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대부분의 경우 사령관의 신뢰를 잃게 한다. 그런데 그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패배 후에도 더 많은 신뢰를 얻게 하였다.”
세계를 제패한 카이사르가 로마 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갈리아 전쟁에서 유일하게 적장을 적수로 인정하면서 한 말이다. 그 종족은 켈트족으로서 한 때 카이사르를 궁지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로마가 아직 제국으로서 성장하기 전인 기원전 390년경에는 한 때 로마를 점령하기도 한다.
켈트족은 알프스 너머의 땅 갈리아 지역에 살면서 로마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종족이었다. 로마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대제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야만족을 반드시 제압해야만 했다.
드디어 카이사르는 알프스를 넘어 갈리아 지역에서 수많은 종족들을 제압한다. 많은 종족이 스스로 로마의 품안에 들기도 하고 여러 지역에서 저항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카이사르의 지략과 용맹 앞에 큰 문제없이 무릎 꿇었다.
그러나 이런 카이사르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유일한 적장이 있었는데 바로 베르킨케토릭스였다. 그는 수많은 부족을 통합해 34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5만 명밖에 되지 않는 카이사르를 궁지에 몰아넣고 쓰러뜨리기 직전까지 이끌었다. 이것이 유명한 기원전 57년 알레시아 공방전이다. 카이사르가 아니었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었던 알레시아 공방전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카이사르에게 모든 휘하 장병의 목숨을 살리는 대가로 칼을 버리고 카이사르 진영에 홀로 들어가 항복한 사령관이었다. 전리품으로 로마에 압송된 베르킨케토릭스는 6년 동안 감금되어 있다가 처형된다. 갈리아 지역의 로마 지배는 오늘날 서유럽 문화의 기초가 되는 ‘갈로-로마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한편, 이 싸움 이래로 켈트족은 유럽대륙에서 떠돌다 밀려나 마침내 브리타니아 섬까지 쫓겨 들어간다. 이어 로마군은 도버해협을 건너 잉글랜드 원정에서 그들을 북쪽으로 몰아낸다. 켈트족은 지금의 웨일스 지방, 아일랜드 섬 등으로 밀려나게 된다.
로마는 갈리아 전쟁을 기점으로 내해 지중해를 끼고 유럽대륙, 잉글랜드, 소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대륙 북부까지 걸치는 대제국을 형성한다. 이후 로마는 지속적인 영토 확장 보다는 대제국의 힘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해나가는 게 더 효율적인 제국운영으로 여긴다. 이것이 그 이후 100년 이상 로마의 가장 기본적인 국가운영의 틀이 되는 ‘팍스로마나’이다.
대륙에서는 라인 강과 도나우 강을 경계로 하고, 중동, 아프리카 북부 지역, 그리고 브리타니아에서는 섬 중간 지점이 경계가 된다. 로마는 여러 지역의 경계선 방어에 주력하면서 방벽들을 건설한다.
로마는 이 경계선을 중심으로 그 안 쪽 세계는 로마문명권을 이루고, 그 경계선 밖은 야만으로 취급한다. 야만과 문명의 시작이다. 아직도 유럽의 여러 지역이 그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적인 문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브리타니아에서는 북쪽으로 쫓겨난 켈트족의 방어를 위해 로마제국은 방벽을 세운다.
하드리아누스 대제(주, A. D 76~138, 제위 117~138)가 세운 이 방벽을 하드리아누스 방벽이라 한다. 오늘날에도 가면 확인할 수 있는 이 방벽을 중심으로 그 경계선 북쪽 밖은 스코틀랜드, 그 안쪽은 잉글랜드가 된다. 잉글랜드가 앵글로-색슨족으로 이루어진 반면, 스코틀랜드는 주로 켈트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축구선수 기성용의 예전 소속팀 셀틱(Celtic FC)이라는 이름도 켈트족으로 이루어진 스코틀랜드에 기반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
비록 1707년 연합법에 의해 잉글랜드에 스코틀랜드가 공식적으로 통합되어 영국 왕을 자신들의 왕으로 삼게 되었지만 로마제국 이래 2,00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자치권을 확보하며 별도의 의회를 갖추게 되었고 독립국가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북해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EU에 가입하면 충분히 독자적인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 2014년 9월 18일 분리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 문명과 야만의 경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경계를 Border라고 한다. 이 경계 지역에는 거친 초원이 형성되어 있어 예로부터 양을 키워왔다. 이곳에는 몸은 하얗지만 얼굴을 까만 양이 있는데 이들을 콜리라고 부른다.
이런 양들을 모는 개들을 사람들은 콜리라고 불러왔다. 특히 이 경계 지역 부근의 스코틀랜드 산 양치기 개를 보더 콜리(Border Collie)라고 한다.
보더 콜리는 신이 봐도 놀라울 정도의 양치기 귀재로서,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양치기 개로 인정받고 있다. 보더 콜리는 양들을 한 군데로 모아서 이동시켜 원하는 곳으로 매우 체계적으로 양들을 몰아간다. 마치 메시나 호나우두, 루니, 네이마르가 골대를 향해 축구공을 몰고가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1022개의 단어를 기억할 정도로 가장 똑똑한 개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양몰이를 잘 하면 그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은 또 다시 맘껏 양을 몰게 해주는 것일 정도다.
보더 콜리의 이러한 능력은 양떼를 제압하여 움직이게 만들거나 돌게 만드는 탁월한 시선이다.
스티브 잡스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상대방을 응시하여 꼼짝없이 만든 다음 탁월한 언변력으로 잡스의 ‘현실왜곡장’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은 어쩌면 보더 콜리의 이런 능력과 비슷한 것 같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경계선에 있는 보더 콜리와 같이 세상 어디에나 경계는 있다.
민족간의 경계, 정치사상 간의 경계, 빈부의 경계, 문화의 경계, 남녀의 경계, 동물과 식물의 경계, 사람과 동물의 경계, 그리고 과학과 인문의 경계 등. 스티브 잡스가 과학과 인문, 서양과 동양,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물어 PC 시대를 개막하였다. 그리고 Smart Phone을 통해 PC 시대를 스스로 끝내고 인류를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였다.
이 처럼 경계 지점에 있는 것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것까지 포용할 때 한 세계의 문화는 그 만큼 확장되어 다양해지고 생동감 넘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