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동물병원 전용 제품 B2C 홍보…위기인가 기회인가
일부 동물병원 전용 브랜드·제품, 반려동물 박람회에서 현장 홍보·판매
국내 최대 반려동물 박람회인 케이펫페어 경기(상반기) 행사가 28일(금)부터 30일(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반려동물 보호자(소비자) 대상 행사였지만, 동물병원 전용 브랜드·제품 부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케이펫페어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총 3만 2천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박람회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 동물병원 수의사가 기자에게 “동물병원 제품도 다 할인에서 팔고 있던데? 문제가 심각해”라고 말했다.
확인을 해보니 전체 249개 참가업체 중 10여개가 동물병원 전용 브랜드·제품을 제조·유통·판매하는 회사들이었다. 동물용의약품을 비롯해 동물용의약외품, 처방식, 보조제 등 제품군도 다양했다.
다만, 모든 회사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 건 아니다. 제품에 대한 홍보·설명만 하고 구매는 동물병원에서 하라고 설명하는 곳도 있었다. 물론 그와 반대로, 현장에서 동물병원 전용제품을 할인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판매 여부를 떠나,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소비자 대상 B2C 홍보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동물병원을 통한 반려동물 제품 유통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업체가 ‘수 만명의 보호자를 만날 기회를 포기하고 수의사만 바라보길’ 바라는 건 무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었다”며 “수의사 대상 홍보는 비용대비 효과가 작지만, 소비자 대상 홍보는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수의사 학술대회는 후원 비용이 비싸지만, 실제 주문으로는 거의 이어지지 않는 반면, 보호자가 제품을 찾으면 수의사가 먼저 제품을 주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기 VS 기회
그런데, 수의사 사이에서도 동물병원 전용 브랜드·제품의 B2C 홍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수의사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수였지만, ‘오히려 제품 홍보가 잘 될 테니 동물병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임상수의사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10여 년 전 지하철 광고를 했다가 불매운동까지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소비자 대상 홍보는 결국 수의사의 제품 선택권과 영향력을 줄이고, 나아가 동물병원 전용제품 자체를 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동물용의약품처럼 법적 제한이 있는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이 장기적으로 수의사의 손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단기적이며 직접적인 피해도 언급했다.
“박람회장에서 더 싸게 판매하면, 누가 동물병원에서 제품을 구매하냐”며,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소비자 대상 할인 판매가 동물병원 매출에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담하는 한 공동원장은 “동물병원으로의 유통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업체의 B2C 홍보는 수의사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업체가 소비자에게 제품의 장점과 필요성을 홍보하기 때문에, 바쁜 수의사가 동물병원에서 제품을 추천할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보호자에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세일즈맨 느낌을 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튜브나 버스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하러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보호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이번 케이펫페어에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 부스를 운영한 유한양행·지엔티파마는 CDS 셀프 진단 테스트에 참여한 보호자에게 유한양행의 웰니스 사료 샘플을 증정하고, 진단결과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위험” 혹은 “치매” 진단을 받은 보호자들에게 의약품 정보와 판매 병원 정보를 제공했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국내 반려견 CDS 환자의 유병률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고, 잠재된 CDS 환자를 찾아내 CDS 진단·치료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동물용의약품인 ‘제다큐어’는 유한양행을 판매원으로하여 한수약품을 통개 독점공급되어 동물병원으로만 유통되므로, B2C 홍보가 수의사에게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동물병원을 통한 반려동물 제품 유통 비율 단 3%
최근 발표된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펫케어 제품의 동물병원을 통한 유통 비율은 3%까지 감소했다.
단순 사료나 간식은 차치하더라도, 의료와 연관된 동물용의약품·동물용의약외품·처방식·보조제 등도 수의사의 손을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병원 전용제품의 B2C 홍보가 ‘동물병원의 영향력을 더욱 감소시키는 가속 페달’이 될까, 아니면 ‘동물병원으로 보호자를 이끄는 돌파구’가 될까.
분명한 건, 동물병원전용 제품의 B2C 홍보는 앞으로도 점점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