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게 외제차 리스비·실험실습비 받은 국립대 교수, 2심도 실형
서울고법 `파트타임 대학원생 학위과정에 전반적 편의제공..대가성 인정`
파트타임 대학원생 제자들로부터 외제차 리스비를 대납 받고,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립대 수의과대학 교수가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제1형사부(부장판사 김복형)는 20일 “대학원생이 각출한 리스비와 실험실습비를 뇌물로 판단한 원심은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국립대 교수 A씨에게 원심보다 일부 감경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천만원, 1억 478만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A교수는 파트타임 대학원생으로부터 외제차 리스비와 실험실습비를 받고 학위과정 이수와 논문작성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뇌물죄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1년말부터 39개월간 파트타임 대학원생 15명으로부터 대납 받은 리스비 약 4,588만원과 파트타임 대학원생 14명으로부터 실험실습비와 논문심사비 명목으로 받은 5,890만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항소심에서는 이중 실험실습비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피고 측은 파트타임 대학원생들이 낸 실험실습비가 실제로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를 사는데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각 대학원생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기 어렵거나 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실험기자재를 구입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학원생들이 낸) 실습비 전부가 실제 실험에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가 실습비 명목으로 받은 돈을 따로 구분하거나 정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가 실험에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로 풀타임 대학원생들이 파트타임 대학원생 학위논문 작성을 위한 실험을 상당수 대행했고, 피고도 이 같은 취지를 언급하며 실험실습비를 요구했다”며 “학위논문 작성에 대한 전반적인 편의제공이 대가적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A교수가 지도교수로서 학위과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대학원생들이 실험실습비 납부요구를 거절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실험기자재를 구입할 목적이었다면 공동구매 등의 방안을 마련하면 족하지, 지도교수가 임의로 산정한 금액을 요구하고 관여해 조치할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리스비와 실험실습비를 포함한 1억 478만여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각종 뇌물수수액을 모두 합해 특정범죄가중법상 벌금형을 산정했던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형량을 일부 감경했다.
재판부는 “국립대 교수로서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춰 엄정하게 학사관리를 해야 함에도, 각종 편의제공에 대한 대가로 장기간에 걸쳐 금품을 제공받은 것은 죄질이 나쁘다”면서 A교수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천만원, 1억 478만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한편 리스비 대납 참여자들 중 이를 주도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학원생 제자 B, C원장에 대해서는 1심의 처벌이 유지됐다. 본인 명의의 계좌로 리스비를 모아 A교수에게 건넨 B원장은 벌금 300만원에 처하고, 외제차 딜러를 소개한 C원장의 선고는 유예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