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개소준비..사회적 피해 막을 초기투자 필요

371억 투입 대규모 BL3/ABL3 시설 갖췄지만, 실험할 장비·인력 아직..’마중물 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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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에 위치한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아시아 최대의 인수공통전염병 전문연구기관을 목표로 설립된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KoZRI)의 개소준비가 한창이다. 연구소가 고위험병원체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장비와 인력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북 익산에 자리 잡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지난 2007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2013년 12월 완공됐다.

건물신축과 빌트인(Built-in)연구설비에만 국비 371억원이 투입된 연구소는 연구동과 차폐동물실험동, 비감염동물실험동, 행정동 등을 포함해 연면적 3,852평 규모로 건립됐다.

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고위험병원체를 실험할 수 있는 생물안전3등급연구시설(BL3) 78평과 동물이용생물안전3등급연구시설(ABL3) 129평을 갖췄다. 지난 3월 13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BL3 인증을 획득한 것에 이어 ABL 인증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밖에도 SPF(특정병원체부재)동물실험시설과 ABL2, BL2급 실험시설을 700여평 규모로 마련했다.

연구동과 차폐동물실험동에는 아파트 2천세대급의 전기설비와 공조시스템, 산소∙이산화탄소∙1차증류수를 공급하는 배관시설 등을 완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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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생물안전차폐실험실에서 병원체 유출을 차단하는 공조시스템(위)과
연구동에 산소, 1차증류수 등을 일괄 공급하는 지하배관설비(아래)

AI, MERS 등 인수공통전염병 피해 증가..고위험 병원체 연구할 BL3/ABL3 시설지원 필요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와 위험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03년 이후 국내에서 5차례에 걸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만 살처분 보상금 등 방역비용으로 5,422억원의 국가 재정이 소모됐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보건도 위협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등 인접국가에서는 고병원성 AI 인체감염으로 인한 사망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살인진드기로 알려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국내에서도 사망자를 유발하고 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고위험 인수공통전염병은 언제든지 국내에 유입돼 사회 전반에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전문연구기반은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고위험병원체나 인수공통전염병원체는 만에 하나 유출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려면 유출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는 BL3/ABL3급 시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음압공조시스템을 포함한 BL3급 시설은 설치운영비용이 커서 개별 대학이나 민간연구기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 현재 국내 BL3급 연구시설 39개소 중 33개소가 국가 및 공공기관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소규모 연구시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 및 교육기관 부족현상은 연구인력과 기술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전염병 대응역량이 미흡해지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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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출입문과 보안장치로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BL3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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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3 시설 내부에서도 공조시스템과 연계된 Isolator로 동물을 사육한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허브 목표로 오픈랩 운영할 것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인수공통전염병과 고위험병원체 연구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문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오픈랩(Open Lab)’ 형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개별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투자하기 힘든 대형 BL3/ABL3급 연구시설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면서, 이 같은 시설을 필요로 하는 연구진들을 모아 함께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학계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검역본부 등 국가기관, 관련업체, 인의병원, 민간연구기관 등이 모인 인수공통전염병 연구허브가 목표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제어할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융합연구를 통해 산업화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를 위해 내∙외부 연구시설 및 장비활용방법을 정하는 운영세칙 제정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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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연구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력실험장비 문제 선결해야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아직 출발선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고위험병원체 연구가 가능한 건물은 지었지만, 실제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실험장비와 연구지원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초 연구소는 소속연구인력 125명과 개방연구인력 100명, 행정지원인력 25명 등 250명 이상의 인력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전북대학교 소속 겸임교수를 제외하면 연구소 전임교수 2명과 연구직공무원 4명에 불과하다.

실험장비를 마련하고 연구소를 운영할 예산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장비비와 운영비, R&D사업비를 포함해 매년 11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재 교육부가 공급하는 예산은 5년간 매년 15억원(총75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연구소 부소장(소장직 공석)을 맡고 있는 장형관 교수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정식 개설해 연구를 시작하려면 최소 45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며 “연구를 위한 필수실험장비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안전차폐시설을 관리하고 연구를 지원하거나 직접 수행할 연구인력 35명과 행정지원인력 10명이 최소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위험 병원체는 차폐시설 안에서만 실험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장비들을 차폐시설 내부에 갖춰두어야 한다. 여기에 최소 300억원의 장비구입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형관 전북대 교수는 “연구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먼저 부어줄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수공통전염병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회가 먼저 투자하면, 이후 그 연구성과로 인해 수십배에 달하는 이익이 사회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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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부소장직을 맡고 있는 장형관 전북대 교수

인수공통전염병 대비는 수의학의 사회적 역할”

장형관 교수는 “다양한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헬스(One-Health) 개념 하에 의료보건분야와 수의분야, 환경분야 등이 공감하는 총체적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며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연구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인수공통전염병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동물수준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을 모니터링하고 병원체 변이를 예측하며, 예방제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수의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연구소가 수의학이 사회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기회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개소준비..사회적 피해 막을 초기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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