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축산농장 73개나 늘었지만‥안으로는 자진 취하·인력 부족 문제

검역본부 인원 단 2명이 격무에 퇴직자까지 발생..인증 반납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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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농가가 지난해 73개소 늘었다.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안으로는 문제도 엿보인다.

경제성 등의 문제로 인증을 포기하는 농가가 있는가 하면, 인증심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격무에 시달려 퇴직자까지 속출하고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현황
(자료 : 농림축산검역본부)

2021년 73개소 신규 인증, 육계(35)가 가장 많아

누적 364개소, 산란계>육계>젖소>돼지>한우

검역본부는 ‘2021년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 현황’을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에만 신규로 인증받은 동물복지축산농장은 73개소에 달했다.

축종별로는 육계가 35개소로 가장 많았다. 산란계 24개소, 젖소 13개소가 뒤를 이었다. 한우농가에서도 최초 인증농가(해남 만희농장)가 탄생하는 경사를 맞았다.

전체 인증농가는 364개소를 기록했다. 전년(297) 대비 22.6% 증가한 규모다.

축종별로는 산란계가 190개소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육계(131), 젖소(26), 돼지(16), 한우(1)가 뒤를 이었다.

특히 산란계는 전체 농장 중 20%가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했다.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동물복지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생산단가가 높아지더라도 판매처를 찾을 수 있는 인프라가 늘어난 덕분으로 풀이된다.

육계농장의 동물복지 인증이 크게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2018년 58개소에 그쳤던 육계 동물복지 인증농장은 지난해 131개소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증농가에서 동물복지적으로 사육되는 육계는 965만마리에 달한다. 전체 육계 사육규모의 10%가 넘는 수치다.

산란계가 농장수로는 인증농가의 비율이 20%에 달하지만, 사육규모 기준으로는 약5%에 그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별로는 전라도가 165개소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신규로 인증된 농가도 절반 이상이 전라도에 위치했다(42개소).

지난해 한우농가로는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한 해남 만희농장.
지난달까지 한우 인증농가는 6곳으로 늘었다.

스스로 동물복지인증 포기하는 농장도..

소비자 관심 부족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처럼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가 양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지난해에도 6개 농가가 동물복지 인증을 자진 취하했다. 일반농가로 되돌아가거나 폐업한 것이다. 이중 3개소가 돼지농장이었다.

동물복지 인증을 스스로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성이 꼽힌다. 동물복지적으로 기르기 위해 농장 면적 대비 사육두수에 큰 제한을 받는데, 그로인해 증가한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을만큼 시장에서 높은 단가를 얻지 못하면, 인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동물복지 계란이나 닭고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가금과 달리 돼지고기는 아직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부족하다.

지난해 검역본부가 개최한 동물복지 세미나에서 돼지의 동물복지축산 사례를 소개했던 돈마루 안형철 대표도 “설문조사에서는 동물복지 축산을 좋아한다는 응답이 많지만, 그만큼 소비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며 경제성 측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돼지뿐만 아니라 산란계, 젖소 등 여러 축종에서 자진 취하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동물복지 축산물을 납품하던 거래처에서 수요량이 줄면, 농장도 높은 생산단가를 부담하면서까지 동물복지 인증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국 농장 심사할 인력은 단 2명

격무에 퇴직자까지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 참여가 점차 늘면서 검역본부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인증심사를 담당하는 검역본부 동물보호과의 전담인력은 2명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들어오는 신청건을 모두 담당한다.

2021년 인증심사를 통과한 농장(73개소) 외에도 신청농가는 더 있다. 한 번씩만 가려고 해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매주 4~5일을 전국 출장으로 보낸다”면서 “그럼에도 인증 신청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는 농가의 불만도 많다. 2명이서 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자리이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피현상도 엿보인다. 올 상반기에만 동물복지축산 업무를 담당하던 공직자 2명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전부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공공기관이나 외부 법인을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24년 이후에 시행된다.

그때까지는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인증기관을 따로 운영하려면 관련 예산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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