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이 11월 16일(토) 수의학관에서 ‘수의 세미나 day’를 개최했다.
제36대 비글 학생회가 준비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경상국립대 수의대 동문 선배들을 초청해 반려동물·말 임상과 공직, 일반업체 수의사와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로 특강을 펼쳤다.
장효미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학술위원장을 시작으로 법무법인YK 조민희 변호사, 구복경 검역본부 질병진단과장, 임프리메드코리아 이비함 BD팀장, 대구24시바른동물의료센터 이세원 대표원장, 렛츠런파크 마리동물병원 최은상 원장이 연자로 나섰다.
고양이 수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경상국립대 수의과대학 학사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을 거친 장효미 수의사는 현재 VIP동물의료센터 학술연구책임,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내과 수의사 중에서도 특히 고양이 수의사의 길에 대해 강연했다.
장효미 수의사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고루 알 수 있는 것이 내과의 장점이라고 지목하면서 “내과의 특성상 장기 환자가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보호자와 교류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적성에 잘 맞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암, 비만 등 만성·난치성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보호자, 환자와의 유대감이 큰 만큼 환자가 떠난 후 상실감이 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사가 고양이 털 알러지로 인해 고양이 진료를 보지 못한다”면서 다양한 점을 고려해 진로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의사 출신 법률 전문가의 길
조민희 변호사는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수의사로서 강점이 있는 법률관련 전문 직종을 소개했다.
조 변호사는 경상국립대 05학번으로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수의예방의학 석사를 수료한 후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YK에서 마약·조직범죄형사부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수의학은 실체가 있는 생물학적 주제를 다루는 반면, 법률은 실체가 없는 개념적 논리를 다룬다“고 말하며 수의사와 변호사로서 배워야 하는 것들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수의대를 다니며 배운 지식들을 활용하여 동물권, 생명 윤리, 의료 법률 등 수의학과 밀접한 법률 영역에서 차별화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상이 연구를 통해 변할 수 있다는 ‘희망’
공직수의사 분야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질병진단과 구복경 과장이 맡았다.
구복경 수의사는 경상국립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검역본부 여러 부서에서 수의연구관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질병진단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소 결핵 감마인터페론 검사법, 구제역 혈청형 감별 신속진단키트 개발 사례를 소개하며 “실험실에서 개발한 kit가 현장에서 작동할 때의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복경 수의사가 개발한 소 결핵 감마인터페론 검사법은 결핵균이 체내에 침입하면 분비되는 INF-r 수치를 통해 결핵을 진단한다. 농장을 2번 방문해야 하고 검사자의 주관에 의존해야 하는 튜버큐린 피내주사 반응법(PPD)보다 객관적인데다 농장도 검체 채취를 위해 한 번만 방문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발생 우려가 높은 구제역의 A, O, Asia1 3개 혈청형을 농장에서 15분만에 바로 감별 가능한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한 것도 성과다. 세계최초로 개발된 구제역 혈청형 감별 진단 키트는 ‘2018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복경 과장은 “국가적 재난은 공무원이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재난이 터지고 난 이후에 준비하면 늦다. 전문가로서 현재의 현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공무원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기업의 매력
다음 강의를 진행한 이비함 수의사는 2004년 경상국립대를 졸업하고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영업부,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마케팅 및 영업부와 네오딘, 벳플럭스를 거쳐 현재는 임프리메드코리아에서 BD 팀장을 맡고 있다.
이 수의사는 “수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수의사여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은 있을 것”이라며 수의사 이전에 자기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회사란 1인이 만들 수 없는 성과를, 개인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이루어내는 곳이라 생각한다”며 개개인들이 모여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 회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학문, 소통 그리고 도전의 중요성
이세원 수의사는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의외과학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대구24시바른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으로 유튜브 ‘개알남’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학부생 시절부터 무언가를 정리하고 알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학부생 때 정리본을 만들어서 공유하고, 수의사가 되어서는 지식인에 답변을 달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어 시작하게 된 것이 유튜브”라고 유튜브 시작 계기를 전하면서 임상수의사의 영역에서도 ‘개인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학부 생활을 하며 곁에 있는 동기들, 대학원에 가게 되면 만나게 될 동료들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말 수의사의 세계와 매력
마지막 강의는 최은상 수의사가 진행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과 홍콩 쟈키클럽 말동물병원, 제주 교래말전문병원에서의 임상 연수를 거친 최 원장은 현재 렛츠런파크 마리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최 원장은 크게 승용마, 번식마, 경주마로 분류되는 말의 종류와 특성을 설명하고 각 말의 특성에 따른 진료 증례를 소개했다. 말 수의사가 담당하는 주요 진료들, 말 수의사의 장단점에 대해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항상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으며 “‘말’이라는 동물 자체를 좋아하고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말 수의사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영상의학과 황태성 교수의 도움으로 비글학생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개최됐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 수의사분들을 초청하여 학생들의 진로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마련됐다.
강연을 들은 하수민(본2)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서 길을 개척하신 선배님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진로 결정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설빈 기자 deers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