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연구보고가 이어지면서,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Human Animal Bond, HAB)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HA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매개활동(AAA, CAPP), 동물매개치료(AAT) 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는데요, 동물매개치료(animal assisted therapy, AAT)는 HAB를 활용하여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심리적 치료를 돕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환자의 재활을 돕는 치료적 목적의 동물 중재 활동을 의미합니다.
데일리벳에서 수의사이면서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회장인 김옥진 교수(원광대 동물매개치료학과)를 만나 동물매개치료와 전망, 그리고 동물매개치료 분야에서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왜 수의사가 되었나? 또 수의대 재학시절은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초중고 시절을 지방에서 보내면서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동물을 많이 접했다. 그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생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동물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져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수의대에 진학했다.
수의대 입학한 뒤 3학년 때 수의병리학 수업을 들었는데, 병리학이 마치 퀴즈를 푸는 것처럼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더라. 그래서 병리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병리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수의병리학 석사를 마치고, 제약회사 연구소에 오래 근무하다가, 뒤늦게 풀타임으로 병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풀타임 박사과정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기회가 되어 박사를 마무리하고 미국 농무부 동물질병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포닥)을 했다. 그 뒤 2005년부터 원광대학교에서 근무했다.
q. 수의학 박사이면서 원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2005년 원광대 애완동물학과 전임교수로 오게 됐다. 반려동물에 대한 학과지만 수의대와는 교육 목표가 조금 달랐다. 수의대가 동물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이곳은 반려동물을 잘 키우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수의사 출신으로서 수의학적인 지식과 함께 직장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얻는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q. 어떻게 동물매개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애완동물학과 전임교수가 된 이후에 동물관련학과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동물매개치료와 관련된 외국 서적들을 접하게 됐는데, 기존의 반려동물 산업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더라. 동물이 사람을 이롭게 하고, 동물을 활용해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가졌다. 그런데 나 말고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수님들이 있었다. 그래서 동물매개치료에 관심을 가진 수의학과, 동물자원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2006년 ‘한국동물매개치료 연구회’를 결성했다.
다들 기존의 구축된 산업 외에 동물과 관련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던 욕구가 강했던 것 같다.
그렇게 2년간 함께 연구회에서 공부하고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 때 연구회에서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들이 지금 동물매개치료와 관련된 여러 학회나 대학원, 학부 과정 운영에 기반이 되고 있다.
q.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데, 어떤 학회인지 설명해 달라.
한국동물매개치료 연구회는 ‘연구회’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더 전문적인 체계를 갖추고 추진력을 갖기 위해 2008년 학회를 창립했다.
학회의 가장 큰 목적은 ‘학술적인 지원’이이다.
동물매개치료·동물매개활동이 점차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학회에서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줘야 한다.
자칫하면 잘못된 동물매개활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동물매개활동 분야가 바르게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학회에서 동물매개치료의 과학적인 효과 등을 연구하여 결과를 발표하는 등 학술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춘계·추계 학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물매개활동과 관련된 국내 유일의 학회지인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지’를 매년 2회씩 발행하고 있다.
또, 동물매개치료 전문 인력(동물매개심리상담사)을 양성하고, 치료도우미견의 기준 설정 및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학회의 기반을 구축하고, 활성화시켜나가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q. 동물매개치료활동에서 중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나.
많은 부분이 중요하지만, 동물매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치료도우미동물과 동물매개치료사(동물매개심리상담사)다.
첫 째, 치료도우미동물이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그 기준이라는 것은 1. 질병이 없어야 하고 2.공격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 특히 질병 관리에 우리 수의사들이 많이 관여해야 한다.
동물매개치료 분야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동물이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하지 않냐’하는 불안감이다. 특히 치료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면역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이 더 많다. 따라서 치료도우미동물의 질병 컨트롤이 매우 중요한 데, 이 부분은 수의사가 담당해야 한다. 수의사들의 참여가 더 늘어야 한다.
두 번째 중요한 부분은 활동에 대한 전문가(동물매개치료사)다.
동물매개치료 활동에서 동물만 알고 대상자(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안 된다. 최종 목표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과 사람을 모두 이해하면서, 전체적인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기획하고, 대상자를 평가하며, 프로그램 종료 후 그 효과를 분석하는 일까지 담당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을 외국에서는 Animal Assisted Therapist라고 한다. ‘동물매개치료사’로 해석할 수 있다.
동물매개치료사는 동물매개치료를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전문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치료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어서 우리 학회에서는 ‘동물매개심리상담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즉, 동물매개치료에서는 치료도우미동물의 관리와 동물매개치료활동을 이끌어 갈 전문가(심리상담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q. 사람에 대한 전문지식은 의사가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각 전문가들이 함께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동물매개치료는 굉장히 종합적인 분야다. 따라서 수의사(수의학적 부분 지원)부터, 심리상담사(치료사), 의사(정신과)까지 팀으로 참여해 각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팀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동물매개치료를 전반적으로 담당할 전문가(동물매개치료사)가 필요한 것이다. 즉, 동물과 사람을 둘 다 이해하고, 둘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q. 동물매개활동에서 수의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앞서 밝혔지만, 가장 큰 부분은 역시 활동도우미동물의 질병관리 즉, 수의학적 관리다.
동물매개치료 활동의 50%를 도우미동물이 차지하기 때문에, 동물의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동물매개치료가 확산되지 못하는 걸림돌(환자가 면역이 약한데, 동물이 왔을 때 질병전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수의사다.
그래서 수의사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임상수의사들이 동물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활동도 하나의 동물매개치료활동으로 볼 수 있다. 동물을 통해서 보호자의 심리적 보상·심리 치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수의사들도 동물의 치료에 집중함과 동시에 보호자들이 자신의 반려동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 심리 치유 등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이 곧 동물매개치료활동이다. 결국 임상수의사들도 동물매개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수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물매개치료라는 분야가 아직 생소하며, 개척이 더 필요한 분야다. 또 이 분야로의 수의사 진로 또한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히 수의사가 진출해야 하는 분야이며,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수의사는 동물매개활동에서 수의학적 분야만 담당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조금 더 공부하면 치료사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매개활동 전반을 이끌어 가기에 유리하다.
동물매개활동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 동물을 통해 사람까지 영향을 주고 치유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관심이 높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학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고, 이런 것들이 잘못되면 부작용을 유발해 동물매개치료 분야가 바르게 성장 못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동물매개치료 분야가 부작용 없이, 체계적으로 과학적인 학문·분야로 정립되어 갈 수 있도록 수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