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④] 어서 와, 공무원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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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딛은 선배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네 번째로 만나볼 분은 공직에 계신 김수현 수의사(사진)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수현 수의사는 갓 졸업한 분은 아니지만, 사회초년생 분들께 공무원 선배로서 여러 조언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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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강원대 수의대 91학번으로 1997년 8월 공직에 입문한 김수현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식약처 농축수산물정책과에서 농축수산물 안전관리 정책 개발, 제도 운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공직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터뷰가 되었으면 합니다.

처음 공무원을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 지금의 인사혁신처에서 전국 10개 수의대 학생들을 선발해 재학생 시절부터 장학금을 주고 졸업 후 그 학생들을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학부 2학년 때 지원을 해서 선발되었습니다.

그럼 그것도 수의직 7급 공무원 인가요?

맞습니다. 수의직 7급 특채인 셈입니다. 처음 지원할 때는 솔직히 특별한 사명감을 가졌다기 보다는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공직 생활을 오래 하신 분으로서 이 길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또 이 길을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 지 궁금합니다.

우선 공무원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약간의 경쟁을 거쳐 선발되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줍니다.

가령 매년 각 부처의 추천을 받아 200여명의 공무원이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갈 수 있는데요, 저도 2005년 농림축산식품부에 있을 당시 호주 Monash University의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2명까지 온 가족들이 다 같이 2년간 멜버른 생활을 했는데요, 물론 모두 국비 지원이었습니다.

또한 사기업과 달리 공직은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중앙부처 공무원은 국민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크게 4가지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법을, 두 번째로 예산을, 교육과 홍보를 통해, 마지막으로 단속을 통해서 입니다. 4가지 모두를 다 할 수 있는 게 중앙부처 공무원입니다.

크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공직 생활에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성과가 갑자기 확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손에 잡히는 즉각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죠. 하는 일의 효과는 장시간이 지나야 나타나곤 합니다.

또한 무슨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공무원은 설득하는 직업이고, 남에게 쉬운 말로 설득하려면 그 사람보다 만 배나 더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명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님이 하셨던 말씀인데요, 공무원 일이 그런 면에서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죠.

어떤 분들은 ‘공무원이 여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시간이 많을 것이다’라는 생각하겠지만, 통념과 달리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개인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늦게까지 야근하는 일도 부지기수죠.

또 특정한 개인을 위해 만든 제도나 사업이 아닌데 의도와는 달리 욕을 먹을 때도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데 작은 기여를 한다 하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호주에 국비유학을 다녀오자마자 얼마 안돼서 광우병 사태가 터졌습니다. 미국과 협상을 다시 하면서 현장에 파견하는 검역관 4명 중 한 명으로 미국 휴스턴에 갔습니다. 만 2년간 머무르면서 현지 검역업무는 물론이고, 한식 세계화 사업까지 지원했습니다.

휴스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휴스턴 힐튼 컬리지에서 한식 강좌와 한국음식을 축제를 열었는데요, 각계 이사와 외교사절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힘썼습니다.

또 총영사관과 함께 6.25 전쟁 참전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일도 뜻 깊었습니다. 휴스턴 근처의 아칸소 주였는데, 맥아더 장군의 고향인 아칸소 주에서만 약 2천명이 6.25에 참전했습니다.

농식품부에서 근무할 때도 기억이 납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했을 때 다시 청정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국제기구 보고서 작성을 총괄했습니다. 국산 축산물 수출 협상에도 관여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예를 들자면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산물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특정 지역을 상시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내용입니다.

가령 바다에 물고기가 어느 정도 오염되어 있다면,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해성이 있을까 궁금하잖아요. 그런 위해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 측면의 이해를 조정해 법을 개정하는 일은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담론들을 담아 시스템을 구축하면 우리의 먹거리를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겁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청사 앞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청사 앞에서


처음부터 그런 업무를 하신 건가요?

식약처가 소관하는 법 18개를 식약처 1,800명 직원 중 사무관 18명이 총괄하게 됩니다. 저도 그 중 하나인 셈이죠.

그 전엔 국제협력업무라고 해서 외국과 협상하는 업무, 실제로 예산을 가지고 지원하는 업무(우리나라 축산물 수출 조건 지원 등)를 했어요.

이처럼 여러 업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공무원의 특징입니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공직의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이기도 하죠.

혹시 지금 인터뷰를 보고 있을 수의대 재학생들을 위해 학교생활과 관련해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실패하더라도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꼭 수의분야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 이것저것이요. 학생 때 웬만한 거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주 기초적인 실수들도 해보고요. 학생 땐 시행착오가 용납되는 시기입니다. 사회에 나오면 그렇지 않거든요.

저도 이것저것 해봤고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는데 헛방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남는 건 있어요. 그러다 보면 자기 진로도 좀 더 명확해지고 희미했던 것들이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저 같은 경우엔 학부 때 마사회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학과 임상동아리(clinical sign)의 부회장이었어요. 임상활동에 관심도 있었고 특히 말을 좋아했기에 마사회 취업도 고민했습니다.

학부생 때 2-3주간 마사회 체험 실습도 가봤습니다. 전국의 각 학교에서 온 20여명 친구들과 다니며 친해지는 기회도 됐죠. 마사회를 가면 실제로 진료하는 수의사는 많지 않고 상당수는 다른 업무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직으로 최종 선택을 했습니다.

학부생 때 해외개척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대기업에 과제를 내서 채택되면 해외 대학, 연구실에 가는 것을 스폰서해주는 프로그램에 도전했어요. 수의과대학 친구들뿐만 아니라 신문방송학과, 인문사회 쪽 친구들과 팀을 짜서 ‘lead poisioning(납중독)’주제로 과제를 냈었고 실제로 선발됐었습니다.

당시 독성학 원서 교재의 공동저자 중 한 분에게 팩스를 보냈었어요. 스폰서를 받아서 가려 하는데 우리가 가면 책임져 줄 수 있나, 일주일간 실험실에 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나하고 보냈었죠. 참 신기하게 그런 식의 컨택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와 다녀올 수 있었어요.

전국 대학생 영어 경시대회도 나가봤네요. 거기서 여러 사람들 만나서 또 다른 팀을 짜서 다른 과제에 도전하곤 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공직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또 학부 때 전년도 선배가 단과대 1등을 하고 학교에서 배낭여행을 보내줘서 다녀온 거에요. 그걸 보고 부러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학과 공부를 했어요. 결국 단과대학교 1등은 했는데, 그 제도가 한번 시행되고 없어져 결국 못 갔답니다(웃음).

너무 맥이 풀렸지만, 어쨌든 습관을 만들고 뭔가를 열심히 해보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학창시절 축산대 라창식 교수님이 신입생 환영회 할 때 학과생활하며 3가지에 미쳐보라 했었어요. 공부에 미쳐보고, 연애에 미쳐보고, 사람과 동아리에 미쳐보라.

모두 미쳐보셨나요?

2가지 해본 것 같아요. 공부는 한번 미쳐보자 해서, 3일 밤새고 공부한적 있어요. 시험 끝나고 나서 잠이 딱 들었는데 26시간을 내리 잤죠. 소중한 기억이에요. 직장 생활하며 밤샐 일이 몇 번 있는데 ‘3일도 샜는데 뭐 하루쯤이야’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연애도 열심히 했고 동아리도 참 열심히 하긴 했지만 미쳤다고 하긴 힘드네요(웃음).

또 이런 것들을 많이 해보는 게 나중에 진로를 잡고 제대로 준비할 때 힘든 순간을 버티는 힘이 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나중에 선후배들이 봤을 때 ‘그 분야는 그 사람이 제일 잘 알잖아’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엄청나게 뭔가 큰 것을 바꾸겠다는 것은 없어요. 열심히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많은 것이 포함돼 있을 것 같습니다.

 

오송행 기차를 타고 갈 때의 저와 다시 돌아올 때의 저는 분명 다른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조용한 오송에서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만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 하고 있을 수많은 수의직 공무원 선배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가영 기자 magatime@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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