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먹는데 안락사해야 할까?’ 야생동물수의사 고민 담아낸 영화 <생츄어리>
동물원의 일상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원' 왕민철 감독의 후속작
“우리나라에도 야생동물 생츄어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속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오예은 수의사가 심하게 다친 수리부엉이를 안락사하기 전에 나지막이 한 말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위한 보호 시설 ‘야생동물 생츄어리(Sanctuary)’의 필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한다.
동물원의 생생한 모습을 다뤄 큰 관심을 받았던 영화 <동물, 원> 왕민철 감독의 후속작 <생츄어리>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 생츄어리의 배급을 맡은 ‘시네마 달’이 3일(월) 오후 2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생츄어리’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생츄어리의 정의부터 야생동물의 안락사 기준, 동물원 관련 규정, 동물원의 역할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미처 몰랐던 동물원과 야생동물센터의 역할, 그리고 그곳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기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왕민철 감독은 전작 <동물, 원>을 위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청주동물원의 야생동물들과 그들을 돌보는 수의사, 사육사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영화는 영역이 더 확대됐다. 청주동물원은 물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야생동물 구조 현장, 충북대동물병원, 그리고 전국의 곰사육농장을 누비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영화에는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수의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김봉균 재활관리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오예은 수의사를 비롯해 많은 수의사, 재활관리사, 동물복지활동가, 자원봉사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현실과 싸우면서 동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의 방법일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 있다. 그런데 아직 밥을 잘 먹는다. 아무리 밥을 잘 먹더라도 동물의 삶의 질을 고려했을 때 안락사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정답은 없지만, 수의사, 사육사, 수의인문사회학 교수, 동물단체 대표 등이 모여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모습을 보며,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에서 최태규 수의사는 사육곰 생츄어리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청주동물원에 곰 생츄어리를 만들기 위해 청주시 공무원으로 입사해 청주동물원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는 단 하나도 없다.
인간의 시대, 야생동물의 진정한 보금자리는 어디일까? 12일 개봉하는 영화 <생츄어리>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