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험 민간이전-국가시험 개혁-수의학교육 발전의 3단 전략?
의학계, ‘국시원의 실기시험 도입이 의학교육개혁 드라이브’..국가시험 개혁 논의 활성화 필요
수의사국가시험의 개선을 위해 관리주체를 대한수의사회 등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의학 교육 발전에 가장 큰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수의사국가시험의 변화이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한국수의과대학협회∙대한수의사회∙정부 간담회에서는 수의사국가시험 관리를 대한수의사회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사회가 수의사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점차 고도화, 다양화되고 있지만 수의사를 배출하는 국가시험의 모습은 예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11년 4개 대과목과 21개 소과목으로 시험구성이 개편됐지만, 여전히 객관식 이론시험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현행 국가시험의 수의사 요구역량 검증 ‘불완전’..검역본부는 개혁여건 부족해
전세계적으로 ‘Day 1 Competency(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로서 첫 발을 내디딜 때 갖추고있어야 할 역량)’을 규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의학교육 과정의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아직 여의치 않다.
현행 수의사국가시험이 ‘Day 1 Competency’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형태인지 묻는다면 대부분 회의적인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일단 주사, 절개, 봉합 등 수의사가 가져야 할 실기능력은 현행 국가시험으로는 전혀 검증할 수 없다.
애초에 한국 사회가 수의사에게 요구하는 ‘Day 1 Competency’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한 수의학계 전반의 진지한 고민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갈 기관이 필요하지만 현재 국가시험을 관장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의직 공무원 1명이 관련 업무를 모두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전적인 변화보다는 사고 발생 방지에만 치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학계 20년전 민간이관 후 실기시험 도입 등 국가시험 개편으로 교육개혁 계기 마련
의학계는 지난 1992년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단체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당시 한국의사국가시험원, 이하 국시원)으로 이관했다.
국시원은 우수한 보건의료인 배출양성을 목표로 국가시험제도의 관리 및 관련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의사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한 것도 국시원의 성과였다.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성수 의학교육실장은 “2009년 국시원이 국가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한 것이 의학 교육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실기시험이 연극배우를 고용해 주요 호발 증상에 대한 진료역량을 평가하기 때문에, 의과대학교육도 이에 맞춰 개선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수의사시험을 미국수의사회(AVMA)와 수의사국가시험관리원(NBVME) 등 민간 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영국도 면허 시험 및 등록관리는 민간기구인 RCVS가 맡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수의사국가시험도 관리주체를 민간으로 이전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 축종의 다양화, 실기시험 도입 등 수의전문성 강화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날 간담회에서 신성식 전남대 수의대 학장은 “수의계에서도 국가시험을 관리하는 별개 기구를 만들어 대한수의사회와 수의과대학협회, 농림부가 참여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태호 경북대 수의대 학장은 “개편해야 할 국가고시의 형태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맡는 운영주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