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준비한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 신분을 벗어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 인터뷰 기사를 통해 만나보시죠.
이번에 만날 분은 김기태 수의사입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대공수협)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기태 수의사는 경기도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농산유통과 동물방역팀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 중입니다.
대공수협 운영위원회를 함께 만난 이번 인터뷰에서는 공중방역수의사의 배치와 복무환경, 대공수협 현안 등을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대학교 10학번 김기태입니다. 2016년 4월에 10기 공중방역수의사로 임관해 지금은 고양시 농업기술센터의 농산유통과 동물방역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의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대공수협은 어떤 단체인가요?
대공수협은 전국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국가방역에 헌신하는 공중방역수의사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협회는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그리고 작년에 신설된 법제사법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장인 저를 비롯하여 부회장 김세연(충청북도 제천시청 유통축산과 동물방역팀), 기획국장 소경현(전라북도 동물위생시험소 서부지소(정읍)), 대외협력국장 김선재(경상남도 축산진흥연구소 북부지소(합천)), 재정국장 김우찬(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 전주가축질병방역센터) 이렇게 오늘 모인 총 5명의 선생님들이 운영위원회를 맡고 있고요.
운영위원회에 전국 시도, 검역본부를 대표해서 맡고 계신 18명의 지부장까지 합쳐서 상임위원회를 구성합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2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대공수협이 실질적으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위에 답해드린 내용과 연장선상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임원진들은 전국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 상호간의 우의를 증진하고 정보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를 관리하고, 시도별 모임지원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행사로 1년에 한 번 전국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이 모이는 총회를 주관하는 일이 있고요. 마침, 오늘도 9월 달에 있을 총회 준비를 위해 천안에서 운영위원회 회의를 하고 오는 길입니다.
또한 국가방역 최전선에서 헌신적으로 일하시는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이 근무 중에 의도치 않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나 지원받아야 하는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한 일들을 합니다.
– 대공수협 회장으로 출마하게 된 계기와 당선 후의 소감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음.. 솔직히 ‘회장에 출마해서 어떤 것을 꼭 이루어 내겠다’는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웃음) 제가 좀 근무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근무가 순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제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보니 다른 선생님들의 고생하시는 사연을 들을 때 이전보다 더 큰 안타까움과 공분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좀 더 의미 있게 극복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제 경험을 가지고 회장이 되어 저처럼 고생하고 계시는 다른 선생님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수 있다면 보람되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회장선거에 출마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선거 당시에는 상대 후보분께서 정말 매력적인 공약을 선보이셔서, 안될 것 같다고 체념했는데요. 운이 좋게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공중방역수의사의 대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정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잘한다고 칭찬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500명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께 누가 되는 대표는 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근무지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조심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 회장으로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으셨는데 임기동안 해내신 성과나 현재까지도 추진중인 사안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작년 12월, 과거 3년 이상 의견이 분분했던 공중방역수의사 연가산정문제가 떠오릅니다.
법사위원장님 및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과 법률자문을 거친 농식품부와의 협의 끝에 방역일선에서 고생하는 공중방역수의사 분들이 좀더 연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공문을 받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덕분에 올해 4월 제대한 9기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들께서 굉장히 만족하시며 제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10기 선생님들은 올해 7월 2일자로 개정된 국가 공무원 복무규정으로 기존보다 연가일수가 단축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성과라고 말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권익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아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던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국 공중방역수의사 선생님간 소통의 공간적 거리를 극복할 온라인 커뮤니티로 10여년간 Daum카페를 이용해 오고 있는데요. 물론 지금도 Daum카페가 소통창구로써 충분히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많은 근무지에서 인터넷 보안 문제로 접근성이 떨어지는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회원들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더욱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외부 홍보 기능 등 장기적 이익을 따져보니 홈페이지 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을 외주로 맡기기엔 예산이 빠듯해 유능하신 임원진 선생님께서 자체적으로 제작해주신 신규 홈페이지를 시범운영 하는 단계입니다.
추후 홈페이지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다가오는 총회 때, 선생님들과 의논을 하여 결정할 생각입니다.
이외에도 선생님들께서 개별적으로 의뢰해 주셨던 건들이 잘 해결되도록 도와드린 것도 소중한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직 재학중인 수의사관후보생(학생)들은 졸업 후 훈련소 입소부터 연수원을 거쳐 실제 근무지에 배치받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훈련소 입소까지는 약 한 달 정도의 여유시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 기간 중에 병무청에서 수의사관후보생 선발 알림을 받게 됩니다.
이 때 공중방역수의사와 수의장교로 각각 통보를 받게 되고, 공중방역수의사로 임명되신 분들은 3월 초에 논산훈련소로 입소해서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습니다.
훈련소 수료 이후 그 다음 주부터는 전남 나주에 있는 농식품공무원교육원에서 일주일간 공중방역수의사로서 근무하는데 숙지해야 할 기초 법령과 행정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교육원에서 배운 내용을 가지고 객관식 40문제 정도의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 시험성적이 배치지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현재까지는 교육원 연수기간 중에 신규 공방수 기수대표를 뽑고, 시험보기 전에 내부적으로 결정한 배치지 가지원현황을 농식품부로 정리하여 보냅니다.
시험결과는 1~2일 내에 나오며, 시험점수와 지원한 시도 및 검역본부의 내부규정에 따라 배치지가 정해지고 농식품부에서 최종 결과를 통보해 줍니다.
정리하자면, 공중방역수의사로 선발되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1주일간의 공무원 연수를 받은 이후 신규 공방수 임관식을 거쳐 배치지로 파견이 됩니다.
– 공중방역수의사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공중방역수의사의 배치지는 크게 시도, 농림축산검역본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시도안의 배치지를 시·군청과 동물위생시험소(연구소)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총 3종류의 배치지에서 근무하실 수 있습니다.
시·군에서는 행정직, 농업직 등 수의직 외의 다양한 직렬의 공무원들이 함께 근무합니다.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공방수는 보통 방역과/방역계/방역팀 등 방역이라는 단어가 있는 과나 팀에 소속되어 근무를 합니다.
시·군청에서 근무하게 되면 지역주민들의 가축전염병예방 및 방역관련 요구사항을 직접 상대하는 민원업무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배치된 시·군청에 수의직 공무원이 있다면 주로 보조역할을 맡게 되며, 현장에 나가 농가의 민원을 듣고 해결해주거나 농가지원사업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시험소에서 근무하게 되면, 구제역·AI 등 가축전염병에 대한 검진 및 실험을 주로 담당합니다. 시·군청에는 여러 직렬의 공무원이 섞여 근무하지만 시험소는 대부분 수의직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배치되는 시험소 별로 도축장이나 도계장에 근무하게 될 수도 있는데요, 이 때 공중방역수의사는 검사관의 자격으로 도축장 위생관리 및 점검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배치되는 공중방역수의사의 업무는 크게 방역파트와 검역파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방역파트에 소속된 공방수는 지자체에서 방역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농장이나 도축장 등 축산관계시설을 방문하여 시정할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고 미흡사항이 있다면 확인서를 징구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하죠.
검역파트에 소속된 공방수는 항만, 공항에서 축산관계자들의 출입국을 관리하거나 육류의 수출입을 관리합니다. 또는 해외로 나가는 동물이나 국내로 들여오는 동물을 검사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검역본부 역시 대부분 수의직 공무원들과 함께 근무하게 되고, 공중방역수의사는 보조업무를 담당합니다.
검역본부의 공중방역수의사는 AI, 구제역 등의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상황실에서 전국의 방역 진행상황과 관련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 공중방역수의사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장점은 공무원 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시군에서 근무할 경우, 수의직공무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렬의 공무원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공무원 조직의 특성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또 시험소 공방수는 가축전염병 검진업무를 하면서 농장동물을 접할 기회도 많습니다.
검역본부 공방수는 국가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하며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상부에서는 어떤 지시가 내려가며 실질적인 일처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됩니다.
공방수를 하며 계획해왔던 진로가 바뀌어 가는 분들도 종종 있는 걸 보면 본인의 진로를 좀 더 깊게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 공중방역수의사의 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3년이란 시간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임상수의사를 목표로 하는 분으로서는 학교를 다니고 국가고시를 준비하며 얻은 지식을 3년이라는 시간동안 상당부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공중방역수의사 제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보니 시군에 배치되면 아직 공중방역수의사를 잘 모르는 타 직렬 공무원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AI나 구제역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특별방역기간에는 정규직 공무원 이상의 업무강도를 호소하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업무강도 차이가 꽤 차이가 난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해안 벨트쪽의 경우는 철새가 많아 AI 발생 가능성도 높습니다. AI가 자주 발생하면 그만큼 업무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환경적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고, 시군마다 가축두수의 차이, 축산시설의 수, 수의직 공무원의 수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또 시·군청, 동물위생시험소, 농림축산검역본부 중 어디서 근무를 하느냐에 따라 업무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업무강도는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본인의 주관적인 기준도 반영되기 때문에 제가 딱 잘라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 올해 3월에 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함께 4주간의 군사훈련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도록 병역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후의 진행상황이 궁금합니다.
성명서 발표 후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정치권의 여러 상황으로 정기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최근 군복무기간 단축이 현실화 된 만큼,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때까지 협의회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입니다.
– 많은 학생들이 공방수도 복무기간이 단축되길 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공수협의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공중보건의사의 제도 창설당시 현역 군인의 복무개월수를 반영하여 복무기간이 정해졌고, 이 복무기간을 따라 공중방역수의사와 공익법무관의 복무기간도 정해진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현역 군인의 군복무기간은 점점 줄어 최근엔 18개월까지 줄어든 반면 공중방역수의사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중보건의사는 약 30년 동안 36개월로 규정된 복무기간이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군사훈련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산입하는 문제가 공보의·공방수 복무기간 단축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보충역으로 분류되는 사회복무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의 경우는 훈련기간이 의무복무기간에 산입되고 있지만 공중방역수의사와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헌법상 평등권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병역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 대공수협 회장으로서 남은 임기동안 하고 싶으신 일이 있나요?
당면한 주요과제로는 8월 예정된 농림축산식품부와의 간담회입니다. 공중방역수의사의 사기진작을 위한 복지개선방안에 대해 의논드릴 예정인데요.
그 중 가장 오래된 숙원사안으로 방역활동장려금 인상을 건의드릴 예정입니다. 공방수의 보수는 본봉과 수당으로 구성되어 있고, 수당 중에 하나로 방역활동장려금이 존재합니다.
최근 가축전염병이 매년 발생되고 연중 상시에 가깝게 비상상황이 가동되는데 반해 공중방역수의사의 방역활동장려금은 2008년 처음 책정된 이후 지금까지 동결상태입니다.
장려금을 최대 50% 증액할 수 있긴 하지만, 향상여부는 배치기관의 예산범위 내에서 지급된다는 단서로 인해 배치기관별로 보수의 격차가 벌어지는 실정입니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향상된 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배치지의 선생님들의 사기저하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최저 방역활동장려금 자체의 인상을 건의드릴 예정인데요. 꼭 해결되었으면 하는 사안입니다.
– 졸업 후에 공방수로 복무하게 될 학부생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공중방역수의사로 선발되면 훈련소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수원 성적을 잘 받아서 원하는 배치지로 가기 위해 은근한 경쟁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쟁이 지나치면 전국의 수의사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 깊은 친목을 나눌 수 있는 정말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 미래에 같은 업종에 종사할 사람들이고, 나중에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충분히 갖고, 서로가 공중방역수의사 신분으로 만난 인연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긴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진유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