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수의학교육 핵심역량 심포지엄’에서는 수의학교육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핵심역량 설정뿐만 아니라 교육개선 재원마련, 국가시험 개혁 등 다양한 영역을 다뤘다.
다음은 토론에 참가한 참가한 국내 수의과대학 교수 및 대한수의사회, 정부 측 관계자의 발언을 요약한 것.
(이하 가나다순)
강종구 충북대 교수 / 대한수의학회는 대학협회, 인증원 등과 함께 수의학교육 60년사를 정리한 백서편찬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의학교육 역사에 대한 고찰을 통해 미래에 개선할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
한국은 세계7위의 바이오 대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적 수의학이라는 측면에서 헬스케어나 바이오 연구와 관련된 교육도 핵심역량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의학교육의 발전방향을 놓고 많은 교수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강종일 원장(한국수의학교육학회 부회장) / 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됐지만 배출되는 신규수의사의 임상역량 수준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반려동물 임상은 수의학의 세계적인 추세다. 수의과대학의 전세계적 공통점은 수의대에 여성이 많아지고 60% 이상이 반려동물에 진출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거스를 수 없다. 세계 흐름에 맞춰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김대중 충북대 교수 / 수의학교육을 선진화하기 위해 교수진과 학생들이 그 동안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수의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
의학계, 치의학계에서 자율적으로 역량중심교육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에는 생명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그에 합당한 처우가 있다. 반면 한국은 경제상황에 비해 수의사 처우가 열악하다. 수의사 양성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지원도 충분치 않다. 가축방역, 산업동물임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지만 정작 수의과대학에는 목장 하나 없다.
국가시험의 발전방향도 모색해야 한다. 전문직을 양성하는 국가시험은 적어도 5~10년 주기로 연구와 토론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해야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연구나 정책지원이 전혀 없다.
김남수 전북대 교수 / 인증원이 인증기준에 교육개선 방향을 포함시켜준다면 개선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커리큘럼 개선은 뜨거운 감자지만, 인증기준이나 핵심역량 설정을 동력 삼아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
김윤배 충북대 교수 / 수의과대학 인증을 추진함에 있어서, 앞으로 수의사 영역을 더욱 확립해야 할 수생동물이나 야생동물과 관련한 핵심역량이 포함되어야 한다. 반려동물 임상이 포화되고 있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신규 수의사의 쏠림 현상은 사회적 지원의 차이다. 정부나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분야의 수의사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신규 수의사들도 기피하게 된다.
박인철 강원대 교수 / 그간 수의학 발전에는 예방, 기초분야의 공로가 컸지만 임상분야의 발전은 부족했다. 수의사 면허만 땄을 뿐 충분치 못한 역량을 가진 채 사회에 나와 선배에게 배우거나 독학하는 실정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에 비해 임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임상역량을 가진 수의사로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핵심역량 설정은 ‘Day 1 Competency를 어떻게 갖추도록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서강문 서울대 교수 / 수의과대학의 존재 이유는 학생에게 있다.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생중심의 핵심역량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수의대생들이 수의대 진학을 선택한 이유는 반려동물 임상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기초, 예방 위주의 강의를 제공하니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비임상분야로 진출하는 수의사도 수의사 타이틀을 가지고 간다. 사회는 그들도 동물을 치료할 줄 아는 전문가로 바라본다. 주사 한방, 간단한 진료 하나 못하는 수의사를 배출해서는 안 된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 / 건국대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반려동물 임상을 택하지만, 사회적 요구는 그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축전염병이나 축산물위생과 같은 공중보건적 측면도 이슈다. ‘한국적 핵심역량’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대학 내부적으로 수의대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각 대학의 최상위 수준 학생들이 모인 수의대임에도 학내 지원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 지원 배경이 갖춰져야 교육개선 논의에 맞춰 추진력을 갖출 수 있다.
대학 외부적으로 전체적인 교육개선을 이끌어갈 강력한 단체가 필요하다. 주체가 없으면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대응에만도 여력이 없고, 교육부 지원은 요원하다.
여상건 경북대 교수 / 역량 중심의 교육을 논하기 이전에 교수의 역량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교수로서 시대흐름에 발맞출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Day 1 Competency가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다.
수의과대학은 ‘학자’가 아닌 ‘수의사’를 기르는 곳이다. 일례로 학생들에게 SCI 논문을 읽고 토론을 시키는 실습을 하는 경우는 참 잘못된 것이다. 학부수준에서 소화할 수 있는,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수의대 커리큘럼 조정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과목조정은 쉽지 않다.
오태호 경북대 교수 / 핵심이란 본질이다. 수의과대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세계동물보건기구(OIE)나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설정한 핵심역량은 대부분 임상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핵심역량에는 한국적인 특성도 반영되어야 하며, ‘어떠한 수의사가 되고 싶어하는지’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포함해야 한다.
국내 수의학교육 개선은 1998년 6년제 도입 이후 국가시험 변경과 인증제 추진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 임상교수의 숫자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역량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다.
간호사의 경우 전국 간호대학생 1만여명과 교수,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모여 발전방향을 논의한다. 수의학교육 개선에도 학생까지 아우른 커다란 모임을 만들어 부가세 반대 투쟁 당시와 같은 큰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상무 / ‘수의사의 직무적 영역’과 ‘수의학의 학문적 영역’은 구분되어야 한다. 전국적 수준의 수의사 직무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핵심역량 설정에도 활용해야 한다.
역량중심 교육 도입, 핵심역량 설정, 국가시험 개선에는 수의학계의 합의가 선결되어야 한다.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제도화하는데 수의사회의 힘을 보태겠다.
수의학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때문에 대학별 교육개선에 대학별 특성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원청길 경상대 교수 / 수의학교육은 교과목 중심을 탈피해 학생중심, 역량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역량을 갖춘 수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수의사의 처우개선으로도 연결된다.
하지만 그 동안 수의과대학은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다. 교수의 임용과 평가에도 교육에 대한 부분은 중요치 않은 실정이다.
윤정희 서울대 교수 / 핵심역량 설정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할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과 같은 모임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정부,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 핵심역량을 설정하는데 필요하다면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다.
이흥철 농림축산검역본부 기획조정과장 / 정책연구를 통해 수의학교육 핵심역량 설정을 도울 필요가 있다. 향후 대학에서 핵심역량 중심 교육이 자리 잡는다면 수의사 국가시험의 형태도 그에 맞춰 자연히 전환될 것이다.
현재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를 통해 국가시험 문항수나 가중치 등을 조정하고 있다. 현재 국가시험 주최기관을 국가에서 민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실기시험 도입 등 궁극적인 국가시험 개선책은 이관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박전홍 제주대 교수는 “수의대 교육 커리큘럼도, 인증원도, 국가시험위원회도 수의대 교수들이 운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교육개선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류판동 한국수의과대학협회장은 “오늘 토론에서 수의학 교육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며 “실제 개선을 추진해야 할 각 수의대 학장의 책임이 무겁지만 최선을 다하는 방법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