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소비자 피해상담, 분양 관련 피해가 동물병원의 5배
분양 관련 피해의 60%가 질병·폐사.. 연계 서비스 유인 절반이 동물병원
한국소비자연맹이 10일 반려동물 진료·분양·장묘서비스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비자연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소비자 피해 4건 중 3건은 분양과 연관된 문제였다.
주로 질병·폐사가 발생했는데 생산·유통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관련 소비자 피해 10건 중 7건이 분양 관련..진료 관련 분쟁의 5배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반려동물 분양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건수는 지난해 1,624건에 달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상담건수가 매년 2천건 내외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분양 관련 문제인 셈이다. 같은 시기 진료비, 수의료 분쟁 등 동물병원 관련 상담건(314건)보다 훨씬 많았다.
분양 관련 피해 사례 중 60%가 질병·폐사로 인한 문제였다. 이들 중 문제발생 일자를 확인할 수 있었던 554건을 분석한 결과, 분양 후 일주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하거나 폐사한 경우가 59.8%에 달했다.
선천적인 기형이나 파보바이러스 감염 등 반려동물 생명에 치명적인 문제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분양 시 비용할인을 미끼로 연계 서비스 선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중 절반이 동물병원과 연계됐다. 분양샵과 연계된 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맞도록 유도하는 형태다.
이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사례도 접수됐다. 선결제로 10~20만원 적립금을 냈지만, 연계 병원이 너무 멀어 이용하지 못해도 환불해주지 않는 식이다.
협력 훈련소에 비용을 선지급한 후 불만족하여 취소하려고 해도 환불을 거부하거나, 할인한 가격이라며 판매한 용품이 실제로는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인 경우도 있었다.
생산·유통 과정서 생긴 문제인데도 책임은 소비자가 진다
분양 과정 질병문제 보완할 제도적 장치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분양 관련 문제에 대한 제보가 (동자연에도) 많이 들어온다”면서 “동물들이 사는 환경이 열악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선호하는 풍조도 원인들 중 하나로 꼽았다. 판매 대상인 어린 강아지의 외형을 보다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적정한 먹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채일택 팀장은 “사실상 생산·유통과정에서 생긴 문제인데 업자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피해는 고스란히 반려인에게 전달된다”면서 “차마 환불·교환하지 못하는 보호자들이 본인들 돈을 들여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미 동물보호법에 반려동물 판매 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건강 정보와 관련 증빙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소비자연맹은 지난 9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분양·장묘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했다.
분양비 할인을 미끼로 연계서비스에 가입했지만, 관련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2.6%에 그쳤다.
분양 직후 벌어지는 질병·폐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분양 전 주요 질병에 대한 검사 완료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분양 후 일정 기간 내에 질병이나 폐사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50%를 기록했다.
김성숙 계명대 교수도 “소비자 피해가 많고 빨리 개선할 수 있는 사항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면서 반려동물 분양 시 건강검진이나 관련 인증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분양 관련 정보를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