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시리즈 첫 번째 순서로 한국마사회에서 근무하는 진동욱 수의사를 만났습니다.
–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4년 수의대를 졸업하고 2016년 마사회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마사회 렛츠런팜 제주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진동욱입니다.
– 자신의 진로로 말 임상을 선택한 계기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말 임상을 선택한 거창하거나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갑갑한 것을 싫어해서 소동물 임상보다는 대동물 쪽이 더 제 성향과 맞지 않을까 싶었고, 그 중에 2차 진료를 할 수 있는 말 수의사가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수의대 졸업 전에도 말 임상 실습은 여러 번 해봤어요. 마사회 동물병원과 J&C말동물병원에서 실습했는데 돌이켜보면 학생으로서 보는 입장과 실제 일을 하는 입장은 완전히 다르네요.
하지만 조금이나마 이 분야를 경험해 보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말 임상이 나에게 맞는 일이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게 여러 번 마사회 입사에 도전한 이유였던 것 같아요.
– 도전하기 위해 학부생 시절이나 졸업 직후 특별히 준비했던 것이나 입사과정이 있었나요?
저는 학부 때부터 마사회 입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본과 4학년 때 여러 말 동물병원실습을 해 본 것도 말 임상이라는 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약간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요.
저는 마사회에 3번 지원해서 붙었어요. 마사회 면접을 실제로 겪어보며 면접에 떨어질 때마다 그 과정을 복기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결국 합격하게 된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저처럼 여러 번 지원하는 경우보다 한두 번 만에 합격하신 분들이 훨씬 많으니 ‘마사회에 입사는 몇 년을 준비해야하는구나’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마사회 입사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인터넷에 입사 후기 등이 많이 있으니 잘 찾아서 보시구요, 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알려드릴게요.
마사회 입사과정에 중요한 두 관문은 ‘실무진 면접’과 최종 면접인 ‘임원 면접’이에요.
실무진면접은 현업에 계신 고참 수의사분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데요, 20년 넘도록 현장을 경험한 분들이 회사 업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추리는 과정이니 자신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접은 20여분 정도의 PT 면접으로 진행되는데, 주제는 말 임상을 물어보지는 않지만 마사회 수의조직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PT 면접에서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점은 말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말 임상에 대한 이해, 마사회에서 말 수의사가 하는 역할을 정확하게 인지하고(해당 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정도로요), 면접 준비 시에는 짧은 시간동안 정해진 주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PT를 구성하고 본인의 의견을 전달 할 수 있는 연습을 하시면 도움이 될 거에요.
최종면접은 회사 임원진과 외부 평가위원분들이 들어오고 같은 직군 지원자들이 한꺼번에 들어가서 면접을 봐요.
한 사람당 질문에 답변할 기회는 2~4번 정도에 불과하고, 아무리 준비하더라도 준비할 수 없는 질문들이 들어오니 다양한 인성질문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순발력을 연습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1분 이내의 간단한 자기소개도 있으니 잘 준비해야 합니다.
마사회 면접시즌이 되면 합격자들 사이에 면접 스터디가 꾸려지니 꼭 참여하시구요, 실무진 면접에서 상위권 득점과 임원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시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 말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마사회의 근무 환경인데요. 마사회만의 특이한 근무환경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사회에는 과천, 부산, 제주 경마장과 장수 목장, 제주 목장 등 5개 사업장이 있어요. 이 5개 사업장을 돌아가며 근무하고, 전보는 그때그때 인력이동 소요와 이동 인력의 연차 및 역할, 본인 희망지역 등을 고려해 정해집니다.
평균 3~5년 정도에 한 번씩 부서이동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천에 가장 많은 인력이 있으니 확률적으로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비중이 제일 높겠죠.
– 마사회 입사는 매년 그 수가 일정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매년 어느 정도의 인원을 뽑는지 대략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겠지만 마사회 수의사의 채용은 결원이나 인력증원 등 수요가 생기면 뽑아요. 매년 그 숫자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청년실업극복이 정부정책의 주요 기조이고 마사회는 이를 따라야하는 공기업인 만큼 매년 1명이상은 꾸준히 채용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근 5년간 매년 1명 이상 수의사를 뽑았어요.
– 마사회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이나 경력이 있다면?
마사회 수의사는 수의사의 일을 하는 회사원입니다. 일반 동물병원 임상수의사와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일을 하신다고 보면 돼요.
저는 이전에 사료회사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데요, 이전 경력들이 초반 업무파악 등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조직의 분위기에 적응하고 직장 내 인관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아무래도 세 번째 직장이다 보니 더 익숙했죠.
특히 공기업과 공무원은 공문을 통한 일처리나 규정을 바탕에 두고 일하는 것 등 유사한 점이 많았어요. 더불어 검역본부에 있으면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말 검역·방역 규정, 말 전염병 동향 등은 면접 PT발표 시 잘 녹여내어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입사 후 본인의 생각과 가장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요?
입사할 땐 뭐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달랐던 점은 없어요.
다만 마사회에 관심이 있는 후배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사회는 진료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건 갓 입사했을 때 한 선배님께서 들었던 말씀인데요, 마사회 수의조직은 진료·경마·수의방역 등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는 곳이고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진료 외적인 일들이 많아요. 이에 비해 실습이나 견학 등으로 접할 수 있는 모습은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때문에 ‘나는 마사회에 들어가서 뛰어난 말 임상수의사가 될 거야’ 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들어와서 본인의 기대와 현실이 달라 좀 힘들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지금 이 길의 최대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말 임상은 인의나 소동물에 비해 그 깊이가 깊지 않아요. 정확히는 의학이 아우르는 넓은 영역 중 일부만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진료의 대부분은 3~5세의 경주마, 경주마 생산을 위한 번식마, 경주마가 되기 전 어린 말들에 치중되어 있어요. 심도 있는 진료를 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이 말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발전돼야 할 영역이 많은 것이니 자기의 노력에 따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마사회는 말 산업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곳이니만큼 말 의학에서도 개인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치료법이나 새 장비의 도입, 해외 전문수의사를 초빙해서 협진하는 등 말 임상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는 중심에 마사회 수의사들이 있습니다.
– 반면 지금 이 분야의 단점이 있으시다면?
위에 제가 말씀드린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해요. 뒤를 받쳐주는 체계적 시스템이 부족하니 때때로는 몸이 고되고 여러 가지 한계점에 부닥치기도 하구요.
이런 어려움에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강한 내적 동기가 필요한 직업인 것 같아요.
– 이 직업으로 이루고 싶은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더 많은 임상경험을 하고 지식을 쌓아 말 임상분야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 길이 어떤 길일지 아직 막연하고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느낌이지만 결국 저로 인해 더 많은 말들이 살아나고 건강한 삶을 영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수의대 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아직 학생이면서 마사회에 관심 있는 후배 분들께는 매년 꾸준히 채용수요가 있을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문이 좁고 불확실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꾸준히 잘 준비하신다면 좋은 결과 있을거에요.
100대1을 가볍게 넘기는 타 직군에 비해 채용 경쟁률도 20~30대 1정도로 낮은 편이고 지원자들 중 체계적으로 꾸준히 준비한 사람도 적어요. 충분히 준비하고 한 두 번의 좌절에 낙담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준비한 자의 것입니다.
마지막 홍보 한 가지만 할게요. 제가 일하고 있는 제주목장 동물병원에서는 현재 여름·겨울방학 때 4주 단위로 임상실습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내년부터는 연중 실습학생을 모집할 계획이고요. 마사회나 말 임상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민현아 기자 hyeona@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