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출판된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도서출판 부키)는 반려동물 임상, 산업동물 임상, 검역, 수의 축산 정책, 공중 보건, 동물약품 개발, 전염병 연구, 야생동물 진료, 수의장교, 미국 수의사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22명의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 받는 책입니다.
많은 수의사 및 수의대 학생들도 이 책을 읽었을 텐데요, 이 책이 출판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에서 당시 책에서 소개된 22명 수의사분들을 다시 인터뷰하여 10년 후 모습을 살펴보는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이하 수말수) 그 10년 후’ 프로젝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그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박대곤 수의사입니다.
당시 ‘수말수’를 통해 임상수의사로 겪는 일상을 전했던 박대곤 수의사는 동물병원 문을 박차고 나와 보험 FC(Financial Consultant)로 변신했습니다.
Q. `수말수, 그 10년후` 프로젝트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분인 것 같다.
사실 동물병원에서 일하던 중에도 임상 외에 다른 일들을 여럿 했다.
책을 집필하거나 동물병원 관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고 인터넷 쇼핑몰이나 애견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동물병원을 10년 정도 경영하다 보니 병원 밖 다른 분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했다.
그래서 2007년부터는 ING 생명에서 FC로 일하고 있다. 수말수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변화를 겪은 셈이다.
또 다른 업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을 잘 알아야 세상을 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수의사로서 보험업계에 뛰어드는 도전은 상상하기 힘든데, 특별한 원동력이 있었나
개인적으로 몇 십년까지 같은 패턴으로 사는 것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많이 도전하는 편이다. 내 스스로도 좀 특이하긴 한 것 같다.
사실 도전은 동물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별로 도전의 범위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도전해야 한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삶의 기본적인 패턴에 가깝다.
저의 기본은 수의사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만의 방식으로 본인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한양대에서 의료경영 MBA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학기 중에 학교를 나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더라.
Q. FC로 일하신 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ING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적을 자랑한다고 들었는데 비결이 있는지 궁금하다
본인은 일단 선택했으면 최선을 다하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발을 빼는 스타일이다.
그러자면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을 하는 일인지 잘 알아야 한다. 왜 그 일을 하는지에 대한 철학도 확실해야 한다.
저는 모든 직업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가진다고 본다. 바로 ‘사람의 행복을 위한다’는 점이다. FC로서의 철학도 ‘이 고객의 돈을 잘 관리해서 행복하게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마음만 있고 아무것도 모르면 안 된다. 기술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Q. 보험업계에 있으니 반려동물 진료와 연관된 보험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동물보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지는 2, 3년 정도 된 것 같다.
사람들은 중병에 걸리지 않는 한 병원비 부담이 별로 없다. 의료보험이 어느 정도 보장해주고 개인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이를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동물병원 진료비를 두고 비싸다거나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무척 많다. 여기에는 사람에서는 걱정하지 않는 기본적인 문제까지 포함된다.
가령 (보험을 가입할) 강아지가 몇 살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지 않겠나? 사람에서는 확실하지만 동물에서는 이것부터 어렵다. 동물등록도 잘 안되어 있고, 그나마 속이기도 쉽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힘든 점이다.
이 밖에도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차츰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 보험이 활성화 되는 것은 보호자와 수의사, 관련 업계 전반에 모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수의사로서 조언에 주고 싶은 바가 있다면
사실 변화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대로 있어도 좋겠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선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진로를 선택할 때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세상을 넓게 돌아보고 싶다거나 한 가지 일에 모든 걸 걸겠다거나 각자 다양할 것이다.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나씩 단순화하면서 생각해보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생각하려 드니 막연하고 어려운 것이다.
잡지의 ‘성향 알아보기’나 ‘심리테스트’ 같은 코너에서 ‘예스’와 ‘노’를 따라가며 결론을 얻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구체적으로 나아가 보는 것도 좋다.
선택하기에 앞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고민하지만 사실 정확한 답은 없다. 한 번 선택이 평생가는 것도 아니다. 과감하게 실행해 옮겨 볼 필요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잘 사는 것이 아니다. 몸과 정신이 모두 즐겁게 살면 좋겠다.
차지수 기자 cjs667@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