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동물병원 ‘동물제중원 금손이’ 실습 후기
실습 기간 : 2월 2일 – 2월 17일
한방수의학은 낯설지만 그만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이기에 이번 겨울 방학에 많은 기대를 안고 ‘동물제중원 금손이’에 실습을 지원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한의학에 대해 문외한이었기에 실습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또한 갖은 채로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실습 첫날. 금손이의 원장이신 강무숙 원장님께서는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으로 한방수의학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다.
한방수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들었던 생각은 양의학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단적으로 양의학이 원리주의라면 한의학은 경험주의다. 예를 들어 양의학에서는 약을 약의 정확한 기전에 따라 처방하고 사용한다면 한의학에서는 어떤 약재를 사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더라 하는 경험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이고 쌓여 그에 따라 약을 처방하고 사용한다.
또한 한의학은 음양오행론에 기초하여 음양의 기운을 보하거나(더해주거나) 사하는(빼주는) 처방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하게 된다. 이렇게 한의학은 다소 생소한 부분도 많고 지금까지 배운 수의학과는 다른 부분들이 있어 여러 가지 의문들을 갖고 실습에 임하게 되었다.
금손이에 오는 환자들 중 가장 많은 케이스는 IVDD (Intervertebral Disc Disease) 였다.
디스크 질환으로 인한 신경질환, 후지마비, 사지마비 등의 증상을 보여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진료는 예약제로 운영되었고 병원 근처 환자 뿐만 아니라 멀리 타 지역에서 내원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방동물병원이라는 특화된 진료 방향에 맞게 일반적인 동물병원과는 다른 양상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한방진료는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는 침, 뜸, 한약 이었다.
사람도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뜸을 뜰 때 잘 참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동물들에게 어떻게 침과 뜸을 적용하는지가 실습하기 전부터 궁금했었다.
이러한 한방치료를 동물에게 적용하기 위해서 금손이에서는 원장님이 직접 발명하신 보정틀에 강아지를 보정하여 침 치료를 한다. 또한 뜸은 뜨거운 감이 덜한 간접뜸을 사용하여 치료를 한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동물들이 침, 뜸 치료를 잘 받는 것이 놀라웠는데 이는 원장님이 직접 보정틀까지 연구하여 제작하신 노력과 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 중 기억에 남는 케이스 중 하나는 IVDD를 앓고 있던 페키니즈였다.
MRI 촬영 시 디스크가 신경을 70% 이상 압박하고 있던 중증의 디스크 환자였는데 이로 인해 후지마비가 와서 걸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안타까웠는데 한방치료를 받으면서 다리를 조금씩 사용하고 내가 실습을 마칠 즈음엔 제법 잘 걷는 상태까지 치료가 되어 정말 신기하기도 했고 이 환자가 치료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실습 중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치료를 하다가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는 환자, 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수의학 책에서는 치료법이 없다고 하는 상태의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를 진료하게 되었을 때 수의사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금손이 강무숙 원장님의 대답은 ‘포기하지 않는다.’ 였다. 포기하지 않으려 다른 치료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한방을 공부하게 됐다고 하셨다.
실습을 시작 할 때 느꼈던 것처럼 한의학은 지금까지 배운 수의학과 많은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고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철학에 기초한 의학,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 음양오행, 경혈 등과 같은 것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사고방식에 맞추어 평가 했을 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고방식에 기초한 수의학에서 답이 없다 하더라도, 나온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좀 더 생각의 범위를 넓혀 다른 사고방식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하여 배척할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가 환자를 치료하는 일임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금손이에서의 실습을 통해 한방수의학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한의과대학이 따로 있어 6년의 교육과정이 필요한 만큼 방대하고 쉽지 않은 학문인지라 한의학을 짧은 시간동안 배우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고 실습하는 동안 한의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진 못했지만 그보다 한의학에 문외한 이었던 내게 ‘한의학을 공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주신 원장님께 감사했다. 그 밖에도 원장님의 수의사로서의 직업관과 가치관에 대해 배우면서 내가 앞으로 어떤 수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