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의학 교육은 어떨까?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황성은 학생을 만나다
풍성한 실습 교육에 대동물 비중도 커..핸들링부터 중성화 수술 집도할 기회까지
한국에서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등 해외에서 수의사로 일하려 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아예 해외에서 수의과대학을 다니는 한국 학생들도 많습니다.
뉴질랜드 유일의 수의과대학을 가진 매시대학교(Massey University)는 서울대 수의대와 마찬가지로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AVBC(호주), RCVS(영국) 인증을 받았습니다. 매시대학교 졸업생들은 뉴질랜드는 물론 미국, 호주, 유럽에서 활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매시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황성은 학생(사진)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냥 어릴 때부터 수의사가 하고 싶었어요. 기억이 남아있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죠. 강아지를 길렀던 것도 영향을 있는 것 같고요.
필리핀에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IB는 대학교에서 홍보하러 오는 College Fair가 있어요. 수의과대학 중에선 매시대학교가 5년제로 가장 짧고 미국보다 학비가 쌌어요. 키위새라는 특이한 새가 있다는 말에 혹하기도 했죠.
매시대학교에는 어떻게 입학하셨나요?
저는 국적이 비영어권인 한국이다 보니 토플(TOEFL)과 아이엘츠(IELTS) 성적이 필요했어요.
토플은 원래 준비해 놓은 게 있었고, 아이엘츠는 IB 성적으로 대체가 됐죠. 이 두 개로 예과에 입학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수시입학한 셈이죠.
다른 외국인 학생들도 많나요?
많아요. 국제 학생과 현지 학생을 따로 뽑는데, 저희 학번은 총 150명 중 35명이 외국인이에요.

매시대학교 수의과대학은 교육과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예과는 1학기, 본과는 4년 반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본과 1학년이 1학기밖에 없죠.
한국과 달리 본과에 진입할 때는 경쟁률 7대1의 시험을 뚫어야 합니다. 예과 한 학기는 죽어라 공부만 해야 하죠. 시험 성적과 인터뷰를 보는데, 인터뷰에서는 위기대처능력이나 인성을 평가합니다.
매 학기 정해진 과목은 5개인데, 그중 하나는 꼭 축산 관련 과목이 포함돼 있어요. 저학년때는 기초적인 사양관리, 핸들링 등을 배우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신체검사, 직장 검사, 혈액 검사 등 점점 깊이 배웁니다.
배우는 축종도 소, 양, 말, 사슴, 돼지, 닭, 알파카 등 다양합니다. 학교 안에 실습시설과 동물이 다 있어요. 수의사의 주 고객인 농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걸 가르치고 경험시켜주려는 걸 목표로 하고 있죠.
개, 고양이 등 소동물 핸들링은 본과 1학년 때 다 배우는데, 강아지를 훈련시키는 과제도 있었어요. 벨을 누르면 간식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시켜서 성적은 잘 받기도 했지만, 강아지가 계속 벨을 눌러서 그 벨은 버렸습니다(웃음).
학교 안에 다양한 동물들과 시설이 전부 있다니 정말 환경이 좋아 보이네요. 특히 한국 수의대와 다른 점은 무엇이 있나요?
일단 매시대학교는 출석을 안 불러요. 수업을 못 듣는 건 자기 손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온라인 송출도 해주고 녹화본도 올라와서 직장을 다니면서 수업 듣는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뉴질랜드는 대학원을 거의 안 가는 것 같아요. 졸업 후 진로도 소동물 임상, 대동물 임상이 2대 1일 정도로 한국보다 대동물의 비중이 높죠.


매시대학교 교육과정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실습 수업이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축산학, 해부학 등 모든 수업 실습이 1주일에 한 번은 항상 있어요. 매시대학교에서는 뭘 배우든 그 수업에 대한 실습을 꼭 해요.
예를 들어 Companion Animal Medicine, Surgery and Therapeutics(CAMST) 과목에선 피부과, 치과, 안과 등의 임상실습을 해요. Clinical Studies 과목에선 수술, 마취, suture, 약리학 등의 실습을 하죠.
병리학 실습에선 교수님이 케이스를 주시면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며 감별진단을 내립니다. 의료용 혈액주머니(blood bag)를 활용해 학생들이 직접 가는바늘흡인(FNA) 검사도 하고 혈액도말검사도 합니다.
가장 좋은 건 매주 주말에 자원해서 하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 프로그램이에요. 처음 참여했을 때는 환자 회복이나 마취 등을 맡지만, 참여횟수가 늘어날수록 수컷 고양이 중성화 수술 집도에 이어 최종적으로 암컷 고양이 중성화를 직접 집도해볼 수 있어요.
수의사의 관리하에 진행되는 일종의 시민 지원사업인데요, 학생 실습으로 활용되는 대신 싼 가격으로 고양이들을 중성화 해주는 방식입니다.

학교생활 중 재밌는 기억이 있다면
뉴질랜드는 한국처럼 동아리나 회식문화가 발달해 있지는 않지만, 대신 매달 말에 바 1층을 빌려서 파티를 여는 ‘Happy Hour’라는 행사가 있어요. 매달 주제를 정해 드레스코드를 맞춰 오는데, 수의과대학 전학년이 참여하는 축제죠.
그리고 Vet Ball이라고 1년에 한 번 하는 무도회도 있는데, 이때는 전부 드레스를 차려 입고 와요.
반대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타지 생활이 쉽지 않았죠. 첫 해에는 향수병이 너무 심했어요.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혼자 살아서 음식도 안 맞고 가족하고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힘들었어요.
그래도 2학년부터는 믿을 만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뉴질랜드가 많이 편해졌어요. 다행이었죠.
또 해부학, 생리학은 매주 금요일마다 시험을 봤어요. 이것도 힘들었는데 6년 과정을 5년 만에 압축해서 배우려니 임상과목은 외울 게 너무 많았어요. 이제 좀 알겠다 싶으면 어느새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 버리니 따라잡는데 급급했죠.
마지막으로 졸업 후 계획이 있다면?
당장은 뉴질랜드에서 수의사로 일하면서 영주권을 따려고요. 그 후에 한국에 들어올지 말지 결정할 계획이에요. 국가마다 배우는 게 다르니 일단 뉴질랜드에서 일하면서 배워볼 생각이에요.
손이 야무진 편이어서 봉합이나 해부실습을 잘하기도 했고 또 재미도 있어서 외과 쪽을 더 배워보고 싶습니다.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