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의사상은 아직 백지··목적지부터 정해야 갈 수 있다

수의학교육의 `핵심역량` 설정 필요성 공감대..설정 방향에는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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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교육의 핵심역량에 대한 공식적인 첫 논의장이 마련됐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과 한국수의과대학협회가 주관한 ‘수의학교육 핵심역량 심포지엄’이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의 교수 30여명을 비롯해 대한수의사회,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절반 이상의 수의과대학에서 학장까지 참여할 만큼 교육 개선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국내 의학계와 치의학계는 이미 의사와 치과의사가 졸업하면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한재진 이화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량중심(성과중심)의학교육과 관련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의 선진 사례를 소개하면서 “핵심역량 규정을 바탕으로 한 역량중심교육과 교육기관인증제도 운영은 국제적인 추세를 넘어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한국도 2014년 ‘한국의 의사상’ 연구결과를 채택, 의사가 갖춰야 할 역량을 환자진료∙소통과 협력∙사회적 책무∙전문직업성∙교육과 연구 등 5개범주 70개 세부역량으로 정의했다. 치의학계도 지난 2012년 5개 영역 49개 세부역량으로 구성된 ‘국가적 수준의 치과의사 역량’을 채택했다.

박병건 전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치과의사의 역량을 정의해 이를 교육인증평가와 국가시험에 활용함으로써 교육과정 개선의 동력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141113 핵심역량 심포지엄

윤정희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사회가 수의사 집단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빨리 인식해, 졸업생들이 어떤 분야로 진출하는가와 관계없이 핵심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창조해야 한다”며 “그 이후 그러한 핵심역량을 갖춘 수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수의학 교육 진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의사의 핵심역량을 규정해야 할 필요성에는 참석 교수들이 대체로 공감했지만 핵심역량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공존했다.

가축방역과 축산물위생과 관련된 공중보건적 측면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야 된다는 의견과 세계적 추세이자 미래사회에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반려동물임상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혼재했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평가단장을 맡고 있는 박인철 강원대 교수는 “기존 한국 수의학의 발전에는 예방, 기초분야의 노력이 컸지만, 임상분야에서는 충분한 역량을 양성하지 못한 채 졸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상적 역량을 가진 수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수의학교육학회 부회장으로서 이번 심포지엄에 참여한 강종일 충현동물병원장은 “6년제에서 배출된 신규 수의사에게도 별다른 임상역량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반려동물 임상이 주도하는 국제적 추세에 한국 수의과대학도 발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주재한 박전홍 제주대 교수는 “핵심역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며 “앞으로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정하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많은 교수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학장은 “이러한 논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육개선을 이끌어 갈 강력한 기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는 오는 12월 3일 핵심역량 설정과 관련된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의 수의사상은 아직 백지··목적지부터 정해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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