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물병원에서 빛난 헌혈견들의 밤
30번 넘게 수혈 받은 반려견의 보호자가 직접 감사 전해..공혈견·공혈묘 뒤늦은 은퇴식도
생명을 살리는 헌혈견들이 서울대에 모였다. 서울대 동물병원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공혈견, 공혈묘의 뒤늦은 은퇴식도 함께 열렸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원장 서경원)은 10월 10일(목) 서울대 수의대에서 ‘2024 빛나는 헌혈견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서경원 교수는 “가깝지도 않은 관악산 자락까지 오셔서 헌혈해주시는 헌혈견들과 보호자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면서 “(헌혈에는) 단순히 동물병원의 환자를 살리는 것을 넘어 그 가정에 빛과 소금을 주는 숭고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골수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인한 빈혈이나 응고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혈액제제가 필수적이다. 공혈동물을 활용한 혈액공급망도 있지만, 최근 당국의 규제적용이 강화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윤리적 측면의 부담도 있다.
대안은 헌혈이다. 헌혈이 수월한 대형견을 중심으로 헌혈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2015년부터 헌혈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서울대 동물병원은 지난해부터 ‘헌혈견의 밤’ 행사를 통해 헌혈견 가족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있다.
류민옥 내과 임상교수는 “대형견 1마리의 헌혈이 소형견 3마리 이상을 살릴 수 있다. 진정한 히어로”라고 추켜세웠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여러 차례 헌혈한 헌혈견 10여 가족이 참석했다. 춘희(모견)부터 춘배·뚜비(자견)까지 대를 이어 헌혈에 나서고 있는 가족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5회 이상 헌혈을 달성한 헌혈견에게는 감사패가 수여됐다. 보리(5회), 도댕(5회), 탄이(5회), 나우(7회), 빠니(9회), 호가(10회)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날 헌혈견의 밤 행사에는 영웅의 도움을 받은 가족도 직접 참석했다. 골수이형성증으로 2년간 30회가 넘는 수혈을 받은 ‘소망이(가명)’와 보호자다.
행사에 참석한 헌혈견 가족들에게 직접 감사편지를 낭독한 소망이의 보호자는 “’할 수 있음’을 선택하며 사는 분들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빛이 되는 영웅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 있는 헌혈견 가족들이 그런 분들”이라며 소망이가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생명을 나누어 준 헌혈에 감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대 동물병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공혈동물의 은퇴식도 이어졌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마지막 공혈견 ‘총총이’와 공혈묘 ‘탱탱이’를 끝으로 공혈동물을 두지 않고 있다. 이들의 활동도 앞서 2021년에 이미 끝났다.
노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총이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다. 탱탱이는 진료진의 가정으로 입양되어 새 삶을 살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 자체 헌혈 증가추세
헌혈견센터 건립 추진
서울대 동물병원에서의 헌혈도 증가추세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만2~7세의 25kg 이상 대형견을 대상으로 헌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심장사상충 유충·성충, 바베시아 등 기생충과 진드기 매개 감염병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헌혈된 혈액의 안전성을 확보한다. 전혈의 성분을 분리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헌혈건수가 60건을 넘겨 이미 전년도 실적을 상회했다. 서경원 교수는 “그만큼 (헌혈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혈소판 보관기까지 확보할 예정”이라며 “2029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인 서울대 동물병원 증개축 사업에 헌혈견 센터가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인 헌혈견들을 위해 유한양행과 한국마즈, 신교무역이 기념품을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