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동물병원 고소·고발,`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반려동물 시장·동물에 대한 인식 상승하며 동물병원 대상 고소·고발 늘고 있어
반려동물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반려동물에 대한 보호자들의 인식 변화로 인해 동물병원에 대한 고소·고발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최근 있었다.
지난 2일 전북의 한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미용 중 피부가 1cm 가량 베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 A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병원 업무를 방해하고, 합의금을 요구하였으며,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고 몇몇 언론사에 허위·과장 사실을 제보한 뒤, 병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까지 진행했다.
동물병원에 불만을 가진 보호자가 어떻게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수의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4일(화) 열린 대구광역시수의사회 2015년도 정기총회 및 임상수의사 연수교육에는 장정호 변호사(장정호 법률사무소)가 강사로 초청되어 ‘동물병원 고소·고발’에 대해 강의했다.
장정호 변호사는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부당한 고소·고발, 민원제기 행위 유형’을 아래와 같이 6가지로 분류했다.
① 형법 및 수의사법,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규 위반으로 수의사를 고소·고발
② 농림축산식품부, 관할 시도, 시·군·구청 등 관계 행정청에 진정 및 민원 제기
③ 신문, TV 등 언론기관에 허위·과장 사실 제보
④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 정보통신망에 허위·과장 사실 게재 및 유포
⑤ 부당한 합의금 등 금품 요구 또는 민사소송 제기
⑥ 기타 다양한 방법으로 수의사의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방해
“고소·고발 당한 경우에는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보호자가 수의사를 고소·고발했다면, 피의자신문 등 경찰수사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항변해야 한다. 경찰조사를 간단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불리해질 수 있다. 피의자신문 전에 전문가인 변호사와 상담하여 신문을 준비하고, 경찰조사 때 변호인 의견서까지 제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수사 결과 불기소처분(무혐의결정)을 받으면 해당 고소·고발인을 상대로 무고죄 등으로 형사 고소(역소송) 및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진료기록 등 관련 자료는 무조건 잘 챙겨놔야…자료 있어야 적극적 해명 가능”
보호자가 관계 행정청에 진정 및 민원을 제기했을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향후 대처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관련 자료’다.
정확한 자료를 선별하여 행정청에 참고 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소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료없이 말로만 소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장정호 변호사는 “진료기록, 처방기록 등 관련된 자료는 무조건 잘 챙겨놔야 한다”며 “그래야 적극적인 해명·소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언론 기관이 보호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작성했다면, 언론사 및 보호자 양쪽 상대로 대처 필요”
만약 보호자가 신문, TV 등 언론 기관에 허위·과장 사실을 제보했고, 언론사가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면 언론사와 제보자를 대상으로 동시에 대처해야 한다.
먼저 언론사를 상대로는 단계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가장 쉽게는 해당 언론사에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법률 제15조, 제16조]에 의거한 당연한 권리 행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 때 쉽게 정정·반론 보도를 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및 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제18조, 제24조). 만약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제26조).
즉, 언론사를 대상으로는 [정정·반론보도 요구 →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중재 신청→정정보도 청구 소송 제기] 등 3단계의 대처가 가능하다.
허위·과장 사실을 제보한 보호자를 상대로는 형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인터넷은 전파속도 빨라…매우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파급효과 막을 수 없어”
보호자가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 허위·과장 사실을 게재하고 유포했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제44조의2를 참고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운영자, 관리자 등)에게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반박내용 게재를 요구할 수 있다.
게재 당사자를 대상으로는 같은 법 상 명예훼손 혐의(제70조)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장정호 변호사는 “인터넷은 전파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유포자에게 연락할 때는 전화나 이메일이 아닌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합의금 요구할 때 절대로 성급하게 합의하면 안돼…합의했다는 것은 곧 혐의를 인정했다는 뜻”
합의금을 요구받았을 때는 절대로 성급하게 합의하면 안 된다. 합의를 통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추후 그 문제가 다시 검토됐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보호자가 부당한 합의금 등 금품을 요구했을 때는 ‘공갈죄 또는 협박죄’가 성립하는 지 판단해봐야 한다. 보호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응소해야 한다.
보호자의 행동에 격분하여 성급하게 형사 고소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만약 보호자의 행동이 무혐의로 판단되면 보호자 측으로부터 무고죄로 역소송을 당할 수 있다.
“업무를 방해한다면,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따져봐야”
만약 다양한 방법으로 수의사의 업무를 직·간접적으로 방해한다면 ‘업무방해죄’ 등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고성방가 등이 대표적으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업무방해죄 등 범죄 성립 가능성은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판단할 수 있으며, 성립 가능성이 높다면 고소가 가능하다.
“전화·이메일보다는 내용증명 보내는 것이 좋아”
보호자나 언론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의견을 보낼 때는 전화·이메일보다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사건초기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주며, 향후 분쟁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즉, 내용증명 발송을 통해 일종의 ‘경고’를 보낼 수 있다.
장정호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라며 “초기에 아주 작은 일이 있을 때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소송의 경우 복잡한 경우가 많아 날짜와 시간·상황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자세한 사건경위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시수의사회는 이 날 총회에서 장정호 변호사를 ‘대구시수의사회 자문 변호사’로 위촉했다.
현재 대한수의사회, 서울시수의사회, 부산시수의사회, 대구시수의사회 등 각 수의사회는 자문 변호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법률 상담이 필요할때는 먼저 소속된 수의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