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이후 산림동물 절반이 사라졌다` 세계자연기금 WWF의 경고
WWF, 산림생물다양성 조사 보고서 '나무 아래' 발표
WWF(세계자연기금)가 13일 전 세계 최초로 산림생물다양성 조사 보고서 ‘나무 아래(Below the Canopy)’를 발표하고, 1970년 이후 약 53%의 산림생물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심지어 현재 생존한 생물 중 약 60%에 달하는 산림과 산림생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인간이 산림 야생생물의 서식지 손실과 황폐화의 주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은 ▲지상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육상개체군 절반 이상의 안식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카본 싱크 (carbon sink)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산림야생생물은 자연재생이나 탄소저장에 영향을 미치는 꽃의 수분을 돕고 식물의 씨앗을 퍼뜨리는 등 숲의 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결국, 인류가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훼손을 멈추고 기후재난을 피하려면 숲을 보호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 WWF의 설명이다.
WWF는 이번 보고서가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림생물 개체 수 변화에 대한 우리의 실질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WF는 특히, 자료의 객관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WWF의 대표적인 출판물인 ‘지구생명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산림집중지수 (Forest Specialist Index)를 이용해 산림지표 종을 조사했다. 산림집중지수는 산림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인 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주로 숲에 거주하는 새와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등의 개체 수를 추적·관찰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번 연구는 1970년에서 2014년까지 확보된 자료에 근거하고 있으며, WWF와 유엔환경계획-세계보전감시센터(UNEP-WCMC)가 산림생물집중지수 연구를 공동주도하고 런던동물학회(ZSL)가 생태모델개발 및 분석에 참여했다.
이 기간에 산림생물집중지수가 평균 53%의 개체군 쇠퇴를 보였는데, 가장 큰 산림 손실은 열대우림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WWF는 ‘나무 아래’ 보고서를 통해, 이상기후 현상을 멈추고 지구에 남아있는 자연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20년까지 ‘자연과 인류를 위한 뉴딜 정책 ((New Deal for Nature and People)’ 정착을 전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요구했다.
현대사회의 소비와 생산 체계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산림을 지켜내고 재생하는 것이 뉴딜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WWF 측 입장이다.
윌 볼드윈-칸텔로 WWF 글로벌산림보존총괄은 “산림과 야생생물은 서로 의존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라며 “최근 수십 년간 급감해온 산림야생생물 개체군 감소는 (인간에게) 급박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어 “숲은 지구상에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의 보고일 뿐 아니라 이상기후 현상에 맞서 싸우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숲은 잃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자연을 재생하고 우리의 산림을 지켜낼 세계 지도자들의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의 저자인 런던동물학회 자연보전과학자 루이즈 맥레이는 “야생동물을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첫 단추는 개체 수 변화 흐름에 대한 이해와 그 원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지수를 통해 생태계를 모니터하고 국제협약과 생물다양성 목표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무 아래’ 보고서에는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원숭이와 중앙·동 아프리카에 사는 고릴라 등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된다. 즉, 생존 위협에 시달리는 육상동물의 개체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이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는 것이다.
자료 제공 : WWF(세계자연기금), 사진 : 우간다 카이벌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침팬지(@Cheryl Ramal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