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동물병원 절반 이상 기업형 동물병원”
미국 동물 모니터링 장비 1위 바이오넷 아메리카 이준현 상무를 만나다
2020~2021년 미국 동물병원용 환자모니터링 장비 판매 1위를 기록한 회사는 국내 회사였습니다. 1999년 설립된 바이오넷의 미국법인 바이오넷 아메리카가 그 주인공입니다.
바이오넷은 2003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미국 동물병원용 환자감시장치 시장’ 1위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한국에 잠시 방문한 이준현 바이오넷 미국법인 상무를 만나 미국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결,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방안, 미국 동물병원 현황, 미국 수의계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바이오넷이 미국 동물전용 감시장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 수의사에게는 인지도가 낮은 것 같습니다. 바이오넷을 소개해주신다면.
바이오넷은 국내 유명 의료기 제조업체 메디슨(삼성메디슨의 전신)의 사내 연구소에서 시작됐습니다. 1999년 창립된 이후 심전도, 환자감시장치, 태아감시장치 등 생체신호를 전문으로 연구·제조·판매 중인 회사입니다. 생체신호 기술, 특히 심전도 기술에 특화된 회사입니다. 국내 심전도 시장에서 점유율이 60% 정도 됩니다.
직원은 100여 명이며, 구로에 본사를 두고 안양에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동물병원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수의)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환자감시장치 탑티어 브랜드입니다.
Q. 국내 기업인데 미국 동물시장에서 더 큰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미국 시장은 언제 진출했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요?
2003년에 진출했으니 벌써 20년이 됐네요.
미국이 워낙 시장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기 회사들도 미국 등 수출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미국 진출 후 동물병원 시장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작은 회사였지만 마케팅 및 서비스를 현지화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대응했던 게 주요했습니다. (많은 회사가 선택하는) 저가 정책을 펴지 않아서 초기에는 오히려 힘들었지만, 이것이 퀄리티 브랜드로 장기적인 포지셔닝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합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단순히 인체용 장비를 전용해서 판매하는지, 동물시장에 맞게(Vet Specific) 개발된 것인지를 꼭 물어보는데, 동물전용 소프트웨어와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것도 바이오넷이 미국 수의사들의 마음을 얻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시장은 단기간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동물용 장비의 경우 4년간의 긴 워런티 기간을 보장하면서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었고, 주요 유통사들과 파트너가 되면서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Q. 4년간 A/S를 보장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만큼 제품 퀄리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잘 고장 나는 제품이었다면 당연히 하지 못했을 정책이죠. 또한, A/S가 요청이 왔을 때도 굉장히 빨리 대응하면서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Q. 주요 유통사들과 파트너가 된 것도 중요한 요인 같은데, 미국 동물병원 시장에는 현재 어떤 유통사들이 있나요?
covetrus, MWI, 패터슨 3개 대형 유통사가 대표적입니다. 영업사원이 수백 명에 이르고 이 회사들이 자체 전자차트(EMR)까지 가지고 있다 보니, 유통사들도 빈익빈 부익부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유럽의 유명 EMR 회사도 미국에 진출했다가 어려움을 겪을 정도죠.
미국도 1인 동물병원이 많은데요, 바쁜 원장이 각 의료기기를 하나씩 검토하고 구매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유통사를 이용하게 됩니다. 유통사들이 제품을 라인업하고, 영업사원들이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방문해 제품을 소개하는 것에 편리함을 느끼죠.
바이오넷도 대형 유통사와 거래를 하게 되면서 비즈니스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대형 유통사와 현재는 정식 파트너사 계약이 체결되어 있습니다.
Q. 최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진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 동물시장에서 이미 성과를 낸 기업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미국 시장 개척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고객들은 현지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제품을 원합니다. 또한, 단순히 제품만 판매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고객지원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팀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인프라를 만드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따라서,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다가 포기한 회사들이 많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곳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번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도 방문해서 국내 기업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이미 코스닥 상장사 G사의 엑스레이 장비를 미국 동물시장에 론칭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파트너가 되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자 합니다.
Q. 동물병원 유통회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요, 동물병원은 어떤가요? 제가 작년에 미국에 갔을 때 기업형 동물병원들의 개인병원 인수가 굉장히 활발해 보였거든요.
맞습니다. 동물병원도 인수합병이 많습니다.
밴필드(Banfield), VCA, 블루펄 등 마즈(MARS) 그룹이 보유 중인 동물병원이 미국 내에서 2700여 개 되는 것 같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죠. 밴필드가 일본, 홍콩도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동물병원 수가 3만~3만 5천개, 수의사가 12만 6천명 정도인데, 전체 병원의 60%가 개인, 40%가 기업형 동물병원입니다. 그런데 올해가 지나면 개인 동물병원 비율이 50%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만큼, 수의사들이 병원 인수 제안을 많이 받고 있고, 동물병원의 그룹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형 동물병원의 경우, 수의사는 진료, 케어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도록 지원합니다.
동물병원이 모여있는 연합이 여럿 있는데요, 큰 그룹이 작은 그룹을 인수하면서 계속 볼륨을 키우고 있고, 사모펀드가 동물병원을 인수하기도 합니다.
이런 동물병원 그룹이 앞서 설명한 큰 유통사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소형 유통사들은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저희 바이오넷은 2014년부터 밴필드의 동물용 환자감시장치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고, 현재까지도 독점적으로 장비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큰 트렌드 중 하나는 펫스마트(PetSmart, 미국 유명 펫샵 브랜드)가 직접 동물병원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도 펫스마트 안에 샵인샵 개념의 동물병원이 있었는데, 펫스마트는 자리만 대여해줬습니다. 그래서, 밴필드가 펫스마트에 1,000여 개 이상 병원을 입점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직접 펫스마트가 직접 동물병원 사업을 시작했고, 수의사들에게 부담 없이 개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최신 미국 동물병원 업계 현황을 잘 알고 계신데요, 혹시 동물병원 인수합병 이외에 미국 수의사, 동물병원 업계의 큰 트렌드는 또 무엇이 있나요?
3가지 정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물병원이 큰 호황을 맞았습니다.
팬데믹 전후로 미국에서 2300만 명이 새로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러다 보니 동물병원도 잘 되고 저희처럼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도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두 번째로, 인력이 모자랍니다.
첫 번째 트렌드와 관련이 있는데요, 워낙 동물병원 시장이 성장하다 보니 수의사, 테크니션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페이도 많이 상승했고, 페이를 높여도 채용이 어렵습니다.
수요가 많은데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 보니 진료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이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원장의 근무 시간이 늘고, 근무 강도가 세지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수의사 26%가 5년 이내에 자기 직업을 떠나야겠다고 답한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세 번째 트렌드가 바로 ‘수의사의 높은 자살률’입니다.
수의사의 자살률이 높은 건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죠? 치과의사와 의사보다 자살률이 2배 높고 일반인보다 4배 높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 ‘수의사의 자살’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수의사 자살 방지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NOMV)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바이오넷 미국법인도 수의사 자살률 방지를 위해 이 단체에 기부하는 등 기여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Q. 덕분에 미국 시장에 대해 잘 알게 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이신가요?
미국과 달리 아직 한국 수의사에게는 시장 점유율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 같은데, 앞으로 한국 본사에서 동물시장에 더 관심을 갖고 신경 쓸 예정입니다. 좋은 유통사를 찾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노하우를 가지고 국내에서도 성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국내 파트너사가 미국에 진출하는데에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 동물시장에서 동물전용 장비로 동물환자에 맞춰서 장비를 튜닝해왔기 때문에 국내 수의사들에게도 사랑받으리라 생각합니다.
바이오넷은, 환자모니터링 장비는 물론, 무선패치를 통해 동물생체신호를 차트와 연동해주는 VEMO 장비도 업그레이드되어 VEMO2를 곧 출시합니다. 동물시장의 모니터링 전문 업체로서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