형별 유급(Failure), 제적(Expulsion), 자퇴(Dropout) 발생률.
(자료 : Sang-Soep Nahm, Yujin Kim, Sungkwan Yang. Comparison of academic achievement, graduation competency and academic sustainability of veterinary students based on college admission processes. Korean Journal of Veterinary Research 2024;64(3):e24. )

연구진은 정시보다 수시의 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이번 정량평가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지목했다.

이른 시기에 진로를 확정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인만큼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합격 후 자퇴’로 이탈할 가능성이 낮고, 고등학교에서도 수의대 전공 이수에 필요한 생물·화학 관련 교과목 수강 비율이 높아 학업 적응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시보다 수시 입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고 유급율·자퇴율이 낮은 경향은 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는 점을 함께 지목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10개 수의과대학 중 1개 대학의 학생들만 분석했고, 수시는 전형별로 선발인원이 적어 대표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한계로 들었다.

연구진은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소통과 협력, 직업윤리, 수의사의 사명감, 개인의 관리와 같은 전문직업성 역량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입학전형을 통한 지원자의 정성적인 평가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의대 신입생 선발에 학과 특성을 반영한 다각적 평가를 실시하고, 기초학업역량이나 전공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예비 수의사로서의 윤리의식과 의사소통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면접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제언했다.

이번 연구결과(수의과대학 입학전형별 합격자의 학업성취도, 졸업역량, 학업지속비율 비교 연구)는 대한수의학회 학술지 KJV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의대 적응·학업성취도, 수시 입학생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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