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원장 한진수)에 최근 의미 있고 감동적인 사건이 있었다. 사육을 포기하고 반려견의 안락사를 요청한 보호자를 설득하여 연구용으로 기증받은 뒤 시행한 고난도 수술이 대성공하여 6주 만에 보호자에게 다시 반려견을 보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건의 주인공인 동물 환자는 9살 암컷 반려견으로 1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아래턱이 양쪽 모두 골절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됐다. 사건 이후 보호자는 주사기를 이용해 1년간 매일 음식을 직접 반려견에게 먹여왔으나,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가족이 고민 끝에 결국 동물병원에 안락사를 의뢰했다.
건국대 동물병원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턱을 움직이지 않은 환자의 수술 결과를 보장하지 못했고, 결국 연구용으로 기증받은 뒤 수술을 진행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보호자를 끝까지 설득한 끝에 수술을 집도한 정순욱 교수(응급의료센터장)는 “매우 희귀한 사례이지만, 앞으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술을 집행하게 됐다”며 “다행히 보호자의 극진한 간호로 건강상태가 양호하여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활용…임상수의학회에서 사례 발표 예정
수술에서는 근래 수의료 분야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3D 프린터가 활용됐다.
건국대 동물병원 측은 “턱골절 CT 사진을 근거로 제작한 모조 하악을 모델로 하여 사전에 모의수술을 시행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골판 및 나사를 선정할 수 있었던 것이 수술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임상수의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진수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장은 “본원에서 최초로 3D 프린터를 임상에 적용하여 고난도 하악골절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응급환자의 골절수술에 응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또한, 향후 가정 사정으로 치료가 어려운 반려동물의 치료에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