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중심 수의학 교육 개선, 교수 사이 공감대 형성 선행돼야
교육개선에 대한 수의대 교수 관심 저조..관련 워크샵 강제 참가 시스템도 효과적
대한수의학회 2014 춘계학술대회의 수의학교육 세션에서 전국 수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역량 중심’ 수의학 교육으로 변모하기 위한 세미나가 진행됐다.
지난 3월 한국수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수의학교육협의회를 통합한 한국수의과대학협회(KAVMC)의 공식 출범식도 함께 열렸다. 기념식을 위해 각 수의과대학에서 학장 등 교육행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교수들이 참여해 보다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수의학교육 세션에 참가한 교수들은, 의과대학 교육담당 교수들의 ‘성과 중심 교육’에 대한 강의에 대체로 공감했다.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와 함께 각 수업의 학습성과 목표를 작성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직접 실습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 개선문제에 있어서 현실적인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성과 중심의 교육과정 변화는 교수의 교육업무 증가를 동반하는데, 수의대는 의대에 비해 교수진의 숫자도 재원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 세미나에 참가한 한 교수는 “한 과목을 한 명의 교수가 전부 담당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교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교육과정 전체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의과대학협회의 핵심과제로 꼽힌 ‘수의학교육 핵심역량(Core Competency) 설정작업’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수의학 분야 핵심역량 설정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손원근 제주대 교수는 “관련 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도 1~2분을 제외하면 답이 없다”면서 수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의 참여의식이 저조함을 지적했다. 임상수의학 분야를 담당한 윤정희 서울대 교수도 “핵심역량 설정을 진행하기에 앞서 수의과대학협회 구성원(전국 수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 ‘정말로 이것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자로 초청된 의과대학 교수들도 ‘교육 개선에 대한 교수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임교원이나 중견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관련한 워크샵 참가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승진이나 인센티브에 패널티를 주는 강력한 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학장급의 교육행정 집행부의 의지만 있으면, 각 대학에서 수의학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서울대 수의학교육실의 천명선 박사는 “교육 개선의 기본은 ‘학생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여러 수의과대학에서 성과 중심 토론식 수업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선 한림대 의대교수는 “수의대 교수님들이 걱정하는 문제들 모두 20여년 전 의과대학에서 처음 추진할 때 제기됐던 것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 해결됐다”면서 “일단 개선에 착수하면 지금 우려하는 문제들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류판동 수의과대학협회장은 “학장급 인사들이 모여 수의학교육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을 진행한 것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앞으로 교육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