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생에서 미국수의사가 된 정재윤 수의사를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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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수의사 생활에 대한 한국 수의대생의 호기심은 ‘미국수의사’라는 용어로 대변됩니다. 일부 학생들에게는 ‘미국수의사’가 장래희망이 될 만큼 꾸준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 번쯤 미국수의사에 관심이 있었던 학생이라면 한국의 수의사가 PAVE나 ECFVG과정을 거쳐 미국수의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지난달 한국 수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이들 과정과 미국 수의사 생활을 소개한 정재윤 수의사(사진, Eric Chong)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다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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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과는 2년 만에 다시 인터뷰하는 것이다

본과 3학년에 재학중이던 2016년에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수의사 면허를 받은 지금 다시 만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

– UC DAVIS 수의과대학의 교육환경을 전한 당시 인터뷰(보러가기)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앞두고 있던 4학년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DAVIS에서는 4학년 때 각 진료과를 도는 로테이션이 진행된다. 3학년이 상대적으로 짧은 대신 4학년은 1년 3개월 정도로 길다.

로테이션을 돌면서는 학생 신분이지만 수의사의 일을 한다. 환자가 많으면 학생 1명당 하루에 3~4개 케이스를 도맡기도 한다.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체검사나 병력청취 등도 직접하고, 방에 돌아가서 레지던트와 이야기하며 질문하고 토의한다. 진료내용을 정리하는 서류작업은 거의 학생의 몫이다.

이러한 모든 진료과정이 성적에 반영된다. 학생들이 하는 업무나 서류작업을 레지던트나 전문의들이 평가해 성적을 매긴다.

문진과 의료기록 작성을 담당한다면, 학생도 대학병원 진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저학년에서 이론적으로 배우는 부분은 비슷할 것 같다.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 본과 4학년일 것이다.

대학에서 수의학을 배우지만 이를 어떻게 임상에 적용할 지,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지는 경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수의대는 학생들이 동물병원 고객과 환자를 직접 응대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편이다.

미국의 임상현장에서는 조금만 잘못해도 법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호자 교육을 중요시하고 보호자의 불만 제기도 많은 편이라 상담이 길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미국의 임상환경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미국의 수의사 국가시험(NAVLE)은 어땠나

미국에서는 겨울과 봄 2차례에 걸쳐 국가시험이 열린다. 한국과 달리 따로 공부기간을 주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혼자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시험이 쉽지는 않았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이 출제범위였다.

물론 미국 수의대생들이 소동물 임상에 가장 많이 진출하고 국가시험에도 소동물 임상 문항이 가장 많지만, 상어의 신장문제를 묻는 문제도 있었다. 사실 소동물 임상 외의 문제는 잘 모르면 찍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미국 수의사들 대다수가 반려동물 임상수의사가 된다고 들었다. 일단 수의사 면허를 받은 뒤에는 어떤 진로로 나아 가나

일단 동물병원에서 일하려면 국가시험을 통과한 후 영업하려는 주(state)의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주마다 사정이 달라서 자율적으로 시험을 보거나,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통과인 경우도 있다. 시험이 특히 어렵다고 알려진 주도 몇몇이 있다.

졸업 후 진로는 크게 ▲로컬동물병원 취직 ▲인턴쉽 ▲레지던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중 로컬동물병원은 1, 2, 3차 진료기관으로 나뉜다. 24시간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전문의가 있는 동물병원을 2차로 분류하는 식이다.

대우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 주마다 물가 차이는 있지만 보통 1차 병원에서 주당 40~60시간을 일한다고 하면 연봉이 7만불 정도다. 어디까지나 평균치가 그렇다는 얘기다.

처음 동물병원에 취직하면 야간이나 주말처럼 선호하지 않는 시간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차 편한 시간으로 바꿀 수는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로컬동물병원의 1년차를 ‘인턴’으로 통칭하는데 인턴쉽을 따로 분류한 점이 특이하다.

인턴쉽은 로컬 병원이나 대학 병원이 주최한다. 보통 대학 쪽이 들어가기 어려운 편이다. 논문이나 추천서, 성적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로컬 병원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에 비해 케이스가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대학 쪽은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배우는게 많고 많은 수의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인턴쉽을 운영하는 수의대 병원마다 진료분과나 교육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여러 과목을 일정 기간 돌며 실습하게 된다.

저는 아이오와주립대에서 1년간 소동물 로테이션 인턴쉽 과정을 거쳤다. 응급의학과에서 6개월, 내과에서 2~3개월 가량 일하는 등으로 구성됐다.

인턴쉽에서 담당한 케이스는 전문의가 참관해 지도한다. 전담은 아니지만 때때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논문도 쓰고 발표도 해야 해서 정말 바쁘다. 1주일에 평균 2~3시간 밖에 못 잘 정도였다.

지난번 인터뷰에서는 정형 쪽 레지던트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결국 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다고 들었다.

플로리다 수의과대학 소속 수의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해 앞으로 4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 처음에는 외과 쪽 전문의를 꿈꿨지만, 인턴쉽 과정에서 피부과를 돌며 느낀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삶의 질을 높인다’는 피부과의 모토도 매력적이었고,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또 응급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근무시간이 거의 고정적이라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레지던트 과정은 익히 알고 계시다시피 한 치료과목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코스다. 미국에서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하기 전에 ‘전문의 인턴쉽(Specialty internship)’ 과정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특정 과목에 국한된 인턴쉽인데, 학교에서 하게 되면 인맥도 넓힐 수 있고 레지던트 과정에도 도움이 된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보통은 레지던트 과정과 전문의 인턴쉽에 함께 지원해서 되는 곳에 가는 식이다.

로컬병원, 인턴쉽, 레지던트 등 초임 미국수의사가 택할 수 있는 과정을 비교해보면 어떠한가

본인의 선택이긴 한데 3과정 어디든 ‘학자금 상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학비가 매우 비싸다. 대부분 본인의 명의로 국가에서 학자금을 대출해주고 졸업 후에 갚는 구조다. 금액이 크다 보니 졸업과 동시에 시작해 거의 은퇴하는 시점까지 계속 대출금을 갚아야 할 정도다.

인턴쉽이나 레지던트 모두 월급이 매우 적다. 한국말로 ‘열정페이’다. 제가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인턴쉽을 할 때 받은 돈이 세후로 치면 월 200만원 미만이었다. 레지던트 과정생이 받는 금액도 상당히 작다.

이처럼 로컬병원 취직 외의 진로는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도전하기에는 적합치 않은 것 같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본인의 장래희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많지만,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전에 경험해보거나 정보를 얻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몇몇 수의과대학에서는 정규 면허취득을 준비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미국 임상환경을 체험해볼 수 있는 ‘방문’ 과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DAVIS에서는 수의대생이냐 수의사냐에 따라 비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절차는 비슷하다. 홈페이지를 참고로 스스로 연락해야 한다.

DAVIS 방문프로그램에서 수의대생의 경우 본과3학년으로 오게 된다. 아무래도 비용문제가 중요하니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첫 2주에 한해 400달러를 지불하고 그 다음부터는 2주당 65불을 내야 한다. 원서비도 115불이 든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험이나 비자 문제에 비용이 더 소요될 수는 있다.

수의사는 학생보다 비싼 편이다. 원서비로 150불을 낸다. 처음엔 하루당 240불, 한주당 1200불로 계산하고, 이후 하루당 1050불이나 하루당 120불로 낮아진다.

방문 시에는 진료와 수술을 모두 참관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수의사라 하더라도 집도는 어렵다. 학회나 발표자리에는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사실 DAVIS가 유독 비싼 편이지만 큰 시설에서 여러 진료과목을 두루 둘러볼 수 있고, 여러 분야의 유명 저자들이 다수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방문’을 신청할 때는 날짜를 정해 방문하고 싶은 과에 이메일을 보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일처리가 느리고 실수가 잦은 편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메일이나 전화 회신이 신속히 오지 않을 가능성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약간 막연한 질문이지만, 미국에 오라고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하나

미국과 한국의 임상수의사 근무 여건을 비교하는 것과 다름없는 질문인데, 사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수의사의 처우는 유럽, 남미, 미국 어디든 특별히 어디가 좋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가, 주거 안정성, 세금 등을 고려하면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는 셈이다. 인종차별도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거칠 수 있는 힘든 과정에 대한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도 인턴쉽이나 레지던트 과정생에게는 점심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확고하다면 힘든 일상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도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미국에만 존재하는 전문의나 인턴쉽 과정도 있고, 비교적 명확한 진료전달체계와 임상 인프라는 강점이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학문연구를 뒷받침 받을 수 있는 펀드도 크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신다면

짧지만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 수의대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

전문의가 되고 미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와도 활발히 교류하고 싶다.

임지현 기자 cerfvolant@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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