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철 특별방역대책기간이 시작됐습니다. 이미 군산 만경강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습니다.
여러 생산성 질병으로 인한 가금산업의 피해도 여전합니다. 올해 초에는 H9N2형 저병원성 AI와 닭전염성기관지염(IB)의 복합감염 문제도 새롭게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경북대 수의대가 새 조류질병학 교수를 임용했습니다. 강용명 신임 교수(사진)가 그 주인공입니다.
충남대 수의대를 졸업한 강 교수는 12년간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과, AI연구진단과 백신연구실 및 진단연구실 등에서 활약하다 경북대에 합류했습니다.
공통질문 먼저 드리겠습니다. 왜 수의사가 되셨나요?
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은 IMF로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점과 맞물려 수의대 진학을 권유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막상 수의대에 입학해 공부하면서는 반려동물 임상보다 기초학문이 좀 더 적성이 맞았어요.
교수님께선 적성이 명확하셨군요. 여러 기초 분야 중 왜 조류질병학을 선택하셨나요?
기초 연구 분야를 본격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려고 했습니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당시 국내에서 인플루엔자에 저명하신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성과를 올렸고, 그 연구가 바탕이 되어 검역본부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검역본부에서 11년간 고병원성 및 저병원성 AI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면서 가금과 야생조류의 질병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여러 좋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조류질병학 교수에 지원했죠.
검역본부에서는 어떤 일을 주로 하셨나요?
국내에서 고병원성이나 저병원성 AI가 의심되면 지자체 가축방역기관이나 여러 예찰 기관을 거쳐 검역본부 AI연구진단과 진단연구실로 시료가 오게 됩니다.
진단연구실에서는 이 시료를 재검사하여 최종적으로 AI인지, AI라면 그 혈청형과 병원성을 확정하게 됩니다. 백신연구실에서는 국내외 고병원성 및 저병원성 AI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후보주 선정 및 백신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저는 초창기에 백신연구실에 근무하면서 국내 최초 AI 항원뱅크 구축의 백신주를 개발·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진단연구실로 이동해서는 국내 가금 및 야생조류에서의 AI 진단 및 진단 기법 개발, 몽골 등의 해외 기관과 국제공동연구과제를 수행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고병원성 AI에 대한 항원뱅크를 구축하기 위해 백신후보주를 선정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맡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산란계와 종계를 대상으로 항원뱅크 백신주의 방어능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하였는데 해당 논문이 MBC 9시 뉴스데스크에 인용되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제 영문명이 제1저자로 전국 방송에 나와 설레기도 했지만, 연구 결과의 일부분만 소개되어 아쉽기도 했죠.
검역본부에서 대학으로, 교수직을 지원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교수직은 연구 외에도 학생 교육,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기여 등 다방면에서 풍부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검역본부에서도 연구직 공무원으로서 많은 연구를 했지만 공무원 특성상 실무 중심의 행정업무도 많았고, 긴급 대응이 필요한 가축방역업무도 수행하다 보니 한계를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교수로서 연구·교육에 중점을 두어 지식 확산과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정책 집행 실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조류질병 예방과 관리에 힘을 보탤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이를 바탕으로 조류질병에 관심 있는 후배 수의사들에게 좀더 넓은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교수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변이하며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변이를 빠르게 탐지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AI 외에도 조류에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백신, 치료제, 항바이러스제 개발 연구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대학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론과 실습을 균형 있게 교육하여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대학교수를 꿈꾸는 학부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교수가 되기 위해 학부생 때부터 ‘이것만 하면 된다’의 정석은 사실상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학부생 때 여러 다양한 수업을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유독 관심이 가거나 흥미로운 학문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흥미가 있는 학문과 관련한 대학원을 잘 선택해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학원 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일단 선택했다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한 길만 판다’는 마음으로 집중력 있게 꾸준히 노력하길 바랍니다.
교수님께서는 학부생 때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했죠. 기초과목에 흥미가 있어서 본과 1학년 때 실험실에 들어가서 예비 대학원 생활도 해봤고, 임상을 경험하기 위해 선배 수의사님들과 함께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중성화 수술을 돕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생활도 후회 없도록 학생회 총무와 국고위 총무, 대학원회 총무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래서인지 대학원에 대한 제 선택은 흔들림이 없었고, 한 길만 달려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계셨을 때도 인상깊었던 일화가 있나요?
2013년 중국에 H7N9형 AI로 인한 피해가 컸어요. 당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바이러스를 긴급하게 제공받아서 백신주를 개발하고 연구논문을 작성하는데 약 1개월가량 밤을 새가면서 노력했습니다. 완성되면 세계 최초이니 연구실 내부에서도 사이언스나 네이처도 기대했죠.
하지만 논문을 투고한 그 날 중국에서 같은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해서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한 실험과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에 갈 수도 있었던 보람찬 경험이었죠.
끝으로 비임상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과 유사하게 비임상, 기초 분야의 길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내심도 필요로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대학원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동기들에 비해 소득도 낮죠. 그 과정을 마치고 연구직 공무원과 산업체 연구원, 교수가 되어도 임상수의사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모든 불행은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죠. ‘모든 냄비는 겉으로는 모르나, 뚜껑을 열어봐야 끓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자신의 길을, 인생을, 꿈을 위해 묵묵히 포기하지 말고 전진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