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able Experience in Ohio Ophthalmology
2025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상] 서울대 조보람
2025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상] 서울대 조보람


지금까지 배운 임상 과목 중 안과에 가장 흥미를 갖고 있었다. 안과 교수님과 관련하여 상담을 나누다가 미국에서 실습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미국까지 가서 실습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었기에 큰 기대 없이 미국 대학교들의 externship program을 찾아보았다. 찾아보게 된 시기도 본교 병원실습이 한창인 4월달이었고, 1년 스케줄을 정해 놓았던 터라 일정 조율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일단 AVMA 홈페이지에 학생 externship을 모집하고 있는 상황을 알려주는 페이지 (https://myvetlife.avma.org/current-student/your-career/student-externship-locator)에서 여러 대학교들을 살펴보았다.
그중 Ohio State University(OSU) 수의과대학에서 AVMA-accredited Externship program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AVMA 인증을 받은 학교의 학생은 별도의 신청비 없이 학점인증이 가능한 실습이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학교들은 우리 학교와 실습기간이 맞지 않거나, 생각보다 높은 신청비가 있어서 망설여졌지만 OSU는 무료에, 우리 학교와 실습 일정도 비슷했다. 신청서 작성도 인적사항과 지망하는 과만 적으면 되어서 바로 제출했다.

놀랍게도 신청서 제출 당일, 담당자에게서 Ophthalmology에 자리가 있다고 이메일을 받았다. 앞서 말했듯, 연락을 이렇게 일찍 받을 것이라 예상도 못했고, 미국 실습이 두렵다고 느껴졌기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당시 지원한 OSU Internal medicine과 Emergency and Critical Care에서 실습을 하고 있던 친한 동기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미국 시차 때문에 나는 아침 등교길에, 그 친구는 퇴근 후 저녁시간에 맞춰 겨우 전화를 했다.
그 친구는 “직접 실습을 해보니 미국에서 수의사를 할 것이 아니라면 진로에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막연한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좋은 기회를 잡아보자는 생각에 눈 딱 감고 답장을 보냈다.
“Great! I’m available at 7/22-8/2. Thanks for accept me, Katrina.”

■ 실습 전 준비
실습 담당자님께 background check, letter of good standing(재학증명서)을 제출하고 OSU visiting account, Carmen(강의 계정), ezyVet(온라인 차팅 페이지)을 등록했다.
이어서 병원 내에서 처방하는 시스템을 교육받고 간단한 퀴즈도 보았다. 한국에서 쓰지 않는 방법이라 어려웠지만 안과에서는 입원환자가 거의 없어서 내가 이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미국으로 떠나기 한달 전부터 ‘멍청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에 학교에서 배운 안과를 복습했다. 다른 과 로테이션을 하면서 안과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틈틈이 준비했다.
첫 출근하기 전까지 풀어야 하는 온라인 테스트도 있었고, 로테이션이 끝난 날에도 간단한 테스트가 있었다. 나름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신있게 풀기 시작했지만 고득점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 실습에는 정말 유용하게 쓰였다.
‘어쭙잖게 영어공부를 하는 것보다 실습 내용을 예습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받아 영어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잘 한 것 같다. 영어는 단기간에 오르기 쉽지 않고 소통은 손짓 몸짓으로도 된다. 배웠던 전문용어를 영어 단어로 외워가는 것 정도가 최고의 준비인 것 같다.
■ 숙박, 교통, 생활비
성수기라 비행기 값이 비쌌다. 왕복 300만원 정도였다. 숙소는 제공되지 않아서 걱정했으나, 2주간 학교 근처에 있는 엄마 친구분의 집에서 지냈다. 직장도 OSU 동물병원 근처라 출퇴근도 같이 해주셔서 렌터카도 빌리지 않았다. 가끔 시간이 맞지 않으면 우버로 다녔다.
점심은 집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를 싸갔고, 주변에서 놀 것이 없어 주중엔 집에서만 있었기에 돈이 거의 들지 않았다. 주말에 Dublin 시내, 쇼핑몰에 가보았다. 생활비는 2주간 20만원가량 들었다.

■ 실습 내용
출근은 보통 오전 8시, 수술이 있는 날에는 7시까지였다. 퇴근은 4시보다 더 늦은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빠르면 2-3시에도 가능했다.
기본적으로 하루동안 맡은 환자의 차팅을 학생이 모두 하고 레지던트가 확인·수정을 해야 하기에 할 일이 끝나면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OSU 수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 4명, 나, 뉴욕에 있는 수의과대학에서 온 본4 학생 1명까지 총 6명이 함께 실습했다.
실습동안 한 일은 크게 4가지였다. ①학생 라운드 수업 ②client appointments 참여 ③수술 준비 ④Equine appointments, surgery의 2주간 스케줄이 짜여져서 첫날 배부됐다.
①학생 라운드 수업의 주제는 6가지(Eye anatomy, Cataract Surgery, Orbital seminar, Glaucoma, Corneal ulcer, Pig eyelid surgery)로 진행됐다. 교수님이 직접 해주거나 레지던트들이 담당했다.
주제별로 난이도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 NAVLE 시험에 자주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 위주로 다뤘다. 미국답게 전반적으로 질문을 많이 던지고 학생들의 대답과 토론이 함께 이루어졌다.
마지막날, 2주차 금요일 오전에 진행된 Pig eyelid surgery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세가지 테크닉(Wedge resection, Lateral Canthoplasty, Hotz-Celsus procedure)을 돼지 사체 안구를 활용하여 해보았다. 안과 수술 도구를 사용해볼 기회도 거의 없었기에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②사실상 Client와 마주하는 일이 가장 주된 업무로 느껴졌다. 매일 3-4마리의 환자를 맡아서 History taking, Preliminary tests(STT, IOP, Menace, PLR, Dazzle, Fluorescence staining, Dilation drops)를 진행했다. 이를 주치의에게 보고하고 환자의 상태를 토론했다.
혈액검사가 필요하면 직접 채혈하고, 안저 검사도 안정적이고 공격적이지 않은 환자에게 매번 해볼 수 있었다. 모든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차팅해야 했다. ChatGPT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보호자에게 문진을 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운이 좋게도 모든 보호자가 호의적인 태도로 받아주었다.
한번은 밀려오는 환자에 멘붕이 와서 말이 나오지 않아 정적이 꽤 길게 이어졌는데, 보호자 분이 “나는 영어밖에 못하는데 먼 곳에서 와서 second language로 일하고 있는 너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해주어 정말 고마웠다.
③모든 수술에도 담당 학생이 있었고, 나는 총 2마리의 수술 환자를 맡았다 (Enucleation, Corneal conjunctival transposition).
수술 날에도 당일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보호자 문진을 하고, 환자를 데려와서 전신 검사와 혈액검사를 하였다. 빠르게 차트에 올려서 마취과에게 보고해야 했다.
수술 보조는 직접 멸균 가우닝을 한 후에 부술자로 참여했다. Enucleation의 경우는 여유롭게 수술이 진행되어서 직접 주술자인 레지던트 선생님에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④말 안과 진료가 가장 어려웠다. 한국에서 말의 안과 환자를 본 적이 없었고, 말이 들어오는 대동물 진료소가 매우 커서 길을 자주 잃어버렸다. 하지만 접하기 어려운 기회인 만큼 적극적으로 slit 검사를 해보고 말의 안저도 볼 수 있었다.
말 안과 수술도 1차례 참관하였다. 상안검에 생긴 soft tissue sarcoma의 debulking 수술이었는데, 수술실까지 들어가지 않고 마취 도입실에서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 느끼고 배운 점
미국 실습 기간동안 고민했던 것은 ‘졸업 후 미국으로 와서 수의사를 할 수 있을까?’였다. 미국에서 수의사를 한다면 제대로 된 수련을 받아 전문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곳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하며 직접 레지던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니 조금 더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학생들에게 미국 수의대에 대해 물어본 바로는, undergraduate 4년 + vet medical school 4년이고, 4년차 vet med 학생들은 clinical year로 1년간 임상 실습을 한다. 전문의는 졸업 후 수의사 면허 획득 후에 1년 로테이팅 인턴으로 여러 과를 로테이션하는 학교 병원에 들어간 후 레지던트 합격하면 4년 동안 연구와 진료를 동시에 한다.
이 과정의 마지막은 전문의 시험을 본다. 안과 전문의 시험이 실습 두번째 주에 다른 지역에서 실시되었는데 합격률이 30% 전후라고 한다. 일주일간 진행되고 수술까지 직접 주도하며 시험이 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1년, 잘 안되면 2년의 인턴 기간과 레지던트 4년을 견디고 어려운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망설여진다. 결심을 할 용기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실습으로 2주간 영어 써가며 미국인들과 부딪히는 경험은 매우 소중했다. 이 경험이 없었으면 나는 미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보다 그들은 친절하고, 열정적이고, 어떤 면에선 비범하지만 또 평범하다. 이후에 내가 정말 미국 수의사가 된다면 이번 경험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실패에 두려워서 가만히 있을 바에, 일단 저지르고 보았더니 나는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곳은 학부생까지 본인의 업무가 정해져 있어서 마음이 편했고, 나의 결정과 판단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어도 유창하게 못하는 외국 학부생이 혼자 보호자를 상대하고 있는데 그걸 전혀 걱정하지 않고 혼자 보낸다. 학생이 작은 실수를 해도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환자 문진에서 종종 못 알아들어 잘못 전달하거나 주요 질문을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주치의가 다시 물어보고 유연하게 대처해주었다. 꾸짖지 않고 “다음에 비슷한 환자가 오면 그땐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혹은 “너의 잘못만은 아니니 괜찮다”고 해주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에게 책임이 있는 일을 더 잘 해내야 한다고 매번 다짐하였다.
내가 외국 학생이라 더 너그러이 받아준 측면도 있겠지만, 내가 있는 2주 동안 누군가가 실수를 저질러서 혼나거나 ‘이것도 공부하지 않았냐’며 꾸짖음을 받는 일은 없었다.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진료에 깊숙이 침투하여 일을 하다보니 처방하는 약이나 환자의 개선·악화 정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보호자와의 소통도 한국에서 배우기 어려운 큰 부분이었다. 보호자들이 걱정하는 부분과 고충을 이해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수의사가 되어서 해야 할 것들을 미리 체험하는 소중한 경험들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미국 대학동물병원에서의 실습은 정말 배울 점도 많고 나도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었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내 영어실력이었다. 영어를 20%만 더 잘했어도 더 잘 이해하고 빠르게 일처리를 하고 질문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진료 내용을 옆에서 듣고 요약해서 적어야하는데 이해를 100% 하지 못해서 빼먹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 아쉽다. 하지만 영어실력을 단시간에 올리기도 어렵고, 부족한 영어실력에 나름 적극적으로 실습에 임했다고 생각해서 후회스럽진 않다.
이곳의 가장 큰 단점은 주변 인프라가 부족하고 미국 물가가 높다는 점인 것 같다. 대학교 주변에서 할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심심한 날이 많았고 차가 없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보면 된다. 렌터카도 비싸고 숙소도 비싸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 수 있다. 또한 직항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 값도 비싼 편이다.

미국으로 실습을 갈 때 크게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 대학병원에서의 Externship이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인 수의사가 있는 로컬병원에서 실습하는 방법일 것이다.
미국에서 전문의 과정을 밟고 싶은 사람들은 학부생일 때 미국 대학 동물병원에서 externship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레지던트, 인턴, 교수님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대학 동물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어도 학생일 때 색다른 경험을 쌓기 위해 다녀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어디에서도 이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환자를 진단해보고 보호자와 대화하고 주치의과 토론하는 경험 자체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