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수의사’ 국내 임상수의사 직무스트레스 매우 높다

56점 이상이면 직무스트레스 상위군인데..연구 참여 수의사 평균치 9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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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영(이화여대)·박소정(뉴욕 호프스트라대) 연구원은 서울·경기 지역 임상수의사 101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척도와 빗속의 사람(Person In The Rain: PITR) 그림검사를 실시한 연구결과를 지난달 한국예술심리치료학회가 발간하는 ‘예술심리치료연구’에 발표했다.

 

직무스트레스 척도 56점 이상이면 상위군인데..

연구 참여 수의사의 평균 점수는 97.7

연구진은 2019년 4월부터 10월까지 서울·경기 지역 반려동물병원과 2019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 현장에서 직무스트레스 검사 참가자를 모집했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반려동물 임상수의사 113명이 자발적으로 참여에 동의했다. 연구진은 이중 결측치 자료 12부를 제외하고 101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개원의(원장) 38명과 임상의(봉직수의사) 63명으로 구성됐다. 연령별로는 3,40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이들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를 한국형 직무스트레스 척도(Korean Occupational Stress Scale : KOSS)로 확인했다. 4점 척도로 구성된 설문 43문항을 묻는 검사다.

연구진에 따르면 KOSS에서 남성은 56.6점 이상, 여성은 56.7점 이상이면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상위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수의사들의 직무스트레스 점수는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수의사 101명의 평균 직무스트레스 점수는 97.7점을 기록했다. 최소값조차 67점으로 일반적인 상위군에 속했다.

선행 연구에서 확인된 일반병원 근무자의 평균 점수(45.95점)나 전문병원 근무자의 평균점(50.01점)을 크게 상회한다.

연구진은 “연구에 참여한 임상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 점수의 평균값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임상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를 수치로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수의사가 그린 ‘빗속의 사람’
이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 점수는 113점으로 상위군에 속했다.

국내 수의사 직무스트레스 연구 없다시피..“더 확대되어야”

PITR 그림검사는 조사 참여자에게 빗속의 사람을 그리게 하여 스트레스 정도와 스트레스 대처 방식을 살핀다.

가령 비가 많이 오거나 사람이 비에 젖은 모습을 그렸다면 스트레스를 시사하고, 우산이나 보호장비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고 스트레스 대처자원을 평가하는 식이다.

연구에 응한 수의사들이 그린 그림은 미술치료 학위를 소지한 미술치료사와 연구진이 채점했다.

KOSS로 측정한 직무스트레스 정도와 PITR 그림검사 결과와의 통계적 유의성을 살펴, PITR 그림검사를 임상수의사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하는 보완적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했다.

그 결과 PITR 그림검사 상 스트레스 점수는 직무스트레스 상·하위군과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이지 않았다. KOSS에서 직무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수의사도 그림검사에서는 스트레스 점수가 높지 않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았던 셈이다.

다만 그림검사 평가항목 중 ‘많은 비’ 항목에서는 직무스트레스 상위군-하위군이 유의적 차이를 보였다. KOSS 직무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수의사는 대체로 비를 많게 그렸고, 낮은 수의사는 비를 적게 그리는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측면에서는 유의성을 보였다. 직무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하위군이 그린 그림에 우산이나 보호장비 등이 더 많이 나타났다.

전현영 연구원은 “해외에는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의사의 번아웃과 삶의 질, 안락사 문제를 다룬 연구가 활발하다”면서 “반면 국내에서는 임상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기점으로 수의사의 다양한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수의사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조사를 전국구로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현영 연구원은 “긴 설문과 그림까지 그려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수의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저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의 한 사람으로서 수의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반려동물의 건강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한 삶도 영위하는 수의사분들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빗속의 수의사’ 국내 임상수의사 직무스트레스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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