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이흥식 원장과 2015년 5월21일부터 3일 동안 터키 이스탄불대학에서 개최된 제28차 유럽수의학교육인증기구인 EAEVE 총회 및 학술대회에 초청받아 참가하였다.
이 모임의 참석 목적은 우리나라 수의학교육 및 인증현황을 세계에 널리 소개하고, 인증평가에 관한 정보를 상호 교류하는 발판을 마련하며, EAEVE에서 평가위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e-러닝을 우리나라에 도입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1988년 설립된 EAEVE는 유럽연합 지침 2005/36 (전문 인력의 인정)에 따라서 2015년 5월 현재 34개국 97개 수의대를 회원으로 갖고있으며, 회원 대학의 65%가 승인(approval) 또는 인증(accreditation)을 받았다. EAEVE 승인이나 인증을 받은 EU소재 대학 출신은 EU 어느나라에서나 개업이 가능하다.
이번 총회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이스라엘, 요르단 및 유럽연합(EU) 등 32개국에서 220 여명의 학장, 부학장 및 관련 교수가 참가한 성대한 모임이었다. 일본은 현재 EAEVE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탓인지 홋카이도대학, 오비히로대학, 야마구치대학, 가고시마대학 학부장을 비롯하여 관련 교수가 자그마치 10명이나 참석하였다.
총회 첫째 날은 EAEVE 2014년도 업무 및 회계 보고, 내년도 사업 및 예산심의, 2015-2010 미래전략(Strategic Plan) 발표 등과 함께 내년 총회 일정 확정(스웨덴 Uppsala 수의과대학, 5월12-13일) 등이 있었다. 이날 특기할 점은 지난해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ABOVEK)이 비엔나 EAEVE 본부를 방문하여 인증평가에 관하여 상호협력을 협의한 사실과 함께 특히 ESEVT에 관심을 갖고 e-러닝 개발에 참여 등을 협의한 사실을 상세하게 보고한 Dr. Bravo 회장의 개회사였다.
둘째 날은 주로 학술발표로 미국수의사회 교육위원회(AVMA-COE)의 인증과정에서의 성과평가,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새 기준에 따른 성과평가 경험 사례, 터키 이스탄불대학이 17년간 이어온 국제규모의 학부생 연구 활동 보고, 2단계 평가를 받은 노르웨이 대학 사례발표, 유럽수의사회(FVE) 및 유럽전문수의사회(EBVS) 활동 보고, 미국수의과대학협회(AAVMC) 기능과 역할 소개, 세계수의과대학학생회(IVSA)기관업무가 발표되었다.
특히 이흥식 한국수의학교육원장은 구두 발표를 통해 ‘한국의 수의학교육과 인증 제도’를 유럽에 최초로 소개하여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나는 e-러닝을 주관하는 유럽수의학교육평가시스템 (ESEVT) 책임자인 벨기에 Liege 수의과대학 Pierre Lekeux 교수를 직접 만나 EAEVE 평가위원장 Dr. Pierre Lekeux와 함께 평가위원을 대상으로 한 e-러닝 플랫폼에 대하여 상호협력을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으로 생각된다.
셋째 날은 이스탄불 시내 관광의 공식적인 행사가 있었다.
터키는 인구 8,200만 명, 국토면적 78만km²로 남한의 8배 정도, 국민 소득 1만 불정도 되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나라다. 수도는 Ankara지만 Istanbul이 예로부터 터키의 상업중심지다. 이스탄불은 인천에서 직항편이 있는 도시로 공항에서 이스탄불 카드를 구입하면 트램, 메트로, 페리 이용이 편리하다.
술탄아흐멧 광장의 이집트 오벨리스크, 고고학박물관의 히타이트 제국 유물, 알렉산더 대왕 석관, 톱카프 박물관의 다이아몬드 와 구약 시대 유물은 보기 드문 유산이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이스탄불로 개명된 1453년 그랜드 바자르 인근 Beyazit 지역에 이스탄불 대학이 설립되었으나 5년제 이스탄불 수의과대학은 1972년 설립되었다. 이는 1842년 터키 최초로 설립된 Ankara 수의과대학에 이어 3번째로 설립된 대학이다.
현재 터키에는 22,000여명의 수의사가 있으며, 수의사 1인당 가축단위(LU)는 920LU정도 된다. 수의대의 경우, 2006년에 설립된 Mehmet Akif Ersoy 수의대 등 총 14개가 있다.
이스탄불 수의대는 1987년 현재의 위치인 아타튀르크 공항 인근 Avcilar 지역으로 이전하였으며, 규모는 가로 150미터, 세로 100미터 4~5층 건물에 교수 96명, 그리고 가로 120미터, 세로 80미터 2~3층 규모의 병원에서 임상 스텝 57명이 학부생 1,000여명을 교육하고 있다. 학부생의 연구 성과에 대한 발표회를 매년 국제 규모로 개최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지만 이 대학의 세계적 자랑거리인 고고학골격박물관(Osteoarcheological Museum)에는 로마-그리스 시대는 물론 그 이전 시대 고대 동물 골격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이번 이스탄불 EAEVE 회의를 통해 회의 진행방법,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역량 평가에서 우리네 관행과 전혀 다른 생소한 차이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재정과 회계를 포함한 14개 안건 회의 자료를 회의 전 홈페이지에 공지하였고, 회원은 회의 자료를 미리 읽고 회의에 참석했다. 따라서 총회에서는 회의 자료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안건별 쟁점을 자그마치 5시간씩이나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논의하면서, 회원이 찬성 또는 반대투표를 하되 안건에 따라서 회원과 준회원 의결권에 차이를 두고 의사결정을 했다. 더구나 회의 후에는 즉시 회의록을 작성하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수의학교육인증평가에 수의학교육 이해관계자로서 수의대 학생 및 수의사가 포함될 뿐 아니라 인증기구는 인증 기준 작성과 인증 평가 시에도 학생 대표와 수의학이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인증기구협회(ENGQ)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학 분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을 인증평가에 참여시키고 있고, 인증심의위원회에도 학부모와 함께 학생을 참여시키고 있으며, 치의학분야도 2017년부터 이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기로 한 점에서 볼 때 우리도 선진적인 인증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제도를 반드시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AEVE 회의를 통해 얻은 결론을 인증평가를 중심으로 요약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수의대는 학생을 수의사로 만드는 기관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의사 초급 역량(Day One Skills)을 문서화하여 교육, 인증, 수의사시험에 적용하고 있다. 더구나 대학은 자체적으로 졸업생 역량 기준을 설정하고, 학생 역량을 평가하는 등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RCVS)이나 세계동물 보건기구(OIE)는 졸업 후 1일 역량(Day One Competences)과 1년 역량(Year One Competences)을 구분하여 문서화하고 교육과 인증 평가에 이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참고하여 우리도 조속히 평가인증을 정착시켜야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실하였다.
*편집자 주 : 이 참관기는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뉴스레터 제7호에 게재된 내용이며, 인증원의 허락을 맡아 데일리벳에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글 출처 : 인증원 뉴스레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