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실습후기 공모전] 태국 출라롱콘 수의대 Exotic Clinic/제주대 허재성
실습기간 2018년 7월 9일 ~ 8월 3일 (4주)
IVSA 개인 Exchange Program in Thailand
Exotic Animal Clinic, Small Animal Teaching Hospital,
Faculty of Veterinary Science, Chulalongkorn University
1. 실습 지원 동기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내 인생의 첫 반려동물로 고슴도치를 입양했다. 이 친구 덕분에 ‘고슴도치를 진료할 수 있는 수의사가 되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수의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본과 1학년이던 2013년, 우연한 계기로 조직학 교수님으로부터 “태국은 특수동물의 천국이다”라는 얘기를 듣게 됐다. ‘졸업 전에 반드시 태국을 다녀오겠노라’고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2014년 군입대와 동시에 태국이라는 존재는 한동안 잠시 잊혀졌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복학하여 우연히 읽게 된 데일리벳 Chulalongkorn University 실습후기(경북대 최재형 : 내가 만진 코끼리 다리-보러가기) 덕분에 태국에 대한 열망의 불씨를 다시 살리게 되었다.
실습 후기를 통해 동물병원 내 여러 clinic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동물병원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Exotic Animal Clinic에 대한 후기는 없어서 ‘꼭 한 번 다녀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로 미뤄지다 보니 결국 2018년 2월 중순에 이르렀고, IVSA 개인 Exchange Program (EP) 지원서 공지사항에 ‘최소 6개월 전에는 지원하는 것을 권장한다’는 부분을 읽고 좌절했다.
하지만 이대로 학교생활을 끝내기엔 너무 눈물겨워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제주대 FO(Faculty Officer)를 통해 IVSA KOREA에 문의했고, 제주대 FO와 IVSA KOREA EO(Exchange Officer)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이번 마지막 여름방학 한 달 동안 무사히 실습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IVSA 1차 영문지원서 공지사항에 보면 원칙적으로는 계획한 날짜로부터 최소한 6개월 전에는 지원서가 실습국가 EO에게 전달되기를 권장하고 있으니, 원활한 실습진행과 IVSA 관계자 분들을 위해 일찍 지원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2. 실습 지원 방법
IVSA 개인 EP 지원을 받으려면 우선 IVSA Korea의 회원이어야 한다. 실습을 위해서는 1차 지원(1차 국문 지원서, 1차 영문 지원서, 개인 포트폴리오 필요) 통과 후 보증금 10만원과 함께 2차 지원(2차 지원서, 추천서)까지 통과해야 한다(자세한 사항은 IVSA Korea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시기 바립니다).
IVSA Korea EO의 헌신적인 도움 덕분에 저는 2월 중순에 지원하여 1, 2차 지원 통과했다. 3월 중순쯤 태국 측에서 연락이 와서 여권 사본을 보내주고 4월 초에 실습비용에 대한 공지를 받았다.
5월 초에 실습 날짜에 대해 태국 측과 얘기하였고 실습비(bench fee)와 기숙사비, 기숙사 보증금에 대한 공지를 받았다. 실습비는 주당 5000바트로 4주 동안 20,000바트가 들고, 기숙사비는 한 달 동안 14,000바트, 한 달 보증금 14,000바트까지 총 48000바트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비용은 태국에 가서 현금으로 지불하였다.
(*** 혹시나 해당 학교가 태국의 Chulalonkorn University와 MOU가 체결되어 있다면 실습비가 조금 더 저렴해 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 제주대학교는 Chulalongkorn 대학교와 MOU 체결이 되어있지 않아 공지한 금액대로 실습비를 지불했습니다. )
(*** 기숙사 비의 경우 머문 기간에 따라 청구되는 것이 아니라 달에 따라 청구됩니다. 저 같은 경우 7월8일부터 8월 4일까지 머물렀는데 7월 한 달간의 비용을 입실 전에 지불하였고 8.1~8.4까지 머문 것에 대한 비용(Rental Charge & Service Charge)은 수도세와 전기세와 함께 퇴실할 때 지불했습니다)
이 뒤부터는 태국의 IVSA 학생의 Facebook 계정을 IVSA Korea EO로부터 넘겨받아 직접 연락하여 진행하였다. 태국의 Bam Paniga 학생이 기숙사(CUihouse) 예약과 Small Animal Teaching Hospital 사이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기숙사의 경우 베개와 침대 시트 커버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챙겨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Bam Paniga 학생의 도움으로 빌려서 사용하였습니다.)
3. 실습내용
-Episode 1 : Exotic animal clinic과 열정 가득한 Dr. Pat과의 만남 & 친절한 태국 학생들
파란 동물병원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Special Clinic Division 구역이 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보호자 대기실이 보이고 안과, 피부과 클리닉을 지나 Exotic clinic의 문이 보인다.
실습 첫 날 두근대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뭘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들어온 테크니션 선생님이 닥터는 1층의 X-ray실에 있다고 말씀하셔서 허겁지겁 내려갔다.
1층 Diagnostic Imaging Unit의 문을 열고 보호자 대기실을 지나 X-ray실로 가니 분주해 보이는 한 여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Dr. Pat과의 첫 만남이었다.
출라롱콘대학 소동물 교육병원의 Exotic Animal Clinic에는 교수 1명 (Dr. Thawat), Clinician 1명 (Dr. Pat), 테크니션 1명 (P’Ne, 태국어로 ‘P’가 ‘언니’라는 의미라고 한다)이 일하고 있다. Clinic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12시까지 운영된다.
Dr. Thawat은 조류 전문가다. 학생들에게 특수동물, 특히 조류에 대한 강의를 해야 해서 매주 수요일 오전에만 진료를 보러 오신다. Dr. Pat과 P’Ne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모두 근무한다.
Dr. Pat은 태국나이로 30살의 6년차 특수동물 수의사다. 원래는 동물원 수의사를 하려고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고, 개나 고양이는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특수동물 수의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운 좋게 졸업 후 여기 clinic에서 바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Dr. Pat은 월~목요일은 오후 4시 진료가 끝나면 저녁에 다른 로컬 병원에서 extra-clinic을 한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 1시에서 8시까지는 대학병원 내에 1층 general medicine에서 extra-clinic을 한다. 1~2년차 때는 지금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고 한다.
Exotic Animal Clinic에는 매주 1~3명 정도의 출라롱콘 수의대 학생들이 교복과 스크럽을 입고 실습을 왔다. 3~5학년 학생들이 주로 왔는데 다들 친절하고 똑똑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이 친구들은 매번 나에게 케이스에 대한 설명을 해주거나 Dr. Pat의 설명을 영어로 통역해주었다. 한국말도 다들 잘해서 ‘안녕’, ‘오빠’ 등의 단어는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Episode 2 : 아니…당신은….? (콘스네이크 종양제거 수술)
백인 남성 보호자가 작은 리빙 박스에 뱀을 넣어 clinic을 방문했다. 진료에는 Dr. Pat과 Dr. Pat의 선배인 Dr. 토토라는 수의사가 참여했다(이 때 Dr. 토토를 처음 뵈었지만 왠지 처음 본 게 아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 지는 한참 뒤에 깨닫게 되었다).
그가 데려온 8살의 콘 스네이크는 원래 마우스를 잘 먹는데 최근 한 달 동안 밥을 안 먹었다고 한다. 신체 검사 시 매우 야윈 상태였고 양쪽 눈에는 백내장이 있었다. 촉진 시 신장 부근의 위치에서 덩어리(mass)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X-ray 상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고 초음파나 FNA를 하기에는 뱀의 크기가 작았고 위치가 신장 부근이라 위험할 것 같았다. ‘수술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Dr. 토토가 이야기했다. 보호자는 수술에 동의했고, 수술은 3일 뒤로 예정됐다.
수술 당일이 되었다. 뱀의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정말 너무 궁금했다. 실제로 본 적도 없었고 들은 적도 없었다.
마취 시작 전 Dr. 토토는 간단히 뱀의 마취에 대해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정말 원통하게도 미숙한 영어 실력 탓에… 알아들었던 내용은 뱀의 마취는 매우 어렵고 심박수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하며 심박수가 많이 떨어지면 바로 마취를 중단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마취의 유도는 Isoflurane으로 진행되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내에 Isoflurane을 적신 거즈를 넣고 입구를 통해 뱀의 머리를 넣은 뒤 입구 주위를 거즈로 막았다. 뱀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바로 뱀을 꺼내어 입을 벌린 후 glottis에 feeding tube를 삽입했다. 이것을 수액세트와 결합시켜 gas마취기계에 연결한 뒤 Isoflurane으로 마취 유지를 하였다.
Dr. 토토는 뱀의 심장 위치 부근에 3M tape를 붙여 놓고 테크니션 선생님에게 지속적인 확인을 부탁하였다.
수술은 Dr. 토토와 Dr. Pat이 함께 진행했다. 촉진을 통해 mass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rib과 배쪽 부분 사이를 절개하였다. 곧이어 mass가 정체를 드러냈다. 대장 쪽 mass였고 위치는 맹장 부근 같다고 하셨다.
주위 혈관을 결찰하고 mass가 포함된 대장의 일부를 절제하였다. 절제된 장을 갈라보니 mass 때문에 장의 내강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좁아져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떨어져 있는 장을 연결하는 것인데 크기가 정말 너무 작았다. Dr. 토토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떨어진 두 부분을 단순단속봉합으로 문합했다. Leakage가 생기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사기로 normal saline을 장관 내로 주사하였는데 전혀 새지 않았다. 살짝 소름이 돋았다.
이어서 복강을 닫고 피부를 봉합했다. Dr. 토토는 나에게 “파충류의 피부 봉합은 피부에 걸리는 장력 때문에 양쪽 끝이 올라가는 everting 형태로 봉합해야 한다”고 했다.
무사히 수술이 마무리되었고 콘 스네이크는 산소를 공급받으며 마취가 깨기를 기다렸다. Dr. Pat은 보호자에게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 특히 시간이 지나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 파열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며 ‘그렇지 않기를 빈다’고 했다. 뱀은 피하로 수액을 공급받고 보호자와 함께 돌아갔다.
그 다음주에 보호자가 다시 뱀과 함께 clinic을 찾아왔다. 전보다 활동적이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보호자와 Dr. Pat은 매우 기뻐 보였다.
그러곤 갑자기 Dr. 토토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2016년 태국 한 동물병원에서 아나콘다의 심장종양 제거 수술의 성공에 대한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았는데 거기 나온 수의사가 바로 Dr. 토토였다(기사 보러가기).
Dr. Pat의 말에 의하면 그는 훌륭한 뱀 전문가이며 뱀(킹 코브라) 때문에 목숨을 두 번이나 잃을 뻔 했다. 그럼에도 지금도 계속 뱀을 진료하고 있다고 한다. 왠지 엄청난 사람을 만나버린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Episode 3 : 너는 어디서 왔을까…? (슬로우 로리스 원숭이 : 부부)
Exotic Animal Clinic에 실습을 하며 만난 수많은 특수동물 중 제일 특별했던 녀석은 바로 슬로우 로리스 원숭이들이다.
처음 만났을 때 커다란 눈에 앙증맞은 손을 보고 마냥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슬로우 로리스 원숭이는 2007년 CITES 1종으로 등록된 보호동물이었다.
CITES 1종에 등록된 동물은 학술 목적 등 일부 예외적인 이유를 빼고 국제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고 한다. 유투브 영상을 통해 확인한 것은 사람들이 슬로우 로리스를 불법적으로 포획해 마취도 하지 않고 이빨을 뽑아버리고 거래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이었다.
이 Clinic에 내원하는 슬로우 로리스 친구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일까? 다행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슬로우 로리스 친구들은 모두 이빨은 온전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슬로우 로리스 친구는 실습 초반부터 만났던 녀석이다. 이름은 ‘부부’다. 꼬리와 엉덩이 쪽의 만성적인 농양과 누관 형성 때문에 오랜 기간 치료받고 있는 나이 많은 친구이다. 간에는 mass도 있어 간 기능 보호제도 같이 챙겨 먹고 있다.
이 친구의 치료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정말 괴롭다. 케이지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두 팔로 얼굴을 가리며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농양 부위에 생리식염수를 주사하여 누관을 통해 농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하고, 최종적으로 Wound irrigation solution인 Prontosan이라는 제품을 주사하여 주고 기저귀를 채워준다. 다음으로는 간기능 보호제와 Marbofloxacin, Gabapentin을 주사기로 경구투여 해주고 치료를 마무리한다.
농양의 수술적인 제거는 불가능하냐고 Dr. Pat에게 여쭤봤는데 부부의 간 기능 문제, 많은 나이, 마취의 위험, 농양의 위치, 슬로우 로리스의 얇은 피부 등의 이유 때문에 수술적 제거가 힘들다고 하셨다.
대신 작년 12월부터 Laser therapy를 실시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 방법 역시 아직까지는 큰 효과를 못 봤다고 한다. 괜찮아졌다고 판단해 치료를 중지하면 2~3일 후 다시 재발해버리곤 했다고 것이다.
내가 실습하는 동안에도 부부는 3~4회 정도의 Laser therapy를 받았는데 상태가 정말 좋아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버렸다. 뭘까…이유를 모르겠다…
Dr. Pat에게 물어보았다. CITES 보호종인데 어떻게 온 것이며 수의사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Dr. Pat은 나에게 JJ market(짜뚜짝 시장)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거기는 수없이 많은 동물들이 있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JJ market을 가보았는데 정말 많은 동물들이 있었다. 개, 고양이 뿐만 아니라 기니피그, 토끼, 다람쥐, 햄스터, 고슴도치, 스컹크, 마모셋 원숭이, 다양한 조류와 파충류들… 하지만 두 번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좋지 않은 환경에 있는 동물들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Dr. Pat은 “자신은 수의사이기 때문에 아픈 동물이 오면 더 나은 최선의 상태로 만들어서 보내주는 것이 자기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하셨다.
-Episode 4 : 준비된 이별은 없다… (토끼 : Birthday의 투병기)
부부와 마찬가지로 실습 시작부터 알게 된 토끼 환자가 있다. 이름은 ‘Birthday’이고 내가 실습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진료를 받아오던 친구이다.
Birthday의 첫 인상은 잊을 수가 없다. 중년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왔는데 안에는 푹신한 방석 위에 한쪽 눈과 한쪽 앞다리가 없는 덩치가 상당히 큰 토끼가 옆으로 누워있었다.
Dr. Pat이 보고 있는 분홍색 차트의 두께는 실습하면서 본 차트 중 가장 두꺼웠다. 많은 슬라이드와 X-ray, 초음파 사진들이 있었다.
Dr. Pat의 말에 의하면 눈은 각막파열로 인한 포도종(staphyloma) 때문에 적출했다. 오른쪽 앞다리는 metacarpal 부위에 Fibrosarcoma와 PNST(Peripheral Nerve Sheath Tumor)가 생겨 제거했다.
하지만 계속 재발하였고 X-ray 검사 상에 이미 폐까지 전이된 상태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호흡도 좋지 않았고 코에서는 계속해서 화농성의 분비물이 나왔다.
Birthday는 8살이 넘은 고령의 토끼이고 현재 폐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라 병원에 내원하면 모르핀과 수액을 맞으며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때때로 누워서 건초도 잘 씹어 먹고 Critical care 사료도 주는 대로 잘 받아 먹었다.
아주머니 보호자 분은 항상 미소를 지으시며 Dr. Pat와 P’Ne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며 고마워했다. Birthday가 수액을 다 맞을 때까지 옆자리를 지키다가 돌아가시곤 했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도, 나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계시지만 아주머니는 Birthday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도와주고 함께 있고 싶다고 Dr. Pat과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다 태국의 연휴기간 중 한 날에 Birthday가 보호자 부부와 함께 1층 General medicine에서 extra-clinic 중인 Dr. Pat을 찾아왔다. 며칠 전에 했던 것처럼 초음파를 보고 흉강 내 삼출물을 뽑아내 주었다. 그러곤 Treatment room에서 수액을 맞으며 보호자와 함께 있었다.
이날 Extra-clinic 때는 정말 많은 환자들이 왔었는데 Dr. Pat은 정말 정신이 없어 보였다. 진료를 보고 있는 Dr. Pat을 갑작스레 찾아온 Birthday의 보호자분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Dr. Pat은 허겁지겁 달려가 Birthday에게 심장 마사지를 계속하며 산소를 공급하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빠르게 움직이던 Dr. Pat의 손 움직임이 멈추었다. Dr. Pat과 보호자분들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주머니 보호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보이지 않으셨던 눈물을 정말 펑펑 쏟으셨다.
언젠가 Birthday가 떠나갈 것이라는 것을 마음 한편으로는 생각을 하고 계셨겠지만…하필 그 날이 오늘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하셨던 것일까…보호자분 남편은 Dr. Pat에게 몇 마디 건낸 후 Birthday와 유모차를 남겨두고 아주머니와 함께 병원 밖으로 나가셨다.
떠나버린 Birthday를 바라보는 Dr. Pat의 기운 없어 보이는 표정이 너무 안쓰러웠다. 두꺼웠던 차트는 Case stop이라는 글씨와 함께 굳게 덮였다.
-Episode 5 : 4주간의 실습이 끝나고…
태국 대학동물병원 내에 Exotic Animal Clinic이 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대학 동물병원에 Exotic animal clinic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각 대학별 동물병원 홈페이지를 참고해보면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야생동물과, 충북대학교 동물의료센터 야생동물 및 외래성동물의학과, 전북대학교 동물의료센터 외래성 동물과에서 특수동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출라롱콘대학 소동물 교육병원의 Exotic Animal Clinic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10건에서 많게는 35건 정도의 진료를 보고 있다.
내원하는 동물의 종류는 대부분 토끼, 다람쥐, 슈가 글라이더다. 다음으로는 고슴도치, 슬로우 로리스 원숭이, 기니피그, 햄스터, 렛트, 비둘기, 앵무새, 뱀, 게코도마뱀, 비어디드래곤 등이 있었다. 실습기간 중 특이한 동물로는 수달이 한번 내원하였다.
Clinic에 근무하는 인력은 수의사 두 분 (실질적으로 Dr. Thawat은 수요일 오전만 근무하시므로 거의 Dr. Pat 혼자서 대부분 진료를 본다)과 테크니션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많은 진료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인력이지만 대학동물병원 내에 Exotic Animal Clinic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진료과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진단영상(X-ray나 Ultrasound)의 경우 해당 과에 검사를 요청하면 보호자가 1층 진단영상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 오기 때문에 Dr. Pat이 직접 검사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때로는 해당 과에서 요청하여 Dr. Pat이 내려가거나 Emergency Room에서 직접 검사하는 경우도 있으셨다).
CT의 경우는 비싼 비용 탓에 검사를 수락한 보호자가 없어 특수동물의 검사에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하셨다.
혈액 검사 역시 채혈하여 7층의 혈액학 센터나 ER에 보내어 검사를 요청한다. 조류의 성별 검사를 위한 PCR도 대학병원 내에 있다 보니 샘플만 채취하면 바로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FNA나 생검한 샘플 또한 1층의 병리학 실험실로 바로 보내어 신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수술은 6층의 Surgery division에서 진행하였고 해당 층에 있는 마취기계나 X-ray, Dental X-ray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경우 해당 과의 교수님들께 도움을 요청하여 같이 치료를 진행하기도 하셨다.
하루는 수달이 이빨 문제로 눈이 튀어나온 케이스가 있었는데 이를 위해 치과학 교수님과 안과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었다. 이동 가능한 X-ray기계와 카메라처럼 생긴 치과 X-ray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 special treatment로 5층의 surgery division이나 2층의 재활의학과에서 동물용 Laser 기계를 이용하여 Laser therapy를 실시하기도 했다. 1층의 Acupuncture clinic에서 침치료를 요청하여 고슴도치의 WHS나 토끼의 후지마비 치료를 하시도 했다.
Laser 기계의 경우 동물용 기계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동물에 따라(개고양이/ 말 / 특수동물) 용도(감염의 치료냐 치은염의 치료냐 등)에 따라 사용이 가능하였다.
이처럼 Exotic Animal Clinic이 대학병원 내에 있다 보니 각 과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필요시 우수한 인력과 우수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장점이라고 느껴졌다.
이번 실습을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주셨다. 나에게 태국이라는 존재를 알려주신 조직학 교수님과 데일리벳에 멋진 후기를 남겨 자극을 주신 경북대 최재형 학우(?), 기꺼이 추천서를 써주신 실험실 교수님이시자 병리학 교수님, 실습 성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IVSA KOREA 관계자 분들, 그리고 같이 실습했던 출라롱콘의 학생들과 테크니션 선생님 P’Ne와 Dr. Pat. 정말 모든 분들께 너무나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Dr. Pat은 정말 4주간의 실습기간 동안 나에게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잘 대해 주셨다. 특수동물 진료뿐만 아니라 Extra-Clinic에서 개, 고양이의 진료도 보여주셨고 일주일 중 유일하게 하루 쉬시는 날인 일요일에는 직접 시간을 내어 방콕의 맛집에 데려가 주시거나 근교의 관광지를 구경시켜 주기도 하셨다.
로컬 음식과 간식, 여러 가지 다양한 과일들도 항상 나눠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두리안에 대한 막연한 공포증도 사라지게 되었다!
병원 10층에서 열렸던 뮌헨 대학 교수님의 고양이 세미나에도 데려가 주시고 태국에서 1년에 한번 열리는 VRVC(VPAT Regional Veterinary Congress)에도 데려가 주셔서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하였다. 정말 이 감사함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뜨거웠던 방콕에서의 하루하루가 아직도 너무 생생하다. 너무도 감사하고 즐거운 매 순간이었다. 실습 후기를 적고 있는 지금, 실습이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모두가 그립다.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가 넘쳐났던 출라롱콘대학 소동물 교육병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 한 번 꼭 방문하고 싶다. 다시 만날 그때까지 다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데일리벳은 전국 수의과대학 재학생 여러분의 실습후기를 기다립니다. 2018 실습후기 공모전에 참여해 치킨도 먹고, 대상의 영광도 노려보세요! : 참가방법 자세히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