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품산업 50년 미래, 체질개선 필요하다
제19차 동물용의약품산업발전포럼, 이명헌 검본 동물질병관리부장 K-동물약품 한계·과제 조명
제19차 동물용의약품산업발전포럼이 8일 서머셋센트럴 분당 호텔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2년여 만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명헌 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지금이 K-동물약품 산업이 중흥기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라며 국내 동물약품 산업의 체질개선, 동물약품품질관리기준(KVGMP) 상향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품질관리의 자율성·개방성을 높이고, 고위험병원체 관련 산업계 연구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장 규모, 수출액 꾸준히 늘지만..
내수시장 정체, 관납의존 백화점식 과당경쟁 한계
‘체질개선 불가피’
국내 동물약품 시장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기준 약 1조 3천억원 규모다. 수출액은 3억 7천만 USD로, 전년대비 23%가량 성장해 시장확대를 견인했다.
이명헌 부장은 “특히 체외진단용의료기, 의약외품의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며 “남미시장까지 개척하며 숙원이었던 수출국 다변화에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한계점도 함께 거론했다. 내수시장은 이미 정체기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방역정책(관납)이나 국가 R&D에 의존하면서, 백화점식 품목구성과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에 시달린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명헌 부장은 “관 주도로 KVGMP를 선진화하는데 실패했다”며 업계의 품질관리 수준에 편차가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EUGMP 등 선진 기준을 도입하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품질관리 수준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품질관리 수준과 R&D 투자를 늘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성 높여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명헌 부장은 “현재의 산업구조로 향후 50년간 다시 성공할 수는 없다.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본 보유 병원체 개방, 민간 R&D 지원 확대
동물약품 업계의 적극적인 R&D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책도 강조했다.
이명헌 부장은 “검역본부가 보유한 병원체가 지나치게 독점적·편향적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향후 검역본부가 보유한 병원체는 기본적으로 완전 개방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AI 등 연구과정에서의 유출 위험에 더 잘 대비해야 할 고위험병원체는 전문가 의견과 과학적 평가를 거쳐 분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 고위험병원체의 연구에는 BL3·ABL3급 시설이 요구된다. 이 부장은 “현재 검본이 보유한 차폐시설을 민간에 개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ASF 진단시설, 중대동물 감염시설 등 향후 설립될 인프라는 민간개방을 적극 고려하겠다. 검본이 보유한 용량의 30%를 민간에 개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VGMP 속도감 있게 상향한다
안전성은 관리 강화, 유효성은 시장논리에 무게
인체 신약 테스트베드 전략구조에 대응
이명헌 부장은 “KVGMP와 국제기준을 조화하는 일을 더 이상 도외시할 수 없다”며 “서두르진 않지만, 속도감을 갖고 상향해야 한다. 업계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약품 품질관리에는 대서는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되, 유효성은 시장논리에 의해 걸러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인체용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용의약품을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는 새로운 전략구조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제시했다.
제다큐어, 조인트벡스 등 인체용의약품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을 반려동물용 신약으로 품목허가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사람과 같은 환경을 공유하는데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래 살면서 인지기능장애증후군(치매)이나 노령성 관절질환 등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명헌 부장은 이러한 유형의 품목허가 심사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법적 허용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면 외부 전문인력도 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좀더 개방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2022년 동약 수출 4억불 목표
한편, 이날 포럼과 함께 열린 동물약품협회 자문위원회에서는 김재홍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을 신임 자문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정병곤 동물약품협회장을 비롯해 이원규 한동 대표, 민필홍 삼양애니팜 대표, 오진식 메디안디노스틱 대표가 포럼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정병곤 회장은 ASF 백신개발, 반려동물 전용 동물약품 개발·공급 확대, 동약 수출 확대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2022년 4억불 달성이 목표다.
차기 제20차 정기포럼은 오는 11월에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