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도 아프면 MRI 찍어요` 전북대 동물병원에 내원한 호랑이
부산 삼정더파크의 호랑이 '삼정이'지속적 발작 증세로 내원.. MRI 촬영 등 진료 지원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의료센터가 호랑이 뇌에 대한 MRI 촬영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내원한 호랑이의 이름은 ‘삼정이’. 15개월령 수컷 시베리안호랑이로 5개월전부터 지속된 원인불명의 발작 증상으로 내원했다.
부산 삼정더파크에서 지내던 ‘삼정이’는 수의사 1명과 사육사 2명, 동물원 직원 1명과 함께 전북 익산에 위치한 전북대 동물의료센터를 찾았다.
당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이동과정에서는 마취 없이 안전장치를 하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
내원한 삼정이는 마취 등 안전조치를 진행한 후 X-ray, 혈액검사, 초음파, MRI 등을 통해 원인규명에 나섰다.
삼정더파크의 관리수의사 이영덕 수의사는 “호랑이는 바깥에 보이는 증상만으로는 그 원인과 치료법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발작증상의 경우 MRI를 활용한 뇌 영상을 봐야하지만 호랑이의 머리가 들어갈 수 있는 MRI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영덕 수의사는 “다행히 전북대 수의대에 호랑이의 머리를 촬영할 수 있는 MRI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학장님과 교수님의 도움을 얻어 내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정더파크의 김석공 사육사는 “삼정이는 부산에서 태어난 최초의 호랑이로 삼정더파크 동물원의 마스코트”라며 “아픈 원인조차 알 방법이 없어 속상했는데 이렇게 검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전북대 동물의료센터는 올해 익산캠퍼스에 동물병원을 신축 이전하면서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말도 MRI를 촬영할 수 있도록 진료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이번 호랑이 진료에 활용한 것이다.
전북대 의료진은 영상진단과 채혈검사 등으로 진단과정을 진행하는 한편 발작증상에 대한 대증처치요법을 처방했다. 호랑이 ‘삼정이’는 당일 부산 삼정더파크로 귀환했다.
한편 이번 검사과정은 전북대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도 개방됐다. 흔치 않은 광경에 학생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본과 2학년 최수성 학생은 “4년 동안 수의과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진귀한 광경을 본 것 같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전북대 이기창 수의방사선학 교수는 “오늘 내원한 호랑이 ‘삼정이’는 중추신경계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MRI를 촬영했다”며 “지금까지 대학병원에서 보통 반려동물에 한정해 MRI를 활용했지만, 이번 호랑이 촬영과 같이 앞으로 야생동물이나 대동물로 검사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수 기자 cjs667@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