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구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전북대 박준홍 신임 교수

전북대 수의대 박준홍 수의생리학 신임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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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2025년 1학기에 신임 수의생리학 교수로 박준홍 박사를 임용했습니다.

경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박준홍 교수는 서울대에서 석사, 건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서울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툴레인 의과대학을 거쳐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다음 날 연구할 생각에 설레며 잠들고, 연구를 하기 위해 하루를 시작한다는 박준홍 교수님을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2025년 3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생리학 교수로 임용된 박준홍입니다. 저는 경북대 수의대 학부 졸업 후 서울대에서 수의 석사, 건국대에서 수의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대와 미국 NIH, Tulane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연구위원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에서는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생리학교실에 임용되어 큰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교육자이자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생리학은 의약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 학문 중 하나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를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수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잠시 임상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치유력과 생체 항상성(Homeostasis)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리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재학 시절에 인간 유전자의 삽입이나 주요 유전자의 결핍에 따라 나타나는 생리학적 변화에 큰 흥미를 가졌습니다. 이에 따라 석사과정에서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제작하고, 그 표현형(Phenotype)을 분석하는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박사 과정에서는 직접 개발한 형질전환 마우스를 활용해 대사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 모델에서 생리활성 물질의 작용기전을 탐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박사 후 연구원 시기에는 지방세포의 분화 및 기능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어요.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재직하면서는 노화에 관련된 생리 변화나 한의약 소재의 생리활성 기전을 규명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최근에는 노화와 더불어 암성 악액질(Cancer-associated cachexia)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NIH에서 처음 보스(지도교수님)를 만났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커다란 서류 바인더 4묶음과 조직 슬라이드 3박스를 제게 건네주시며 “연구하고 싶은 걸 한달 내로 찾아와라!”고 하셨죠.

한국에서는 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왔기에 처음엔 많이 당황했으나, EWS(Ewing sarcoma gene) 유전자 결핍 마우스의 갈색지방조직에서 기능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주제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가 설계한 대로 하나씩 맞아 들어가는 과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습니다. 실험실 암실에서 간절히 기도하던 순간도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열정을 모아 네이처(Nature)지에 논문을 투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무렵 저희 집에는 ‘꽃이 피면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행운목이 있었는데, 1년간의 재투고 과정 속에서 가장 간절했던 순간, 행운목이 처음으로 활짝 피었습니다. ‘이 논문이 드디어 되는구나’ 싶은 희망이 피어났지만, 아쉽게도 최종 게재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행운목이 가져다준 건 논문 이상으로 소중한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그때의 기억은 특별한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동의보감을 비롯한 고문헌 한의서에 수록된 한의약 소재의 생리 활성 능력 및 기전을 현대 과학의 시각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한 할 방법이 없네”는 유명한 광고 문구처럼, 효과는 알려졌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은 한의약 소재들이 많아요.

이에 분자생물학적 기법과 동물 실험을 활용해 그 기전을 밝히고, 유효한 생리활성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자연현상과 생명체의 항상성 기전에 대한 경이로움, 그리고 끊임없는 과학적 호기심입니다.

“Learn from yesterday, live for today, hope for tomorrow.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이 문구처럼 질문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또한 은사님들의 훌륭하신 지도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석사학위를 지도해 주신 서울대학교 이영순·강경선 교수님 그리고 박사과정을 지도해 주신 건국대학교 최농훈 교수님, 연구의 재미를 알려주셨던 한림대학교 오양석 교수님과 Tulane University의 Sean B. Lee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랜 외국 생활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소중한 자산이며,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만의 새로운 도전이나 미개척 분야에 대한 탐구를 마음껏 펼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죠.

교수로서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수의생리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고, 궁극적으로는 동물과 인간 모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궁금증을 고민해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존의 것을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죠. 또한 연구에 임하면서 테크닉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수의사의 가장 큰 역할, 그리고 수의사로서 역량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분야는 수의 임상 및 신약개발 전임상 연구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수의학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은 물론 다양한 연구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2년 전 어머님께서 암성 악액질로 돌아가신 이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완전히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암 환자의 항암 병용 치료, 노화로 인한 근감소를 제어하는 악액질 치료제, 그리고 관련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교수로서도 이러한 연구를 통해 사람과 동물에게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수의대 학생들은 임상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신약개발이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수의사의 역할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더 넓은 의미의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전임상 연구 및 신약개발에도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소혜 기자 sa07171@gmail.com

[인터뷰] 연구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전북대 박준홍 신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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