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이름만 들어봤을 때에는 수의학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수의학과에 진학할 당시만해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식약처는 오히려 약대, 식품영양학과와 같은 타 전공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서울지방식약청으로 2주간 실습을 다녀오면서 그런 생각들은 많이 사라졌다.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들이 필요하며 그 중에는 수의학도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지방식약청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실습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의 희망 직업과 관련이 있다.
평소 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내심 1순위 희망진로로 올려놓고 있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이며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 직업이라고 생각해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약물에 대한 관심도 많아 식약처를 고려하고 있었다.
막상 직접 눈으로 볼 기회를 찾지 못하던 와중에 교수님을 통해 매년 각 지방 식약청에서 대학생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지방식약청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올해 대학생 실습은 상반기(1월 11일~22일)와 하반기(7월 11일~22일)로 나누어 실시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일정 기간 외부기관 실습이 가능한 본교 본과 4학년 로테이션을 이용하여 상반기 실습을 신청했다.
직접 공무원, 특히 연구직렬의 공무원 생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본래 작년까지는 4주 동안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으나 올해는 실습 기간이 바뀌어 1월 11일에서 22일까지 목동에 위치한 서울지방식약청에서 총 2주간 진행됐다.
실습기간 동안은 아래와 같이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였다.
서울지방식약청의 대학생 실습은 청 내 다양한 과 중에서도 ‘유해물질분석과’에 속해 관련 업무들을 공부하는 내용이었다.
유해물질분석과에는 식품 팀, 미생물 팀, 잔류농약 및 건강기능식품 팀, 의약품팀, 부정물질 및 동물용 의약품 팀이 있다. 나는 부정물질 및 동물용 의약품 팀에서 실습했다. 실습은 잔류농약 및 건강기능식품 팀의 실습생과 함께 진행됐다.
출근하면 매일 1시간 정도 이론강의를 듣는다. 의약품/식품/축산물/미생물 검사/ 항생제 검사 등 식약청 관리 항목에 대해 담당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강의한다. 기관 특성 상 검사 기준과 검사법 등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식품, 축산물, 미생물과 관련된 주제들은 공중보건학에서 배웠던 내용들이어서 어렵지 않게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날에는 해당 부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기들을 설명하고 정확히 어떠한 업무들을 진행하는지에 전달해주었다. 기기들은 GC, HPLC, LC -MS/MS를 주로 사용하며 실습생들이 주로 맡을 일은 분석을 위한 시료 전처리였다.
나머지 실습 시간 동안에는 건강기능식품 등에 들어있는 부정물질들을 분석하여 ‘적합’ 또는 ‘부적합’으로 판단을 내리고, 다양한 농수산물에 대한 잔류 농약, 잔류 항생제 검사를 실시하여 결과를 통보한다.
2주간 다양한 시료(버섯, 닭꼬치, 침출차, 사과, 배 등등)에 대하여 GC, LC 전처리를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은 ‘식품 공전’에 나와있는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그리 복잡한 과정은 아니어서 진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시료의 전처리를 맡아서 해당 검체에 들어있는 농약이나 항생제를 추출하여 가스 크로마토그래피(GC)나 고압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로 분석하기 적합한 형태로 만든 뒤, 담당 선생님께서 처리한 시료들을 이용하여 크로마토그래피 결과를 분석하고 적합 판정을 내리는 것을 참관했다.
또한 우리가 진행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미생물팀에서 진행하는 Realtime -PCR을 참관하고 같이 설명을 듣는 등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업무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2주간 실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20분짜리 팀별 발표를 실시했다.
본인은 미생물팀 실습생, 잔류농약 및 건강기능식품팀 실습생과 팀을 이뤄 ‘서울지방청식약청 세미나실에 있는 커피 머신과 원두의 미생물 및 잔류농약 검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를 위해 원두 보관통, 커피 나오는 입구, 물 보관통 등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수를 측정하고 다른 곳(핸드폰, 키보드, 변기 등)과 비교하여 위생 상태를 평가했다. 또한 많은 식약청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의 원두가 무엇이며 그 안에 들어있는 농약 검출량 검사를 직접 진행해보고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결과 발표 우수팀(1등)으로 선정되었으며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모범이 되는 1인에게 주는 ‘청렴상’도 수상하여 총 2개의 상을 수여받았다.
처음에는 ‘이름 그대로 식품과 의약품을 검사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수의학 전공을 살려 동물용의약품 부서로 지원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의 정확한 업무는 식품, 농수산물 등에 들어 있는 농약, 항생제, 미생물 등을 검사해서 유해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었다.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업무가 주를 이뤘다. 해당 기관의 역할이 ‘연구’가 아닌 ‘검사’ 업무이기 때문에 미생물 부서를 포함해 전체 부서의 업무는 시료 처리 후 기기로 검사하는 업무의 반복이 주를 이뤘다. 실습생이라 야근은 하지 않았지만 야근 또한 많은 곳이었다.
업무 특성 상 항생제에 대한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 치료 목적의 수의학적 접근 보다는 사람이 먹는 식품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하거나 적정 농도 내로 검출되는지 등 식품 안전성 측면의 접근이었다. Chloramphenicol, Malachite green, Enrofloxacin, Nitrofuran 등의 규제 항생제들에 대하여 공부할 수 있었다. 교과과정에서 배웠지만 잊어버린 항생제들이 많아서 다시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또한 GC, HPLC 등과 같이 분석에 사용되는 기기들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다.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분석 기기들은 어느 실험실을 가더라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기기들이기 때문에 원리와 사용법에 대해 배운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식약청이 담당하는 실제 업무들을 눈여겨보고 현재 근무 중인 수의사분들의 조언은 식약처를 비롯한 공무원을 진로로 고민하는 본인에게 큰 성과가 됐다.
또한 임상에만 치우치지 않은 폭 넓은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점을 느꼈다. 학교에 다니면서는 공중보건분야가 수의학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 현장실습을 통해 수의사들의 진출 분야임을 깨달았다.
향후 검역본부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하면서 지방식약청과 근무환경이나 업무 등을 비교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