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 서식지 없애고 동물원을 지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겠다니
제주동물테마파크 설립 반대 목소리..동물원 기능, 관람중심에서 보전중심으로 전환해야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 심포지엄이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설립에 반대하는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 정의당 제주도당이 공동 주최했다.
‘야생동물 보금자리 없애고 사자·코끼리 들여오겠다는 모순’
2021년 건립을 추진 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의 부지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다. 58만㎡의 초대형 부지에 사자, 호랑이, 코끼리 등 20종의 동물을 사육하는 동물원, 호텔, 글램핑장 등을 갖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건립 반대목소리가 높다. 사업부지가 위치한 선흘곶자왈이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야생생물 서식지인데다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된 조천읍의 동백동산,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테마파크를 만들어 아프리카 등 해외 자연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을 데려와 가두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제주동물테마파크 설립은 석굴암에 동굴테마파크를 짓는 격”이라며 “소중한 자연을 희생시켜 동물과 생명 이야기를 팔겠다는 파렴치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적인 태양광 에너지를 늘린답시고 숲에 나무를 베어 패널을 까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사업부지인 선흘2리를 포함한 ‘곶자왈’은 ‘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다. 용암으로 형성된 바위지대 위로 형성된 숲에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고 있다.
김산하 국장은 “선흘곶자왈은 제주에서도 흔치 않은 습지와 동굴이 어우러진 독보적 서식지”라며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생명다양성재단이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 7종을 포함한 희귀 동식물이 발견됐다고 지목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도 “있는 서식지를 잘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보전”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원 멸종위기종 보전 기능 아직 불충분..제도 개편 필요
이형주 대표는 이날 발제에서 동물원이 멸종위기종 동물의 보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본프리재단이 영국내 동물원 13개소를 조사한 결과 보유 동물 중 멸종위기종의 비율은 25% 수준에 그쳤고, 미국 동물원의 전체 수익에서 서식지 내 보전활동에 투입되는 비중이 5%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동물원·수족관이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구조·보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오락중심의 체험형 동물원이 늘어나는 등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이 보전활동에 초점을 맞춘 동물원의 건립·운영을 유도할 수 없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했다.
“관람 중심에서 보전 중심으로 동물원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형주 대표는 이미 존재하는 동물원을 대상으로 허가제 도입, 전시동물 복지 개선 등을 추진하고, 수준 미달로 폐업되는 업소의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후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주동물테마파크 논란이 동물원에 대한 저속한 인식을 바꿀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동물원은 멸종위기종 동물의 서식지 외 보전 기능, 연구, 교육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